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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돈꽃` 장혁, 이러니 `추노` 대길을 넘어설 수밖에

기사입력 2018-02-18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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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 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최근 종영한 MBC 주말드라마 ‘돈꽃’의 여운이 꽤나 짙다. KBS2 ‘황금빛 내인생’이 한동안 원톱 주말극으로 사랑받았지만 ‘황금빛 내인생’ 못지 않게 많은 시청자들이 열광한 주말극이 바로 ‘돈꽃’이었다.
돈을 지배하고 있다는 착각에 살지만 실은 돈에 먹혀버린 이들의 이야기를 그린 ‘돈꽃’은 MBC 주말극으로서 모처럼 20%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TV 앞을 떠났던 시청자들을 소환하는 데 성공했다. 그 중심엔 바로 강필주 역을 열연한 장혁(42)이 있다.
극중 강필주는 청아그룹 전략기획실 법무팀 상무이자 청아가(家)의 숨겨진 핏줄. ‘돈꽃’은 출생의 비밀을 숨기고 호랑이 굴에서 평생을 갈고 닦아 온 복수를 완성하는 필주의 드라마를 그렸다. 장혁은 발톱을 감추고 회심의 일격으로 청아가를 무너뜨린 필주 캐릭터 통해 기존 자신을 대표하던 ‘추노’의 대길이를 넘어섰다는 호평을 들었다.
‘추노’ 이후 많은 작품에 참여했음에도 대중의 뇌리에 워낙 강렬하게 남은 탓에 쉽게 떨쳐지지 않았던 대길의 그림자를 극복하게 해 준, 필주는 장혁에게 남다른 캐릭터일 터. 하지만 장혁은 의연하고 담담했다. ‘돈꽃’에 대한 대중의 폭발적인 반응에도 “큰 희열은 없다”며 기존 작품과 마찬가지로 작품과 캐릭터에 몰입했을 뿐임을 강조했다.
“’뷰티풀마인드’도, ‘의뢰인’도, ‘보통사람’에서도 변신이라기보단 작품 내에서 설정돼 있는 인물 그 자체로 갔던 거였고, ‘돈꽃’에서 보여드린 것 역시 작품에서 설정된 캐릭터대로 표현했을 뿐이죠. 필주는 겁이 많은 인물이었어요. 조심스러웠고, 촘촘하게 드러나면 안 되는 인물이었죠. 솔직하게 살지 못했던 그에게 연민이 많이 느껴졌어요.”
필주가 청아가에 몸 담고 있으면서 복수를 서두르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도 자신의 분석을 담아 명쾌하게 설명했다. “복수를 하고 나면 내일이 없어지는 거니까. 그래서 복수를 못 한게 아닐까 싶어요. 얘는 복수하고 나면 끝인 거예요. 왜 복수를 빨리 하지 않았을까, 무너뜨려야 한다는 행복한 명제, 전제조건은 있었지만 그걸 다 하고 나서의 상실감을 두려워했던 것 같기도 하고, 갈등도 있던 거죠. 그러다 보니 인물간 갈등도 계속 생기며 드라마가 이어졌다고 생각합니다.”
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 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50여분간 진행된 장혁과의 인터뷰 전개 양상은 기승전 ‘선배님’이었다. 인터뷰의 상당 시간은 극중 필주와 대척점에 섰던 장국환, 정말란 역을 열연한 이순재, 이미숙에 대한 경외의 발언으로 채워졌지만, 그들이 보여준 명연기를 떠올리면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뜨거웠던 사람들끼리의 만남이었어요. 우리(장혁, 장승조, 박세영 등 젊은 배우들)는 준비를 많이 해 간 느낌이었고, 연륜 있는 선배님들은 물론 준비하셨겠지만 세월에서 나오는 무언가가 분명 있었는데 거기서 스파크가 많이 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특히 이순재 선생님의 연기는 확실히 60년의 저력이라는 게, 많은 걸 준비해 가도 탁 놓으시면, 한 번의 흐름인데도 어떻게 저런 수를 놓으실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미숙 선배님도 마찬가지고요.“
입봉작으로 홈런을 친 선장, 김희원 PD에 대해서도 엄지를 치켜세웠다. 장혁은 “만약 남자 연출이었다면 작품의 느낌이 달랐을 것”이라며 “여자 연출이기 때문에 플러스 알파가 된 요소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장혁은 “아무래도 여자 감독님들은 사건 위주로 접근하는 남자 감독님들과 달리 관계 위주의 접근을 많이 하더라”며 “인물간 관계에 대한 심리 묘사를 많이 한 게 ‘돈꽃’의 성공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바쁜 가운데서도 일주일에 한번씩 늘 대본리딩을 했다.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전 배우들을 아울렀다. 본인이 그만큼 열심히 하셨기 때문에 배우들 모두 공감하고 따라간 것”이라며 김 PD의 리더십을 극찬했다.
