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4선에 도전하는 내년 대선을 1년 앞두고 러시아 전역에서 반(反) 정부 시위가 벌어졌다. 26일(현지시간) 모스크바를 비롯한 주요 도시에서 수만명의 야권 지지자들이 "푸틴없는 러시아" 등의 구호를 외치며 거리를 행진했다. 마침 푸틴 대통령의 오른팔이자 전 대통령인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총리가 부정축재 논란에 휘말리자 야권이 반격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러시아 관영 타스통신에 따르면 이날 8000여명의 시위대(경찰 추산)가 모스크바 푸시킨 광장으로 나왔다. 제2 도시인 상트페테르부르크 3000명, 노보시비르스크 1500명 등 전국적으로 2만여명이 참석했다. 이는 2012년 반정부 시위 이후 최대 규모로 푸틴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80% 이상을 넘는 러시아에선 이 정도 시위가 이례적이다.
시위는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축재 의혹을 주장한 이른바 '나발니 보고서'가 촉발했다. 보고서를 폭로한 야권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는 당국에 메드베데프 총리를 조사하라고 촉구했지만 거부되자 지지자들에게 거리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나발니 보고서는 메드베데프 총리는 국내 외에 대규모 부지, 저택, 포도원, 요트 등을 보유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당국은 메드베데프 총리에 대한 조사 계획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600여명의 참가자들과 함께 경찰에 연행된 나발니는 "세상에서는 구금되는 것이 가치 있는 경우도 있다"라며 트위터에 올렸다. 변호사 출신의 유명 블로거인 나발니는 유력 야권 지도자였던 보리스 넴초프가 2015년 피살되면서 푸틴 대통령에 맞설 유일한 대항마로 간주되고 있다. 나발니는 내년 대선에 도전하겠다고 출사표를 던진 상태다. 앞서 러시아 크레믈린궁은 이날 시위를 내년 대선을 앞두고 지지자들을 결집하려는 야권의 도발이라며 불법 시위로 규정했다.
이날 시위는 한동안 잠잠했던 반정부 시위가 동시다발적으로 터졌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러시아 정가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압도적인 상황에서 2인자인 메드베데프 총리를 낙마시켜 내년 대선에서 주도권을 잡으려는 야권의 시도로 보고 있다. 푸틴 대통령 규탄에 집중됐던 과거 시위와 달리 이날 "메드베데프 응답하라!"라는 구호가 유독 많이 나왔던 이유도 여기 있다.
하지만 메드베데프 총리의 부정부패 의혹이 푸틴의 대선 가도에 영향을 미칠 것은 분명해 보인다. 메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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