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정예인 기자] 3월 극장가에 젊은 배우들이 대거 등장했다면, 4월 극장가에는 중견 배우들의 활약이 펼쳐질 예정이다.
4월9일, 거장 감독 임권택과 천만 감독 강제규가 신작을 내놓는다. 두 사람은 전에 없던 새로운 스타일로 변신을 꾀했다. 임권택 감독은 기존에 사용한 전통적인 색채를 덜어내고, ‘화장’에서 중년 남성의 비윤리적 갈등을 다뤘다.
강제규 감독은 ‘태극기 휘날리며’ 등에서 보여준 무거운 액션이 아닌 온 가족이 함께 봐도 좋을 로맨스 영화를 선택, 장르적으로 변신했다. 그는 신작 ‘장수상회’에 연애에 서툰 중년 남자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 |
↑ 사진=화장/장수상회 포스터 |
두 감독의 변화는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들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됐다. ‘화장’의 안성기와 ‘장수상회’의 박근형은 대중에게 깊이 각인된 이미지를 탈피, 새로운 연기 스타일을 선보였다. 따뜻한 이미지로 높은 신뢰도를 가진 안성기는 아픈 아내를 두고 젊은 여자를 마음에 품는 중년 가장을 연기했으며, 카리스마 넘치는 회장님 전문배우 박근형은 사랑 앞에서 한없이 서툰 연애 초보로 변신했다.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화장’은 성실한 남편인 오상무(안성기 분)가 투병하는 아내를 두고 부하직원 추은주(김규리 분)를 흠모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오상무는 아픈 아내의 곁을 꿋꿋이 지키고, 정성 지극하게 간병을 하는 착한 남편이다. 그러나 속으로 추은주의 몸을 상상하고 한번이라도 그를 더 보고 싶어 가던 길도 되돌아가는, 본능이 꿈틀대는 인물이기도 하다.
안성기는 오상무의 다중적인 심리 상태를 눈빛만으로도 밀도 있게 묘사했다. 오상무를 표현하기 위해선 많은 양의 대사나 드라마틱한 제스처, 표정연기가 필요 없다. 몰래 흠모하는 추은주를 바라보는 눈빛, 그 하나면 충분하다. 안성기는 ‘이 역할을 안성기가 맡지 않았다면 누가 할 수 있었을까’라는 의문이 들 정도로 오상무에 완벽히 이입했다.
![]() |
↑ 사진=MBN스타 DB |
안성기가 노련하고 농밀한 중년의 욕망을 표현했다면, 박근형은 ‘연애 초보’ 70대 성칠 역할을 풋풋하면서도 귀엽게 표현했다. ‘장수상회’는 틈만 나면 화를 내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 성칠과 그의 마음을 사로잡은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분)의 로맨스를 그렸다. 지독히도 연애에 서툰 성칠을 위해 ‘연애 응원단’이 나서 두 사람을 결실 맺을 수 있도록 돕는다.
박근형은 대중에게 각인된 ‘재벌 회장님’ 이미지를 벗고 수더분한 동네 아저씨로 분했다. 그의 변신이 반가운 이유는 배우 박근형을 새로운 이미지로, 특이한 로맨스를 통해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박근형 역시 ‘장수상회’에 참여하게 된 것을 기쁘게 여겼다.
박근형은 ‘장수상회’ 제작보고회에서 “시나리오를 받는 순간 중고등학교 시절, 한 여인을 보고 설레던 때가 생각났다. 그 때는 그저 바라만 봐도 울렁거리고 두근거렸다. ‘장수상회’에는 10대부터 시작해서 70대까지의 사랑이 모두 담겼다. 설레는 마음으로 두말할 것 없이 하겠다고 했다”고 참여 계기를 전해 작품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안성기와 박근형의 스크린 컴백이 반가운 데는 이유가 없다. 그저 남은 건 패기밖에 없는 20대 ‘대세 배우’가 아니라, 언제나 자기 자리에서 묵묵히 노력하는 중견 배우들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돌아간 것만으로도 기분 좋은 소식이다.
정예인 기자 yein6120@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