‘돈꽃’은 필주에게는 정말란(이미숙 분), 나모현(박세영 분), 장부천(장승조 분) 등 각 인물에게 복합적인 감정을 갖게 한 드라마였다. 그러면서 장혁에게는 인간의, 관계의 내면에 대해 또 한 번 생각하게 하는 계기를 준 작품이었다. 작품에 대한, 캐릭터에 대한 철저한 분석이 바탕이 된 만큼 장혁 연기의 시퀀스는 다시 한 번 넓고 깊어졌다. 이는 그가 3개월 동안 보여준 퍼포먼스에서 고스란히 드러났다.
하지만 장혁이 ‘돈꽃’으로 거둔 수확이 단 3개월 노력의 결과일 리 만무하다. 이는 배우로 살아온 20년 넘는 시간 동안 “매 순간 충실하게, 성실하게 살아오자는 주의자”인 장혁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이미숙 선배님이나 이순재 선생님이 늘 하시는 말씀 중 하나가, 연기는 3이고 자세는 7이라는 것이에요. 그 말이 공감이 돼요. 본인이 평소 7을 유지해서 자세를 갖추지 않으면, 3을 할 수 없죠. 저 역시 20년 정도 하면서 가지고 오는 것 중 하나가 성실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이고, 그 마음으로 살아왔다는 것만은 분명히 자신할 수 있습니다.”
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 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특히 필주가 복수만을 위해 달려왔다면, ‘배우’ 장혁의 머리와 가슴은 온통 연기다. 그는 “예전과 달라지지 않은 건, (가슴을 가리키며) 이 안에 뜨거운 게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도 생각나는 것 중 하나가, 1996년 드라마 촬영장에 갈 때 새벽공기에요. 잊혀지지 않아요. 배우라는 존재 자체가, 그런 걸(아마도 열정이리라) 갖고 있기 때문에 오게 되지 않나 싶어요. 지금도 현장에 가면 긴장감과 편안함, 두 가지 감정이 공존하죠. 그래도 이 안에서 뜨거움이라는 것, 치열함이라는 게 있는 것 같아요. (연기를) 잘 했냐, 잘 했는데도 불구하고 못 던졌냐(시청률), 설득력이 있게 전달 됐냐 아니냐는 작품에 따라 달라도, 단 한 번도 식은 적은 없었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어요. 몰랐는데 뜨거웠던 건 있어도, 알고 나서 식은 적은 없었죠.”
인터뷰 내내 진지한 그였지만 장혁의 음성에는 어느 때보다 강한 힘이 실려 있었다. 그 열정의 비결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편으로는 겁이 많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해요. 지금까지 두 번, 그런 (열정에 대한)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한 번은 첫 작품 끝내고 오디션을 100번 가까이 보고 나서였고, 두 번째는 군 복무로 인해 2년의 공백을 보낸 뒤, 나는 의뢰를 받고 선택을 받아야 하는 입장이니까. 그런 열정을 각인시켰죠.”
열정은 장혁 스스로 “계속 발버둥치게” 만들지만 그 발버둥은 장혁에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즐거움’이다.
“처음부터 배우를 하겠다고 이 업계에 온 건 아니었어요. 고3 때 운동 하다가 어쩌다 연영과를 지원해 배우를 하게 됐고, 현장에서 뭔지도 모르고 열심히 해 온 거죠. 하면서 현장에서 깨달은 게 많아요. 끊임없이 맞춰가고, 설득하고, 관찰해야 하는 거구나. 원하는 걸 주고받아야 하는 거구나. 그걸 알게 되면서 저만의 스타일을 만들기 위해 이런 시도 저런 시도 해보게 됐고요. 욕 먹으면 다른 걸 해보기도 하고요.”
