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안성은·유지혜 기자] 젝스키스가 16년 만에 돌아왔다. 팬들의 마음은 분주해진다. 그 때의 ‘소녀열정’은 그대로인데, 모든 게 바뀐 팬덤 문화에 하나부터 열까지 ‘새로’ 배워야 하는 것 투성이다.
최근 젝스키스가 MBC ‘무한도전’을 통해 재결성 후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하면서 팀 활동에 박차를 가했다. H.O.T. 또한 다 함께 무대에 오르기 위해 오랫동안 논의를 거듭하고 있는 중. 신화는 여전히 건재하게 18년 째 팀 활동을 유지하고 있고, S.E.S도 멤버들끼리의 돈독한 우애를 과시하는 중이다. 그야말로 ‘1세대 아이돌’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는 셈.
이에 다시 ‘오빠’들을 위해 뛰어야 할 1세대 아이돌 팬들을 위해 과거와 현재의 ‘팬 활동’ 변천사를 짚어봤다.
◇ 오빠들을 보려면 ‘돌진 숙소 앞으로’ vs ‘V앱’ 보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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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완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과거 아이돌 전용 잡지 / 최근 팬덤들의 멤버 생일 기념 전광판 / 과거 팬덤들의 소규모 모임 명함 / 최근 엔터테인먼트사의 제품 출시 |
유 기자(H.O.T.와 젝키, 신화, S.E.S 등 1세대 아이돌이 활동하던 시기의 ‘소녀팬’. 신화창조 출신): 요즘 ‘V앱’이라고 해서 가수들이 직접 팬들과 영상으로 소통하고 시시때때로 ‘간이 팬미팅’을 하더라고요.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만 해도 오빠들을 볼 수 있는 건 오로지 숙소, 소속사, 미용실, 방송국 넷 중 하나였어요.
인터넷이 전화선으로 연결해서 쓰던 시절이었고, 온라인 활동이 활발하지 않았던 때였어요. ‘오빠’들 스케줄도 사서함이나 신문으로 알 수 있었죠. 그래서 더욱 오빠들이 가는 곳마다 따라다니는 ‘사생팬’이 극성을 부렸어요. 저희 때에는 ‘사생팬’이란 단어도 쓰이는 경우가 많지 않았고, 그게 ‘민폐’라는 생각을 많이 못했던 것 같아요. 오빠들과 소통할 수 있는 창구가 많지 않아서 그들을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기도 해요.
그 때에는 아이돌 전용 잡지가 많았어요. 아이돌의 인터뷰, 화보 위주로 만들어졌던 잡지인데, 반 친구들끼리 돈을 모아서 한 권을 사고, H.O.T. 팬들은 H.O.T.가 나온 부분을, N.R.G 팬들은 N.R.G. 나온 부분을 뜯어갔어요. 팬들끼리 신경전도 많았지만 그래도 서로 ‘상부상조’ 하는 일도 많았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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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젝키 / NCT U 무대 공연(MBN스타 DB) |
안 기자(일명 ‘라이트팬’으로 분류되는 1세대 아이돌을 거쳐 동방신기를 통해 ‘덕질’에 눈뜬 아이돌 ‘잡덕’. ‘오빠는 영원히 태어난다’) : V앱은 아이돌에게 필수죠. 콘서트 준비 과정부터 컴백 쇼케이스 심지어는 먹방까지. 아이돌들에겐 TV 출연이 따로 필요 없을 정도로, V앱이 필수가 됐어요.
오히려 요즘은 숙소는 금기의 공간이에요. 소속사, 방송국의 경우에는 출, 퇴근길이라고 해서 종종 찾는 경우가 있지만, 숙소는 절대 ‘NO’. 위에서 얘기했던 V앱을 포함해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개인공간을 통해 일거수일투족을 공개하는 친구들이 많아요. 그래서 팬들은 ‘오빠, 언니들이 주는 떡밥에 만족하며 살자’ 주의를 보이고 있어요.
물론 간혹 초록사이트 질문 페이지에 ‘**오빠들 숙소가 어디인가요?’라는 질문이 뜨곤 하는데, 답변은 늘 비슷해요. ‘알아서 뭐하게’ ‘소속사 근처에 있겠죠’ 같은 단호박 답변들? 워낙 사생팬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많이 이뤄지다보니, 팬들이 스스로 자제하는 편이죠.
