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여 년 전 수많은 조선인들이 끌려가 고초를 겪고, 목숨까지 잃었던 일본의 섬이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자화자찬'만 늘어놓던 외교부는 부랴부랴 대응에 나섰습니다.
이권열 기자입니다.
【 기자 】
일본 나가사키항 주변의 하시마 탄광.
일제강점기 이곳은 지옥섬으로 불렸습니다.
끌려온 조선인 노동자 8백 명이 굶주림과 가혹한 노동에 시달렸고, 120여 명이 숨졌습니다.
그런데 일본은 하시마 탄광을 비롯해 규슈·야마구치 지역의 산업 시설 23곳이 근대화 역사를 보여준다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신청했습니다.
강제동원과 관련된 시설 7곳이 포함됐지만, 일본은 강제동원 사실을 숨겼고 유네스코 자문기구인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는 문화유산으로 등록해도 좋다고 결정했습니다.
2007년 우리나라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는 대응이 필요하다고 경고했습니다.
지난 3월 MBN도 일본의 문화유산 등록 추진 움직임을 보도하면서 외교부의 대응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정작 외교부는 손을 놓고 있었습니다.
문화유산 정식 등록에 앞서 잠재 등록이 2009년에 이뤄질 때도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외교부 관계자는 일본이 잠재 등록한 건 알았지만, 구체적 내용을 몰랐다고 해명했습니다.
심지어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가 정식 등록을 해도 좋다고 유네스코에 권고했는데도, 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인터뷰 : 윤병세 / 외교부 장관 (어제)
- "어디까지나 기술적 권고이며, 최종 결정은 6월 말부터 독일에서 개최되는 제39차 세계유산 위원회에서 내려질 예정입니다."
외교부는 뒤늦게 우리 입장을 유네스코에 전하겠다고 밝혔지만, 유네스코가 우리 정부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크지 않습니다.
MBN뉴스 이권열입니다.
영상편집 : 양재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