그는 “나는 칭찬을 받든 욕을 먹든 걸어가야 한다. 멈추면 그걸로 끝이다. 무엇 때문인지는 몰라도, 걸어가야 한다. 그게 행복함이라고 말할 순 없겠지만, 즐거움이라고 표현할 순 있겠다”며 말을 이었다.
“왜 그런 것 있잖아요. 짜증나는 즐거움. 오늘은 뭔가 진짜 잘 던져저서 즐거운 게 있는 건데, 그렇지 않을 때도 있고. 결과가 좋던 나쁘던 그런 걸 피한 적은 없어요. 도망간 적도 없죠. 그런 뜨거움이 세월이 지나도 식지 않은 것 같고, 그게 조화를 잘 이뤄 잘 던져진 작품도 있는 거고, 또 아닌 작품도 있는 거고… 앞으로도 그렇게 갈 것이고요.”
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 드라마 '돈꽃'에서 필주 역을 열연한 배우 장혁. 제공|싸이더스HQ
장혁은 어떤 결과가 주는 행복감보다, 과정이 주는 즐거움에 더 힘을 줬다. “즐거움이란, 고통스러우면서도 즐길 수 있는 것 같아요. 결과가 좋을 수도 있고 안 좋을 수도 있는데, 과정이 즐거우면 고통도 견디게 되는 거죠. 연기하는 사람으로서 즐거움이라는 과정 자체가 활력이 되는 거고요.”
그런 의미에서, 장혁은 ‘돈꽃’에서 역시 즐겁게 던졌고 기분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지금 받아 든 성적표에 안주하지 않는다. 그는 “나이 들어서도 계속 배우로 살고자 하는 40대 배우인 내가 할 수 있는 건 발버둥 밖에 없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매 순간 두려워요. 매 순간, ‘이걸 어떻게 잘 할 수 있을까’ 고민하죠. 시간이 흘러 대중에 (나의 연기가) 노출되는 만큼 더 어렵더군요. 내가 노출 안 됐을 때는 신선하게 봐줄 수 있지만 노출 돼 있다는 건, 내가 가진 (연기의) 경우의 수를 사람들이 알고 있다는 거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이미숙, 이순재 선배님들이 정말 대단하신 거고요.”
일각에서는 스타 플레이어의 주말극 출연에 대해 마이너스가 될 선택이라는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장혁은 ‘돈꽃’을 통해 “많은 것을 얻었다”고 했다.
“사람들이 얘기하죠. 굳이 왜 주말극을 하려고 하냐고. 그런데 결과론적 얘기지만 제 입장에서는 역으로, ‘나는 (저조하던)주말 (시청률)을 살렸는데?’ 라는 하나의 브랜드가 생긴 거죠. 또 장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돈꽃’이 주말극에 또 다른 제시점이 될 수 있는 건데, 그 작품에 참여한 사람으로 각인되는 것이기도 하고요. 개인적으로는 ‘마이더스’에서 못 다 보여드린 캐릭터적인 아쉬움을 ‘돈꽃’을 통해 풀 수 있어서 좋았어요. ‘돈꽃’을 통해 많은 걸 얻었다고 생각합니다.”
차기작에 대해서는 함구하면서도 “그리 오래지 않아 다른 작품에서 만나뵐 것 같다”고 귀띔한 장혁. 이에 앞서 JTBC ‘뭉쳐야 뜬다’를 통해 경험하게 된 그랜드캐년 패

키지 여행을 앞둔 설렘을 드러냈다.
“정신 없이 촬영장에만 있다 보니 한번쯤 여행을 가보고 싶었어요. 그랜드캐년은 처음인데, ’뭉뜬’ 멤버 중 (정)형돈, (김)용만형과 과거 예능에서 함께 했던 적이 있어 기대가 돼요. 그랜드캐년 기를 듬뿍 받아 오겠습니다.(웃음)”
psyon@mk.co.kr[ⓒ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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