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립니다.
한국인 원폭 피해자의 70% 정도가 바로 합천 출신이라고 합니다.
자신뿐 아니라 후손들까지 피폭 후유증에 시달리다 보니 이들에겐 하루하루가 고통의 순간이었습니다.
홍승욱 기자가 이들의 서러움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 기자 】
이 모 할머니의 남편은 세상을 뜨기 전 원자폭탄 피폭 후유증에 시달렸습니다.
▶ 인터뷰 : 이 모 씨 / 원폭피해자 가족
- "(남편께서 어디 편찮으셨나?) 속이. 막 구토도 하고 가래도 올라오고. 다리도 관절이 아프고 막…."
마흔이 훌쩍 넘은 자녀 세 명도 어느 순간 찾아온 정신지체를 앓고 있습니다.
남의 땅을 빌려 작게 농사를 짓는 할머니에겐 자신만 바라보는 세 자녀를 먹이고 입히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원폭 투하 당시 18살이던 김일조 할머니.
마치 어제처럼 그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 인터뷰 : 김일조 / 한국인 원폭피해자
- "번쩍하는 느낌이 나더니만 세상이 뒤집히는 소리가 났어요. 쾅! 대단히 큰 소리가 났거든요."
이들이 간절히 바라는 건 원폭 피해자 2세들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과 지원입니다.
▶ 인터뷰 : 김도식 / 한국인 원폭피해자
- "유전이 없다고 의학적으로 얘기하는데, 사실 합천에 유전된 장애인이 얼마나 많습니까. 2세 3세까지 장애인이 나오는데."
정부가 외면한 71년의 시간이 흐르는 사이 피해자들은 하나 둘 세상을 떠났습니다.
피해자 대표들은 히로시마를 찾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만날 실낱같은 희망으로 출국길에 나섰습니다.
▶ 스탠딩 : 홍승욱 / 기자
- "일본 원자폭탄 한국인 희생자 10만여 명 가운데 생존자가 3천 명도 남지 않았지만, 피해자들 마음에 난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습니다. MBN뉴스 홍승욱입니다."
영상취재 : 배병민 기자
영상편집 : 양성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