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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상회’, 내 인생 마지막에 온 기회구나!”
“애드리브가 영화를 살려? 이해 못 해요!”
“연극 할 때부터 역할에 욕심 많았죠”
일흔다섯의 베테랑 배우 박근형은 영화 ‘장수상회’(감독 강제규, 9일 개봉)에서 “치열하게 연기했다”고 했다. 과거 1950년대 연극을 했었을 때의 연극학도처럼! 이전 작품들에서 보여준 것처럼, 늘 그렇듯 이번에도 ‘신들린 연기’가 따라왔다.
70살 연애 초보 성칠(박근형)과 그의 마음을 뒤흔든 꽃집 여인 금님(윤여정), 그리고 그들의 마지막 연애를 응원하는 사람들까지. 첫사랑보다 서툴고, 첫 고백보다 설레고, 첫 데이트보다 떨리는 특별한 러브 스토리를 그린 영화 ‘장수상회’. 연애에 서툰 할아버지의 모습은 물론, 후반부 드러나는 반전과 마주하는 관객은 박근형의 연기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대선배는 역할 창조에 공을 들이고, 노력했다.
“‘장수상회’ 시나리오를 보고 ‘내 인생 마지막에 온 기회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예전에 연극을 배웠을 때 ‘감동이 없는 극은 극이 아니다’라고 배웠거든요? 최근 출연한 작품에서 감동까지 연결되는 건 거의 없었어요. 하지만 ‘장수상회’는 10대와 30대, 70대 할 것 없이 사랑이라는 공통점을 통한 공감대가 있어요. 세대별로 봐도 각양각색의 감동이 크리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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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이 영화가 관객의 호응을 받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있다”면서도 “호응을 받아 다른 나라에서처럼 나이 든 이들과 어린 사람들이 출연해 세대 간 어울리는 극본이나 시나리오, 대본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노년 배우 자원이 많은데 제대로 활용이 되지 않고 있다”는 안타까운 마음도 덧붙였다.
윤여정을 제외하고 나이 어린 후배들은 대선배와의 호흡이 어려웠을지도 모르겠다고 하자 박근형은 “아마 그랬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다만 후배들이 ‘자기만 연기하나?’라고 오해할 수 있어 리허설 때 충분히 보여줬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리허설과 본 촬영을 똑같이 했다. 상대 배우들이 생각의 여지를 갖게 하기 위해서다. 박근형 사전에 애드리브가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요즘은 애드리브가 그렇게 성행할 수가 없어요. 배우가 애드리브를 쳐서 영화를 살려줬다는 엉터리 같은 소리를 하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해요. 연기는 배우 간 약속인데 말이죠.”
요즘 비일비재한 쪽대본에 대해 아쉬움도 털어놨다. 그는 “옛날에 대본이 뒤늦게 나오기도 했지만 쪽대본은 아니었다. 완성된 대본으로 나와 배우들이 편안했다. 지금은 연륜 있는 이들은 극복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친구는 앵무새밖에 안 된다. 젊은 사람에게는 고난의 행군”이라고 안타까워했다.
흠잡을 곳 없는 조진웅이나 다른 배우들과는 달리, 처음 연기에 도전하는 그룹 엑소의 찬열은 특히 대선배 앞에서 주눅이 들어있지는 않았을 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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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형은 종횡무진이다. tvN ‘꽃보다 할배’로 시니어들의 여행 예능을 띄웠고, ‘의도치 않게’ 로맨티스트가 됐다. 그는 “난 평상시에는 그냥 평범하다. TV에서 그렇게 나오니 아내가 웃더라”고 전했다. 본업인 연기 활동도 줄 잇는다. 조만간 영화 ‘그랜드 파더’와 ‘명탐정 홍길동’ 등으로도 관객을 찾을 예정이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연극을 하면서 역할에 욕심이 많았다”며 “남이 하는 역할까지 나로 대입해서 생각하기도 했다. 연기를 생각하고 연기하면 가슴이 뛴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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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igu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