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신(新) 밀월관계'를 구축하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으로 인해 버락 오바마 정부가 취한 경제제재를 일부 해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제재 해제가 아니며,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지만 미국-러시아 간 '해빙 무드'는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2일(현지시간) 미국 기업과 러시아연방보안국(FSB) 간의 특정 거래를 허용하는 조치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FSB는 오바마 행정부가 러시아의 '미국 대선개입' 해킹 사건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고강도 제재를 가한 정보기관 중 한 곳이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는 이날 미국의 첨단 기업들이 현재 미 정부의 제재 대상에 올라 있는 FSB와 연간 5000달러(약 571만원) 한도 내에서 거래할 수 있도록 현행 제재의 일부 조항을 수정했다. 미 기업들이 자사의 정보기술 관련 제품을 수출하는 데 필요한 면허를 얻기 위해 러시아의 감독기관인 FSB에 대가를 지불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는 FSB에 취해진 제재를 직접 해제한 것은 아니지만 FSB와의 거래를 허용했다는 점에서 제재를 일부 완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오바마 정부는 지난해 12월 말 러시아 해킹 사건과 관련해 외교관 35명을 무더기로 추방하고 해킹 배후로 지목된 FSB와 러시아군 총정보국(GRU) 등에 대해 고강도 제재를 가하면서 이들 기관 및 개인들과의 거래를 전면 금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제재완화 논란에 대해 기자들에게 "아무것도 완화하지 않았다"고 일축했다. 숀 스파이서 백악관 대변인도 앞서 정례브리핑에서 "이번 일은 제재가 내려졌을 때 재무부가 구체적인 제재 내용을 들여다보고 다른 산업이나 제품, 서비스를 위해 필요한 보완 조치는 없는지를 살피는 일상적인 후속 조치의 하나"라고 설명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 주재 미국 신임 대사도 러시아의 크림반도 병합을 비난하며 미국의 대 러시아 정책에 변함이 없다는 점을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미 정보당국의 공식 기밀브리핑을 받기 전까지 러시아의 해킹 자체를 부정하면서 러시아를 두둔해 온 데다 푸틴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속해서 친근감을 보여온 만큼 러시아 제재해제 문제를 본격으로 검토하지 않겠느냐고 예상하고 있다.
[장원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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