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 |
'해무'는 만선의 꿈을 안고 출항한 여섯 명의 전진호 선원이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바다 안갯속 밀항자를 실어 나르게 되면서 걷잡을 수 없는 사건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한예리는 극 중 밀항한 조선족 처녀 홍매를 연기했다.
밀도 깊은 심리 스릴러와 남녀의 애절한 사랑이 담겨있는 영화지만 인터넷에서는 한예리와 박유천의 베드신이 관심이었다. JYJ의 인기 덕 혹은 탓이었다. 최근 '해무' 홍보차 만난 한예리는 "큰일"이라며 "정말 부담된다"고 한숨을 쉬었다. 실제 베드신은 관객이 기대하는 그런 것(?)이 전혀 없다. 하지만 이 베드신은 영화 초반과 후반 색깔을 다르게 하는 중요한 역할이긴 하다.
숨 막히는 상황에서 사랑을 나누는 두 사람이라니, 감정적으로 어려웠을 것 같다. "사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건지 감독님과 우리 둘이 질문도 많이 하고 이야기를 나눴어요. 어떻게 관객이 이해되게끔 해야 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사례를 찾아보니 전쟁이나 죽음을 맞게 되면 사람들이 충동적으로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은 생각에 그런 행위를 한다고 하더라고요. 사랑을 넘어선, 생존의 느낌도 강하니 그래서 더 슬프다는 생각을 했죠. 물론 막상 촬영할 때까지 이해 못 하긴 했지만요."(웃음)
![]() |
한예리는 '해무'에 가장 늦게 합류했다. 연출자 심성보 감독의 고민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만큼 홍매의 역할이 중요했기 때문이다. 한예리는 앞서 영화 '코리아'에서 북한말을 완벽하게 구사한 점을 인정받았다. 김윤석, 박유천 등의 추천을 받기도 했다.
그는 "시나리오를 받고 나서 다른 여배우가 하고 싶다고 하면 내가 안 될 것 같아 걱정했다. 제작사에 빨리 연락해서 하고 싶다는 얘기를 해달라고 했다"고 고백했다. 소속사 사람엔터테인먼트의 김소영 대표 역시 "(북한말 하는) 이미지가 굳는 것 생각하지 말고 해야 해!"라고 그를 등 떠밀기도 했다. 확답을 받기 위해서는 조금 기다려야 했지만 결국 그는 심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홍매가 고민이 많이 되셨겠죠. 누가 홍매를 맞느냐에 따라서 느낌 자체가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영화는 홍매에 대한 이야기가 많잖아요. 영화에서 홍매는 선원들의 해무(바다 위에 끼는 안개) 같은 존재죠!"
한예리는 피해가 되지 않도록 노력했다. 앞서 '코리아'에서 구사한 북한말과 연변 사투리는 다르므로 차이를 두려고 했다. 또 기존 이미지와 다르게 보였으면 하는 생각에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감독이 주문하지 않았는데도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다.
![]() |
결과는 성공적이다. 이 영화를 제작ㆍ기획한 봉준호 감독은 그에게 문자를 보내 칭찬해줬다. "누군가 '이 영화 한예리가 살렸다'라고 보내주신 문자를 보여주셨어요. 기분이 정말 좋아서 '야호!!' 그랬어요. 감독님이 메이킹 인터뷰에서 '여배우로서 입지를 굳히는 영화가 됐으면 좋겠다'고 하셨는데 저도 끝나고 나서 이제야 여배우라는 수식어를 들을 수 있겠구나 해서 좋았어요."
전체 촬영 분량 중 70%를 실제 바다에서 찍고, 30%를 세트 촬영에 참여한 한예리. 물로 따귀를 맞는 처음 겪어본 일들이 힘이 들었다. 바다에서 오래 있다 보니 육지 멀미까지 경험도 했다. 홍일점이었으나 자신이 남자 선원과 같다고 느꼈다는 그는 "그래도 좋은 선배들과 좋은 환경에 함께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식구 같아서 여자가 아니었던 것 같다"고 웃었다.
한예리는 "이 작품을 통해 에너지, 열정을 많이 얻는 것 같다"며 "'해무' 하면서 연기를 더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일단 그는 본인의 전공이었던 한국 무용 창작 공연을 선보인다. 최근에는 한국영상자료원 홍보대사로 위촉되기도 했다. 배우가 본인의 일을 하지 않고 다른 일에 기웃거린다고? 절대!
![]() |
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