사생팬이 논란이 되다보니 ‘사생팬’보다는 ‘사생범’으로 부르는 경우도 많더라고요. ‘응답하라1997’에서 성시원(정은지 분)이 토니의 집을 찾아가는 장면이 나오는데, 요즘 같으면 상상도 못 할 이야기죠.
요즘 아이돌 팬들은 연예정보가 담긴 잡지를 구입하는 일은 잘 없는 것 같아요. 사실 아이돌 전용 잡지를 생각해보면, 새로운 사진들도 있긴 했지만, 기존의 화보라든가 프로필 이미지 재탕이 많았잖아요. 팬들 입장에선 새로운 콘텐츠를 보는 게 좋으니까, 아무래도 그런 잡지류보다는 소속사에서 발매하는 화보라든가 아이돌 찍덕(대포라 분류되는 사진을 촬영하는 팬을 일컫는 말)들이 내는 포토북, 액자를 구매하는 일이 많죠.
◇ 음악방송, ‘가요톱텐’과 ‘음중’의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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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완쪽 위 사진부터 시계방향으로)=과거 팬들의 응원 도구인 풍선, 플랜카드 / 최근 다양해진 굿즈 / 최근 팬덤들의 응원봉 예시 |
유 기자: 신화가 KBS2 ‘뮤직뱅크’ 1회에 데뷔를 했어요. 지금은 ‘뮤뱅’하면 모르는 이 없지만 그 땐 ‘가요톱텐’이 최고였어요. 처음에 ‘뮤직뱅크’로 바뀌었을 때 이름 되게 이상하다고 그랬었는데.(웃음) MBC ‘음악중심’도 ‘음악캠프’였고요. SBS는 98년 즈음에는 ‘TV가요’였다가 ‘인기가요’로 바뀌었어요.
지금은 응원봉도 참 다양하지만, 그 때는 무조건 풍선! 팬덤 색깔을 나타내는 풍선이 우비와 함께 유일한 응원 도구였죠. 손수 만든 플랜카드는 필수였고요. ‘직찍’이라고 해서 스타들을 직접 찍은 사진을 파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 땐 그런 자료들이 희귀했거든요. 지금은 초상권 위반으로 ‘철컹철컹’ 하겠죠.(웃음) 그 땐 초상권 같은 게 ‘권리’로 인정받기 전이었으니까요.
그리고 커뮤니티 활동들이 많았어요. 지금처럼 대규모 팬카페 활동보다 소규모로 움직이던 커뮤니티들이 정말 많았죠. 음악방송을 가거나 콘서트에 가면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 홍보하느라 ‘명함’을 만들어서 뿌리는 건 다반사였어요. 그 땐 소속사에서 팬매니저를 두고 체계적으로 팬덤을 지지하던 시절이 아니었기 때문에, 친목성 모임들을 통해서 ‘오빠’들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곤 했죠. 오빠들에 대한 정보를 위해서는 저런 커뮤니티 활동이 ‘필수’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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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젝키 / 방탄소년단 무대 공연(MBN스타 DB) |
안 기자 : 동방신기로 기억하는 음악방송은 지상파 3사와 Mnet 혹은 KM의 음악프로그램이 전부였어요. 근데 요즘은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매일 음악방송이 있다는 거 아세요? ‘더 쇼’ ‘쇼 챔피언’ ‘엠카운트다운’ 등 케이플 채널의 음악방송과 ‘뮤직뱅크’ ‘음악중심’ ‘인기가요’ 등 지상파 3사의 음악방송이 있어요. 그래서 핫하다는 아이돌들은 일주일 내내 음악방송을 돌고 있고, 팬들은 일주일 내내 그 영상을 보고 또 보게 되죠.
당시엔 방송에서 촬영이 가능했다니 신선해요. 요즘은 ‘사전녹화’라는 제도가 있는데, 여기서 방송사가 사실 가장 파워가 세거든요. 사전녹화는 해당 아이돌의 팬들만 입장을 하게 되는데, 그 아이돌 팬덤에서 문제가 생기면 인원이 줄어들기도 해요. 그래서 음악방송에서 몰카라도 찍어서 올리는 팬이 생기면, 팬덤 전체가 당황하고 공포에 빠지죠. 대신 요즘 팬들은 음악방송 외의 공간에서 촬영을 많이 해요. 팬 사인회라든가 초반에도 이야기했던 방송 출퇴근길, 혹은 콘서트 같은?
-[M+방송비하인드] 팬 생활백서 변천사②로 이어집니다.
안성은 기자 900918a@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