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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한인구 기자]
"이럴 때 유명인이 자신과 같은 입장의 목소리를 내주는 것만으로도 카타르시스 느끼는 사람들 많을 것이다…비트 틀어놓고 3분 동안 주구장창 욕만 할 거 같은데 통쾌한 것도 좋지만 창작자로서 미학적인 관점 또한 포기하기 싫다."
래퍼 딥플로우는 지난해 말께 어지러운 정치 상황에서 래퍼들에게 쏟아지는 비난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날 선 가사들을 써왔던 래퍼들이 정작 뮤지션으로서 나서야 할 때 현실을 외면한 채 침묵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에 대한 의견이었다. 딥플로우를 비롯해 그가 수장으로 있는 비스메이저컴퍼니 래퍼들은 촛불집회 때 광화문에서 공연을 열기도 했다.
음악인으로서 미학을 포기할 수 없다는 그의 말은 맞다. 가사만을 앞에 세우는 음악은 그저 '구호'로 그칠 수밖에 없다. 음악의 완성도와 메시지가 하나가 돼야 '미학적인 관점'이 구현되는 것이다. 정치적인 풍자를 비롯해 뚜렷한 메시지를 담는 건 통속적이거나 해석의 여지가 많은 사랑 노래, 자전적인 이야기를 하는 것에 비해 까다로운 작업이다.
이러한 기준을 두고 보면, 가수 이승환이 지난달 24일 발표한 '돈의 신'은 메시지가 갖는 정확한 방향성과 높은 수준의 음악을 동시에 실현한 노래다. '미학적인 관점'을 충족한 곡이라고 할만 하다.
'늬들은 고작 사람이나 사랑 따윌 믿지. 난 돈을 믿어 고귀하고 정직해 날 구원할 유일한 선. 늬들은 왜 그리 사니 근데 왜 그 꼴로 사니. 돈으로 산 내 권세와 젊음 내 삶을 올려다봐…늬들은 고작 날 욕하거나. 조롱이나 하지 날 부러워 하지. 행복하자면서 돈이 다가 아니란 말 이거 다 거짓말인 거 아시죠.'
'돈의 신'은 돈을 신처럼 떠받드는 걸 넘어 돈의 신이 된 한 인물을 통해 현실을 꼬집는다. 삶의 최우선 가치를 돈에 둔 주인공은 자신을 욕하지만, 내심 또 다른 돈의 신이 되길 바라는 대중을 거꾸로 조롱한다. 단 한 명의 인물에 빗댄 것이지만, 한국 사회의 왜곡된 통념에 대한 분위기가 그대로 느껴진다.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가사는 이승환이 공들인 음악과 잘 맞아떨어진다. 록 오페라 장르인 '돈의 신'은 기본적인 밴드 구성에 오케스트라가 동원됐다. 노랫말에 어우러진 경쾌한 멜로디와 웅장한 사운드는 귀를 잡아끈다. 듣는 이들이 흥얼거릴 수 있는 독창이나 합창 부분의 후렴구도 갖췄다. 메시지만을 위해 손쉽게 작업한 결과물이 아닌 것이다.
이승환 측에 따르면 '돈의 신'은 각각 두 명의 믹싱 엔지니어와 마스터링 엔지니어가 작업해 최고의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해 신경 썼다. 이승환의 요청으로 지난해 발표된 '길가에 버려지다' 이후 '돈의 신' 반주 음원을 음원사이트에 무료로 배포했다. 많은 이가 '돈의 신'을 쉽게 부를 수 있게 하겠다는 이승환의 의견에 따른 것이다.
'돈의 신'은 영상 작업물인 뮤직비디오에서도 풍자에 얽힌 미학을 추구했다. 백종열 감독이 연출을 맡은 뮤직비디오는 콜라주 기법을 이용해 오로지 돈을 위해 존재했던 한 인물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뮤직비디오의 콜라주 기법과 곳곳에 등장하는 패러디는 음악의 신화적인 발상과 결을 같이한다.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데 거침없는 이승환은 '돈의 신'을 통해 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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