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쿠바 관타나모 해군기지에 수용된 테러 용의자들을 미국내 다른 장소로 옮기겠다고 발표하면서 공화당 반발에 직면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은 관타나모 테러용의자 수감시설 폐쇄 계획을 의회에 제출했다. 이에 따르면 미 국방부는 지난해 검토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내 군사기지와 교도소 13곳을 잠재적 후보 시설로 선정했다.
관타나모 수용소는 미국이 9.11 테러 이후 테러용의자들을 수감해온 곳이다. 운영과정에서 고문과 인권유린이 자행되면서 미국의 어두운 모습을 상징하는 곳이 됐다. 현재 91명의 테러용의자가 수감돼있으며, 그중 35명은 올 여름까지 다른 국가로 이송될 예정이다. 관타나모 수용소를 폐쇄하겠다는 것은 오바마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다.
표면적으로 미국 정부는 의회에 제출한 문서에서 관타나모 폐쇄로 인한 비용절감 효과를 강조했다. 미국에 새로 테러용의자 수감시설을 만드는데 최대 4억7500만달러(약 5900억원)와 운영비 3500만달러가 들지만 현 관타나모 수용소 연간 운영비 4억4500만달러와 수리비 2억2500만달러와 비교하면 경제적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치적인 부담이 폐쇄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것이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전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타나모(수감시설)는 테러 대응에 필요한 동맹국이나 다른 나라들과의 협력 관계에 해를 끼친다”며 “나아가 그 시설을 계속 열어두는 일은 우리(미국)의 가치에 배치되고 국제사회에서 우리의 입장을 좁힌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공화당 소속인 맥 손버리 하원 군사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테러용의자를 미국으로 옮기는데 따른 위험을 투명하게 대응하는 대신, 어떤 비용을 들여서라도 선거 때의 약속을 지키는데만 관심이 있다”고 비판했다.
현재 미국 법률로는 관타나모 테러용의자들을 미국 본토로 옮기는 일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오바마 대통령이 행정명령을 내릴 가능성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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