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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최초 필리핀 앵커를 지낸 그레이스 리. 지금은 방송인 겸 글로벌 사업가로 활동 중이다. 사진|강영국 기자 |
그레이스 리(36·이경희)는 필리핀에서 가장 유명한 한국인이다. 마닐라 어딜 가나 알아보는 사람들로 몇 미터를 가기 어려울 정도다. 외국인 최초로 필리핀 간판 앵커를 지냈고, 현지에서 상위 1%의 삶을 살고 있다. 정재계 인맥도 두텁다. 한때는 정계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그레이스 리의 하루는 24시간이 모자란다. 이른 아침부터 버라이어티 하고 분주하다. 시간을 분 단위로 쪼개 쓸 만큼, 요즘 말로 ‘열일’을 한다. 지칠 법도 한데, 그녀는 언제나 밝고 에너지가 넘친다.
최근 일정으로 한국을 찾은 그레이스 리를 만난 시간은 오전 10시였다. 서울 상암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그녀는 TV보다 훨씬 날씬한 미모였다. “실물이 더 예쁘다”는 인사에 “안 그래도 너무 통통하게 나와 ‘다이어트 해야 하는 거 아닌가’ 했다”며 털털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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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리핀 아키노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로 유명세를 치른 그레이스 리는 “더 이상 그 일이 언급되는 건 불편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사진|강영국 기자 |
“리얼리티라고 해서 저는 정말 리얼하게 했어요.(웃음) 통통하게 나온 사람은 저밖에 없던데요. 집이 리모델링 중이어서 임시 거주한 곳에서 촬영했는데 그냥 편하게 촬영했어요. 그래도 먹방은 성에 안 차요. 제가 얼마나 잘 먹는지 좀 더 보여드렸어야 하는데 아쉽네요. 방송 후 제 인스타그램에 한국분들이 많이 늘었고, 요즘 한글 댓글이 부쩍 많아졌어요.”
그레이스 리는 10살 때 아버지를 따라 필리핀으로 이주한 이민 2세다. 아테네오 드 마닐라 대학 졸업 후 필리핀 최초 외국인 뉴스 앵커로 이름을 날렸다. 필리핀 3대 방송사로 꼽히는 TV5에서 4년간 활약했고, 지상파채널 GMA 프로그램 ‘쇼비즈센터’와 QTV 토크쇼 ‘스위트 라이프’를 진행했다.
대학 시절엔 빼어난 미모로 미인대회 1위를 차지했다. 특히 필리핀 아키노 전 대통령과의 스캔들로 유명세를 탔지만, 그 이전부터 그녀는 ‘스타’였다.
‘썸’에 가까웠다지만, 필리핀과 한국에서 뜨거운 화제를 모은 대통령과의 스캔들. 그레이스 리는 그 얘기가 나오자 “더 이상 그 일이 언급되는 건 불편하다”며 양해를 구했다. “방송에서도 그 부분은 빼달라 당부 했는데 여러 번 강조되고 부각돼서 마음이 좋지 않았다”는 속내를 전했다.
“이제 그런 얘기가 나오면 사람들이 피곤해할 것 같아요. 민폐라고 하죠. 필리핀 국민들에게나 당사자에게도 조심스러운 얘기일 수 있잖아요. 더구나 오래 전 일인데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게 유쾌하진 않아요. 그런 걸로 저를 알려야 할 이유도 없고, 제 힘으로 여기까지 왔는데 그런 걸로 주목받고 싶지는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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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스 리는 요즘 방송인 보다 레스토랑 사업가로 더 바쁘다. 사진|강영국 기자 |
“레스토랑 비즈니스는 늘려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방송에 나온 분식 치킨집 ‘꼬꼬’는 체인점 12개를 오픈했는데 2020년까지 100개 오픈 계획을 갖고 있고요. 한국 바비큐 레스토랑도 내년에 4개 정도 오픈할 계획이에요. 참, 한국에서도 음식점을 낼 생각입니다. 이번에 대기업에서 임원을 지낸 전문 경영인을 모셨는데 자기 비즈니스처럼 너무 잘 해주세요. 다행히 인복이 많아 큰 복을 받았다 생각해요. "
방송인으로 최고점을 찍었는데 요식업에 뛰어든 계기는 뭘까. 그레이스 리는 “새로운 것을 좋아하는 강심장이라 겁 없이 뛰어든 것”이라며 씽긋 웃었다. “요리를 잘 하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한다.
“저는 한 번도 안된다 생각해본 적 없어요. 무슨 일을 시작하면 잘 되겠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스타일이에요. 많은 분들이 모르실테지만 사실 제가 셰프에요. 어머니도 요리를 굉장히 잘하시고요. 메뉴와 레시피도 엄마와 함께 다 만든 거에요. ‘꼬꼬’도 그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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