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최윤나 기자] 웬만한 여자의 허리만큼 굵은 팔뚝. 첫인상에서 상대방을 압도할 듯한 얼굴. 배우 마동석의 마스크는 강렬하다. 그러나 그런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게 그는 그저 ‘마요미’ ‘아트박스 사장’ 같은 수식어로 불린다. 그야말로 반전매력이란 말이 딱 어울리는 배우다.
그런 그가 영화 ‘함정’을 통해선 마요미의 옷을 제대로 벗었다. 백숙집 사장님이지만 음흉하고 소름끼치는 캐릭터로 변신해 그의 마스크를 제대로 활용했다. ‘베테랑’을 통해 잠깐 선보인 모습과는 180도 다른 이미지였다. 그동안 이런 역할을 전혀 안 했던 건 아니었지만 ‘함정’ 속 마동석은 정말 강렬했다.
“‘함정’은 장르적 영화라서 거기에 맞게 연기를 했어야 했어요. 악역이 그런 게 힘들어요. 보통 이성적으로 생각했을 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을 어느 정도 관객들을 따라오게끔 만들어야 하니까요. 그러려면 영화 내에서 사연을 설명해야 하죠. 우리 영화는 캐릭터가 그렇게 된 이유가 있어요. 하지만 친절하지 않게 잠깐 나오죠. 그런 부분이 연기하기가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렇다고 대사에 힘을 줄 수는 없는 거고. 표현은 하되 약간은 짐작할 수 있게 만드는 부분이 필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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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그의 말처럼 ‘함정’에서 마동석이 연기한 캐릭터는 무서우면서 강하다. 그간 대중의 눈에 ‘덩치는 크지만 귀여운 남자’라는 이미지를 완벽하게 깰 정도로 파격이나 다름없었다. 그런 부분에서 그가 이런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진 않을까 궁금했다.
“‘함정’을 보신 분들의 반응이 다 좋아요. 전반적으로 좋았다고 저를 칭찬해 주시더라고요. 배우가 연기를 하는 데 있어서 악역이라고 해서, 혹은 자기의 선한 이미지를 지키려고 하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영화일 뿐이니까 그런 건 신경 안 쓰려고 하죠. 만약 제가 현실에서 진짜 그런 사람이라면 이미지 타격이 있겠지만 영화 내에선 악역도 할 수 있는 거잖아요(웃음). 광고의 경우에도 이런 영화를 찍었다고 해도 잠깐 멀어졌다가 다시 올 수 있는 거니까요.”
백숙집 사장으로 닭을 잡거나 아무렇지 않게 동물을 사냥하고, 상대 배우들과 격렬한 액션신까지 ‘함정’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 둘 다 쉽지 않은 도전이었을 수밖에 없다. 또한, 길지 않은 촬영 기간으로 빠르게 진행된 스케줄도 소화하기 힘든 부분이었을 터.
“닭을 잡는 건 무섭지 않았어요. 백숙집 사장님이 그곳에서 장사를 20년 정도 했다 하시더라고요. 닭 목을 매일 따는데 매일 이상하다고 하셨어요. 저도 그런 기분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닭, 지네 술, 멧돼지 이런 것들이 실제로 나오는 게 다 나왔어야 했냐고 물어보시는데, 감독님은 가감 없이 다 보여주자고 하셨죠. 또 촬영 당시가 영하의 날씨로 정말 추웠어요. 함께 합을 맞춰야 했던 조한선 씨와 이야기를 많이 했죠. 김민경 씨도 저에게 강간당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그냥 알아서 해달라고 말하더라고요. 미리 이야기를 많이 나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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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단짠단짠’이라는 말이 있다. 단 음식과 짠 음식을 번갈아 먹는다는 뜻인데, 마동석의 필모그래피를 표현할 수 있는 적절한 말인 듯싶다. ‘베테랑’에서는 아트박스 사장님으로, ‘함정’에선 잔인한 살인마, 그리고 얼마 전 크랭크인 한 ‘가족계획’에서는 스타일리스트로 또 다른 연기변신을 선보인다.
“의도한 건 아니에요. 이 작품이 말랑말랑하니까 센 걸 해야겠다가 아니라 인연이 되는 작품들의 시기가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의도한 이미지를 만들거나 한 건 아니고. 이번 영화를 통해서 자연인 마동석? 자연에 사는 풀과 어울리는 ‘초록동석’이라는 수식어가 생겼으면 좋겠어요. 산의 달인, 섬의 주인 마동석이요(웃음).”
최윤나 기자 refuge_cosmo@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