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5세대 전투기라 불리는 `스텔스기`를 넘어서는 미래형 전투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현재 미 공군을 비롯해 세계 각국은 5세대에 이은 6세대 전투기 개념에 대해 아직 명확한 정의를 내리지 못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무인기(UAV)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데 동의하고 있다. 지난달 21일 보잉은 세인트루이스에 있는 팬텀웍스 생산기지에서 무인기의 실현 가능성을 본격화한 무인정찰기 `팬텀아이(Phantom Eye)`의 실제 모습을 최초 공개했다.
팬텀아이는 6만5000피트(약 20㎞) 상공에서 최장 4일간 비행할 수 있다.
기존의 고고도 정찰기 `글로벌호크`가 30시간밖에 비행할 수 없었던 것에 비해 체공시간을 4배나 늘려 무인정찰기의 역량을 한층 개선했다는 평가다. 보잉은 향후 10일 이상 체공하는 것을 상용화 목표로 삼고 있다.
대릴 데이비스 보잉 팬텀웍스 사장은 "개발 목적은 주요 전투기 고객들과 미래 전투기가 어떠한 역량을 가질 수 있는지를 함께 실험하는 데 있었다"며 "각종 미션과 전투 상황에서 무인정찰기가 어떠한 성능을 발휘하고, 조종사가 없는 상황에서 지상 컨트롤센터가 얼마나 기체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지 등 가상 테스트를 거듭했다"고 말했다.
보잉은 지난해 팬텀아이 시제기를 선보인 이후 3월 중순께 NASA 내 에드워드공군기지에 기체를 이동한 뒤 두 달간 지상테스트를 실시한다. 첫 비행은 5월 이후가 될 전망이다.

데이비스 사장은 "팬텀아이는 웬만한 인공위성을 띄우는 것보다 저렴하고 장기간 비행이 가능하기에 미국 정부와 육해공군이 큰 관심을 보인다"며 "고고도로 무인 비행하면서 다른 나라 상공까지 날 수 있고 생존력도 스텔스기 못지않게 높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공군과도 무인기 개발 관련 양해각서(MOU)를 맺고 함께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
팬텀아이는 적 레이더에 방해받지 않고 고고도 상공에서 저공비행을 하며 지능정보 수집, 정찰 감시, 통신 등을 수행할 수 있고 각종 레이더, 전자광학, 적외선 센서를 통해 0.3m의 해상도로 공중과 지상 이동목표를 식별해낼 수 있다. 그는 "북한 핵 미사일 발사 시설이나 북한군 동향 등을 파악하는 데도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팬텀아이는 액체수소를 연료로 쓰며 2개의 프로펠러 엔진이 있다. 현재 보잉을 비롯해 각종 전투기 군수업체는 무인기 개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왜냐하면 스텔스기를 비롯한 차세대 전투기 개발 사업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개발ㆍ제작 비용으로 각국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 있기
특히 어마어마한 전투기 개발비용의 대부분은 조종사를 보호하는 생존성 기술과 직결돼 있다.
보잉은 팬텀아이와 더불어 무인기 관련 신기술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보잉은 이미 무인전투기 `팬텀레이`를 개발해 미 해공군의 합동무인전투기 획득 프로젝트인 `J-UCAS`를 두고 노드롭그루만사와 경합을 벌이고 있다.
[세인트루이스(미국) = 임태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