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15년차 개그맨 최국. 그가 생각하는 마지막 목표는 ‘최국표 개그’를 만드는 일이었다.
최국은 최근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이하 ‘웃찾사’)에서 ‘내 친구는 대통령’과 ‘백주부TV’에 출연하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를 했으니 ‘고향’으로 돌아온 셈인데, 그래서인지 더욱 활력 있는 모습으로 시청자에 다가가고 있다.
그런 최국을 만나 개그맨으로서의 삶과 꿈을 물었다. 껄껄 웃으며 “언젠가 연기도 하고 싶다”던 그는 망설이던 끝에 최종 목표를 조심스레 말했다. “개그의 장르를 하나 만드는 것, ‘어, 저거 최국이 하던 거네’라고 말할 만한 ‘최국표 개그’를 만드는 게 꿈이다. 꿈은 크게 가져야 하니까.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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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KL스타 엔터테인먼트 |
Q. ‘내 친구는 대통령’이 많은 이들로부터 호응을 이끌고 있다. 어떻게 탄생하게 된 코너인가.
A. ‘내 친구는 대통령’은 지성미 갖추신 분들이 좋아한다. 복선이 엄청 많아서.(웃음) 꼬아놓은 개그가 많은 코너다. 올해 1월 ‘웃찾사’에 합류한 후 1월에 ‘뭐라구’ 코너를 하다 3개월 만에 내리게 됐다. 홍가람, 유상엽과 코너를 짜기로 했는데 정말 너무나 안 나오더라. 그렇게 3개월을 보냈다.
우리는 그래도 ‘짬밥’이 있는데 평범한 코너를 하기는 싫었다. 소위 ‘평균 이상의 코너’를 해보고 싶었다. 그런 욕심에 3개월 동안 죽어라 회의를 했는데 정말 나오는 게 없었다. 그런데 어느 날 말도 안 되게 제 머릿속에 제목 하나만 쓱 스쳐갔다. 그 순간 (홍)가람이에게 “가람아, 내가 뭔진 모르겠는데 제목만 말할게. ‘내 친구는 대통령’”라고 말했던 게 기억난다.
다들 제목이 정말 좋다고 했다. 제목만 들어도 그림이 그려지는 코너였다. 그래서 정작 짜는 데에는 한 20분밖에 안 걸린 것 같다. 3개월을 고민하고 나올 때에는 20분.(웃음) 가수 분들이 히트곡 쓸 때 영감 받아서 한 시간 만에 썼다고 하시지 않나. 우리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우리 코너를 보신 PD님도 좋다고 하셨고, 그대로 무대에 올라 개시를 하게 됐다.
개그라는 게 콘셉트가 30, 내용이 70인데 우리 코너는 기존의 틀을 깨고 콘셉트가 80 정도다. 콘셉트가 정말 독특하고 좋아서 내용이 어렵거나 약한 감이 있어도 용서가 되는 것 같다. 사실 현장에서보다 방송으로 보는 게 더 재밌다. 약간 세트 코미디에 더 적합한 성격인 코너인데 다행히 재미있게 보고 있다는 소리를 많이 들어 감사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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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웃찾사-내친구는대통령 방송 캡처 |
Q. ‘대통령’이라는 소재 자체가 다루기 어려울 것 같다. 자칫 정치적으로 비춰질 수 있는 것 아니냐. 그럼에도 ‘대통령’이라는 소재를 끌어들인 이유는 뭔가.
A. 처음에 생각했을 때에는 정치나 시사 풍자를 염두에 두지 않은 건 아니다. 하지만 가장 큰 이유로는 ‘친근한 대통령’의 이미지를 만들고 싶었다. 외국에는 친구 같고 친근한 이미지의 대통령들이 있지 않나.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그런 대통령이 없었고, 나만 해도 ‘그런 친근한 대통령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국민 누구나 그런 생각 한 번쯤은 해봤을 건데, 그걸 표현하고 싶었다.
