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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상우의 상대역 정려원은 그런 남순과 견줘 절대 비교당하지 않을 만하다. 무통증 환자와는 반대로 조그만 상처에도 노심초사하는 동현. 동현은 남순과 사랑에 빠지고, 남순과는 또 다르게 살아온 삶을 조심스럽게, 또 한 편으로는 세심하게 표현했다.
곽경택 감독은 정려원의 연기를 칭찬해달라는 말에 대뜸 “인간적으로 먼저 칭찬해도 되느냐”고 되물었다. 일단 “효녀라서 좋다”고 강조한다.
“정려원은 독실한 크리스천이라 술을 못하고 상우도 술을 잘 못 마시는데 두 사람을 꼬셔서 술집에 갔어요. 나는 ‘샤크라’가 뭔지도 모르고 가수 출신이라고 하는데 오래 살아 남는다라고 했더니 옛날 이야기를 털어놓더라고요.”
곽 감독은 남의 인생사를 자신이 이야기해도 좋을 지 모르겠다면서도 려원을 기특해하며 자신이 전해 들은 이야기들을 조심스럽게 이어갔다.
“려원이네 가족이 호주로 이민을 갔는데 가자마자 사기꾼에 속아서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하더라고요. 오빠와 자기가 매달 500달러를 만들어야 집이 돌아가는 상황이었다고 하대요? 한국 학생들이 호주로 많이 유학을 왔는데 너무 부러웠답니다. 어린 려원의 마음에 ‘한국은 유학생들이 오는 나라구나’라는 생각이 박혀있다고 하더군요.”
그렇게 한 해 두 해 시간이 흘렀고 려원은 돈이 조금 모이면 한번쯤은 놀러가고 싶은 나라로 한국을 꼽았단다. 고생 끝에 한국에 와서 친구를 따라갔던 오디션장에서 우연찮게 ‘샤크라’ 멤버가 됐고 몇 해 왕성한 활동을 하더니 해체가 됐다.
곽 감독은 “솔직히 처음에는 가수하다가 연기자가 되려고 하니 방송사에서 썼겠지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가 려원에게 들은 답은 수십, 수백차례의 오디션을 봤다는 것. 떨어지고 떨어져도 계속 오디션에 나섰다. 그러다 드라마 ‘내 이름은 김삼순’에 발탁이 됐다.
“정말 다행인 게 영어를 잘해서 뽑혔대요. 그렇게 그 드라마가 잘 되서 지금까지 왔다고 하더라고요. 정말 알토란 같이 벌었고 조금 여유가 생겨 아버지와도 함께 할 집도 마련했대요. 호주에서 유명한 효녀라고 소문이 다 났대요.”(웃음)
그는 정려원이 자신이 아는 연기자 중 가장 사치를 안 하는 여자라고 했다. 또 “나는 기독교 신자가 아니지만 려원은 항상 마음 속에 자신만의 하느님이 버티고 있어 외롭고 힘든 일이 생기면 기댔다고 했다”고 전했다.
곽경택 감독은 정려원이 영화에서는 그리 성공하지 못했다고 하자 안타까워했다. 영화 ‘김씨표류기’에서 정려원이 (연기를) 무척 잘했다고 생각하는 그는 ‘통증’에서 펼치는 동현의 연기도 100% 이상 만족했다. “자신감을 위해서 이번 영화는 잘 됐으면 좋겠어요.”
그는 “‘통증’의 마지막 장면을 좀 바꾸려고 노력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며 “이틀 동안 땡볕에서 땀이 비오듯 일하는 정려원을 카메라
“솔직히 ‘통증’이 엄청나게 새로운 형태의 멜로는 아닙니다. 하지만 권상우, 정려원의 헌신적인 연기 면에서는 즐길 포인트가 많은 영화임에 분명합니다.”(웃음)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 사진=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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