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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가수’ 피했더니 '무한도전'‥한숨 쉬는 제작자들
‘나가수’ 음원은 가수들의 신곡 발표 패턴 자체를 바꿔놨다. 한 가요제작자는 “월요일은 ‘나가수’ 음원이 공개되는 날이라 신곡 발표 및 프로모션은 일체 하지 않는다”며 “아무리 오래 준비한 신곡이라도 ‘나가수’ 음원이 공개되면 차트 밖으로 밀리기 십상이기 때문”이라고 고충을 토로했다.
각종 논란과 임재범의 하차 이후 ‘나가수’ 음원이 다소 주춤하자 이번에는 MBC 예능프로그램 ‘무한도전’이 음원을 대거 출시돼 차트를 점령했다.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 특집을 통해 공개된 지드래곤-박명수의 '바람났어', 유재석-이적이 부른 '말하는대로' '압구정 날라리', 바닷길(바다, 길)의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 파리돼지앵(정형돈, 정재형)의 '순정마초', 철싸(노홍철, 싸이) '흔들어주세요' 등 전곡이 차트 상위권에 올랐다.
가요 관계자들은 “‘나가수’가 태풍급이었다면 ‘무한도전’은 쓰나미 급이다”며 한숨을 쉬고 있다. 실제로 ‘나가수’의 열풍 속에서도 2~3일이면 1위가 바뀌던 음원차트는 일주일째 ‘무한도전’ 음원들로 요지부동이다.
방송사 책임론 “우리 밥그릇 좀 뺏지마”
가요제작자들의 원망은 방송사를 향한다. 방송사가 소위 ‘음원장사’를 한다는 여론은 일정부분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다. 한국연예제작자협회는 이미 지난 4월 이에 대한 논의를 갖고 방송사의 음원판매를 제한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
끝내 성사되지 못했지만 ‘나가수’ 음원 차트를 별도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KBS 2TV '불후의 명곡2:전설을 노래하다'의 경우 방송 음원을 따로 판매되지 않기로 했다.
한 싱어송라이터 중견가수는 “방송 음원들이 순수 창작물 보다는 리메이크가 대부분이고 창작물 역시 오랜 고민보다는 이벤트성에 가까운 것들이 사실”이라며 “이는 창작자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할 뿐 아니라 창작의욕을 저하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자들 입장에서는 방송사라는 절대적인 영향력을 가진 매체가 그 힘으로 음원시장을 잠식하는 것이 달가울 리 없다. 이미 공정한 경쟁이 아니라는 것.
아이러니 한 것은 방송사가 큰 수익이 기대되는 ‘음원장사’를 실력있는 중견 가수들이나 인기 아이돌 가수를 통해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들을 출연시켜 시청률을 높이고 광고를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 까지는 방송사 프로그램으로서 정당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 음원까지 제작 판매해 다른 가수들을 밀어내며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형국은 가요 제작자들 입장에서 불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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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에 매달리던 가요 제작자들 “제 무덤 판 꼴”
근본적인 문제점은 우리 대중문화 특히 대중음악 시장이 지나치게 방송사에 종속적이라는데 있다. 신곡 홍보를 위해서는 방송 출연 외에 대안이 전혀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다른 대안 없이 KBS MBC SBS의 ‘뮤직뱅크’ ‘쇼!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 방송사의 가요 프로그램에 무조건 나가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노력만 해왔던 것도 사실이다. 특히 보여지는 것이 전부인 경우도 있는 아이돌 가수들의 제작이 봇물을 이루면서 이 같은 의존도는 더욱 심해진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방송사 예능국은 자사의 가요 프로그램을 통해 여타 예능프로그램 섭외권을 강화시킨다. SBS ‘인기가요’가 YG엔터테인먼트 소속 빅뱅 2NE1 등의 컴백 무대를 다른 어떤 가수들의 그것 보다 특별하게 꾸며주고 여타 SBS 예능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섭외하는 것은 이 같은 방송사의 가수 지배구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모든 대중문화 콘텐츠의 중심이 방송사 예능프로그램에 쏠려 있는 문화시장 구조를 만든 장본인 중 하나가 가요 제작자라는 것.
상대적으로 공연시장의 성장은 위축됐음도 부정할 수 없다. 실제로 현재 활동하고 있는 아이돌 가수 중 공연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가수는 다섯손가락 안에 꼽기도 어렵다. 방송에서 쉽게 무료로 만날 수 있는 가수를 굳이 공연장에 돈을 지불하며 볼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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