두 번째로는 대통령도 어느 누군가에게는 ‘편하게 말 할 수 있는’ 동네 친구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한 건데, 자칫 ‘민감하게 받아들일’ 상황이 생기기도 한다. 희한하게 우린 아무 의미 없고, 누굴 비하하거나 비꼬려고 한 것도 아닌데 ‘이렇게 생각하면 민감한’ 상황이 있다. 그런 오해의 최소화 시키는 과정이 가장 길고 까다롭다. 워낙 그런 부분으로 신경을 많이 쓰니 아이러니하게도 그 어떤 것도 걸리지 않게 만든 최고의 콘셉트가 됐다.(웃음)
대통령이 등장한다고 정치적인 사안을 건드리긴 싫다. 우리의 코너는 ‘이쪽은 싫고 이쪽은 좋다’와 같은 명제가 없다. 누굴 편들고, 누굴 욕할 생각은 없다. 우리가 하고 싶은 풍자는 모든 국민들이 한 번 쯤은 생각했을 법한 문제들을 짚는 거다. 예를 들어 “연설문을 보고 하냐, 누가 서준 것처럼.”이라는 대사처럼 말이다.
원래 정치에 큰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었는데 이 코너를 한 후 더욱 뉴스를 많이 보고 공부하게 됐다. 대통령 자리에 앉다보니(웃음) 정말 여러 입장에서 생각하게 됐다. 다양한 시각으로 뉴스를 보게 됐고 그 가운데에서 가장 객관적인 시각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절대로 깊게 들어가지는 않을 거다. 정치적인 사안은 ‘확실하게 안다’는 건 정말 힘든 일이다. 모든 것을 모르는 사안에 대해 비판하고 다루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다. 그래서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는 사안들만 조금씩 표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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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KL스타 엔터테인먼트 |
Q. 오랜만에 SBS로 돌아오셨다. 그간의 경력을 보면 KBS, MBC, tvN, MBN, SBS까지 거치지 않은 방송사가 없다. 각 방송사의 특징을 누구보다 잘 알 것 같다.
A. 정말 안 거친 곳이 없다. 사실 정착을 못 한 것 같이 보여서 좀 부끄럽다.(웃음) 각 방송사를 거치면서 정말 그 분위기가 다르다는 건 느끼고 있다. 개그맨들의 성향이나 잘 하는 것도 전부 다르다.
개그맨들로 따지자면 KBS 개그맨들은 코너를 앞두고 제작진과 개그맨들이 회의를 한다. 그러면서 조율하고 맞춰가는 것들이 많다. SBS 개그맨들은 대학로에서 ‘하드 트레이닝’을 하고 온 ‘공연파’가 많아서 자신의 개그에 자부심이 강하다. 성향이 다른 면들이 있다.
MBC는 ‘대본 플레이’가 많은 스타일이라 연기력이 정말 뛰어는 개그맨들이 많았다. 약간 ‘배우’ 스타일이랄까. tvN은 인지도가 많은 얼굴들이 많다. 워낙 잘 하는 친구들도 많고, 눈에 띄는 개그맨들도 많고.
Q. 본인은 주로 코너 안에서 ‘리포터’ 등의 ‘전달자’ 역할을 해왔다. 이번 코너에서처럼 직접 주요 캐리터를 맡아 연기한 게 거의 없던 것 같다. 왜 굳이 ‘받쳐주는 사람’을 자처한 건가.
A. 자처했다기보단 어떻게 보니 그렇게 됐다. MBC에 가면서 ‘받쳐주는 역할’을 주로 맡기 시작했는데 제작진의 주문도 조금은 있었다. ‘네가 잘 하잖아’라는 말로 바람을 넣어서.(웃음) 그렇게 했는데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함께 코너 했던 이들이 신인상을 타고 명성을 얻고 그랬다. 그 때는 그게 신나서 저도 ‘받쳐주는 역할’을 도맡았던 것 같다.
그 때에는 나서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안 했다. 그런데 그 필요성을 느낀 게 바로 tvN ‘코미디빅리그’를 오면서다. 당시 조세호와 호흡을 맞추던 때였는데 리포터로 야외 촬영을 나갔는데 어떤 중학생이 ‘저 사람 코빅 조세호랑 하는 사람이다. 가장 안 웃기는 사람이잖아.’라는 거였다.
