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청와대는 조용했다. 전날 밤 충격 속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던 것과 사뭇 달랐다.
이날 오전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현기환 정무수석 등 정무라인과 회의를 열어 이번 총선 결과를 조목조목 곱씹었다.
참패 원인과 빗나간 예측, 여당의 총선 전략 등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한다.
물론 분위기 쇄신 얘기도 빗겨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청와대 한 참모는 “일하는 분위기로 조직을 쇄신하기 위해선 누군가 책임을 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만큼 조만간 인사개편이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 시기는 ‘당장’은 아니라는게 중론이다.
이날 회의에서도 인적 쇄신 얘기가 나왔지만 우선 상황 수습이 우선이란 점에 의견이 모아졌고 박근혜 대통령 생각도 다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여권 핵심 관계자는 “차분하게 문제를 바라보고 면밀하게 고심한 후 결단을 내리는 박 대통령 스타일상 당장 인적개편을 단행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총선을 통해 드러난 민심을 제대로 읽고, 반성할 것은 반성한 뒤 향후 정국 운영 방향성을 찾아나가는 일이 더 시급하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상황 수습이 이뤄지고 나면 곧바로 인사개편에 나설 가능성이 매우 높은 상황이다. 과반 실패로도 모자라 제1당 자리까지 야당에 내준 현실은 그야말로 어떤 변명도 필요없는 엄중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권 관계자는 “지금까지도 최선을 다해 왔지만 남은 기간 박근혜 정부의 성공은 노동·교육 등 개혁의 완수 여부에 달려있다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며 “청와대 역시 보다 강하게 일하는 분위기를 다잡아 가야 한다”고 밝혔다. 옥새파동과 총선 참패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정무라인 교체 얘기가 조심스럽게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존재감이 덜했던 청와대 수석이나 비서관을 중심으로도 인적쇄신이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날 신동철 정무비서관이 사퇴해 이미 정무라인에서 인사요인이 발생한 상태다. 신 비서관 사퇴는 총선 책임에 따른 것이 아니라, 총선 이전부터 예상됐던 것이지만 신 비서관 자리를 메워가면서 자연스럽게 연쇄적인 인사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한 참모는 “지금까지는 김무성 대표 등 새누리당 지도부에 대한 대응력을 높이는 진용으로 청와대 비서진이 꾸려진 부분이 일부 있었다”며 “야당에 국회 주도권이 넘어간 만큼, 이제는 대야 협의능력을 높이는 부분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청와대뿐 아니라 내각 개편에 대한 전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사청문회 통과가 무난한 차관급 실무형 전문가들을 장관으로 전진 배치시켜 남은 개혁작업에 드라이브를 걸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동필 농림부 장관과 윤성
박 대통령은 오는 18일 수석비서관 회의를 주재한다. 회의 모두발언에서 이번 총선과 관련해 모종의 언급을 할지 주목된다.
[남기현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