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김진선 기자] 중국 ‘한류’의 중심에는 배우가 있다. 한동안 아이돌을 비롯한 가수들이 한류를 이끌기도 했지만, 시작은 배우였고 다시 배우가 그 중심으로 오고 있다. 중국의 한 제작진은 ‘한류 배우’의 인기 요인으로 배역을 꼽기도 했다. 그는 “배우의 외모나 키, 스타일도 한 몫 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배역”이라며 “작품 속 배역이 중국 입맛에 맞느냐가 우선은 중요한 요소”라고 밝혔다.
최근 인기를 모은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속 도민준(김수현 분)이나, ‘상속자들’의 김탄(이민호 분)이 그런 셈이다. 배우의 역량이 작품의 몰입을 도운 건 맞지만, 천방지축 여배우 천송이(전지현 분)만 바라보는 외계인 도민준과 차은상(박신혜 분)에게 순애보적인 김탄이라는 역할은 ‘로맨스’ 부분이 취약한 중국 드라마에 목말랐던 시청자의 갈증을 해소해 줄 수 있는 배역이다. 특히 도민준과 김탄이 가진 재력과 수려한 외모와 키 등은 그 ‘로맨스’가 자긴 환상에 거품을 더했다고 할 수 있다. 김수현은 ‘별에서 온 그대’를 통해 ‘도교수’라는 별명을 얻고 다수의 광고모델로 활약 중이며, 이민호는 ‘긴다리 오빠’라는 수식어로 중국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
◇1990년대, 한류 남신에 포문을 연 안재욱
중국 포털사이트 바이두(baidu)에 따르면 1993년 한국 드라마 ‘질투’가 CCTV에 처음 방송되면서, 한국 드라마 열풍에 불을 붙였다. 이어 1997년 ‘사랑이 뭐길래’와 ‘별은 내 가슴에’를 기점으로 한국 드라마 전성시대가 열렸다고 본다.
2000년 6월18일, 베이징에서 안재욱이 한 음악프로그램에 출연한다는 소식에 현지 팬들이 방송국에 몰리는 바람에 방송이 한 시간 지연됐으며, 500여 명 팬들이 사인을 받기 위해 진을 쳤다는 보도도 찾아볼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중국 포털사이트 ‘시나연예’와 벌인 라이브채팅에는 접속이 폭주해 서버가 다운되는 해프닝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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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연합뉴스는 “한류 열풍의 주역은 안재욱과 송혜교”라는 제목으로 당시의 인기를 입증했다. 또, 안재욱은 2002년 중국 영어 시험문제에 나오기도 했다. 당시 조미(자오웨이)등의 이름이 교재에 등장한 적 있지만, 외국스타가 시험문제에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이었다.
안재욱에 뿐 아니라 ‘별은 내 가슴에’ 차인표, ‘가을동화’ 송승헌, ‘겨울연가’ 배용준 등도 2000년대 한류 남신으로 시대를 풍미했다. 송승헌은 2004년 중국 액션 감독 ‘쉬커’이 메가폰을 잡는 영화 ‘치젠샤톈산’ 출연제의를 받으며 6억원의 개런티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정지훈도 그 인기를 몰았다. 드라마 ‘풀하우스’를 통해 중국 팬들의 눈길을 받은 정지훈은 송혜교와 중국 상해 로케이션서 귀빈실을 촬영할 수 있는 대접을 받았다. 박해진 역시 중국 드라마에 얼굴을 비추며 한류 열풍에 힘을 보탰다.
2005년 중국 내 한류사이트 ‘코리안웨이브’에서는 ‘좋아하는 한류배우’라는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송승헌이 1위, 배용준이 2위, 안재욱이 3위, 정지훈이 4위에 자리했다.
2005년 ‘대장금’이 방송되며 한국의 전통의상, 음식, 여행, 심지어 유학 등이 중국인들의 관심을 받게 됐다. 하지만 중국은 이 열기를 조금씩 통제하기 시작했다. 시청률이 높은 황금시간대에는 중국 방송을 방영하고, 드라마 수에도 50부작 내외로 제한을 두며 그야말로 간섭을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반한 감정도 가중됐다. 당시 중국배우 장귀리는 “‘대장금’ 드라마 속에서 마치 한국이 침구를 발명한 것으로 묘사된다. 이는 잘못된 것”이라며 “중국에서 한류가 일어난 것은 매국노 같은 중국 언론 때문”이라고 뱉어내 논란을 이었다. 당시 중국의 한 평론가는 “드라마 속 한국문화가 원래 당나라 문화에 뿌리를 둔 것이라는 중국 학술계의 주장으로 한국에 대해 ‘대국’심리를 갖도록 만들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별에서 온 그대’ ‘상속자들’
중국정부의 제한은 오히려 동영상 사이트의 발전을 도래하게 했다. 특히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중국 내 한국드라마의 인기는 ‘별에서 온 그대’에서 터졌다. 드라마 속 배우들이 입은 의상 뿐 아니라 먹은 음식까지 중국인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소가 됐다. ‘상속자들’ 역시 마찬가지. 그 중심에는 김수현과 이민호라는 양대 산맥이 든든한 ‘남신’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수현은 중국 내 다수 광고 뿐 아니라 팬들과 자주 만남을 가지며 중국에서 입지를 탄탄히 다지고 있다. 이민호 역시 중국에서 광고와 팬미팅을 통해 자신만의 자리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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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한 중국매체는 “가진동의 마약 혐의로 빈자리를 한국 배우들이 메꾼다”며 김우빈과 안재현을 주목할 배우로 지목해 눈길을 모으기도 했다.
김진선 기자 amabile1441@mkculture.com 트위터 @mkculture 디자인= 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