그 말이 제게는 결정타였다. 아무리 제가 웃긴 코너를 짜고 해도, 그 ‘잘한다’는 말은 방송국 안에서만 허용되는 말이다. 방송국 밖과 안의 평가는 많이 다르더라. ‘코미디 빅리그’에서 제가 SBS를 온 이유 중 하나도 ‘수비수’로 이미지가 박혔기 때문이었다. 이미 그런 이미지가 강해졌는데 그 안에서 이미지를 바꾸기는 힘들 것 같았다. 그래서 다시 MBC에 갔다가 SBS로 넘어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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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KL스타 엔터테인먼트 |
Q. 어찌 보면 개그맨의 비애라고 볼 수 있겠다.
A. 그렇다. 제가 MBC ‘코미디의 길’에서 ‘골방주식회사’라는 코너를 했었는데 그 전까지는 ‘진행자 스타일’의 개그를 했다. 현실적으로나 비중적으로나 잘 안 보이는 역할들이었다. 제가 아이디어를 짜서 코너가 유명해지는 것에 난 충분히 만족했다. 언젠가는 알아줄 것이라 생각했고, ‘잘 만들고 아이디어가 좋다’고 인정을 받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해보니 전혀 아니었다.
이런 ‘받쳐주는 캐릭터’는 관심을 덜 받는다는 걸 늦게 깨달았다. 그걸 깨달은 후 ‘나도 할 만큼 했으니’라는 생각이 들어 캐릭터를 맡아서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골방주식회사’였다. 지금도 두 번은 받쳐주면 적어도 한 번은 제가 웃기는 비율로 맞추려고 한다. 그러다보니 반응이 달라졌다. 전에는 ‘잘 보고 있다’였는데 지금은 ‘웃기다’로 바뀌었다.
저는 그런 ‘받쳐주는 사람’이 각광받는 그런 시대가 왔으면 한다. 일본에서는 받쳐주는 연기자를 ‘츠코미’라고 하는데 이들이 인기가 정말 많고 인정도 받는다. 코너에서 웃기는 사람만이 최고는 아니다. 그 뒤에서 그들이 빛날 수 있도록 받쳐주고 올려주는 사람도 인정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Q. 14년차 개그맨이다. 앞으로 남은 꿈은 무엇인가.
A. 개그맨이 되기 전 대학교 4학년 때 이태식 선배가 저를 ‘남희석 흉내 잘 내는 애 있다’고 추천을 해줘서 2000년에 ‘개그콘서트’에서 데뷔를 하게 됐다. 그렇게 개그계에 발을 들였고 SBS에서 2001년에 공채 개그맨이 됐다. 결국 돌아 돌아 고향으로 돌아왔다. 민물장어처럼.(웃음) 우연치 않게 개그라는 한 길을 파게 됐는데 원래는 연기를 공부해서 언젠가는 영화에 출연을 하고 싶다. 안 되면 제가 단편영화를 하나 찍어서라도 영화는 꼭 해보고 싶다.(웃음)
개인적으로 제 전성기는 ‘골방주식회사’였던 것 같다. 그게 제 인생의 베스트3 코너였고, 개그인생에서 가장 꽃이 활짝 피었을 때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다. 인기가 있고 없고를 떠나서 말이다. 제가 좀 ‘대기만성’형이다. 나이에 비해 늦게 결과가 나오는 스타일이다. 개그도 지금에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전엔 예능도 나가고 싶고 했지만, 지금은 꿈이 바뀌었다. ‘최국표 개그’를 만드는 것. 새로운 장르의 개그를 만드는 거다. 물론 큰 꿈이라는 건 안다. 하지만 ‘대기만성’이라 하지 않았나. 전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1975년 3월15일생으로, 단국대학교 연극영화를 졸업하고 2001년 SBS 6기 공채 개그맨으로 정식 데뷔했다. 2006년 MBC 방송연예대상 우정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개그콘서트’ ‘웃으면 복이 와요’ ‘개그야’ ‘웃고 또 웃고’ ‘코미디의 길’ ‘코미디 빅리그’ 등을 출연했다. 현재 ‘웃찾사’에서 ‘내 친구는 대통령’ ‘백주부TV’에서 활약하고 있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