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최순실·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비리 의혹과 송민순 전 장관의 회고록 문제로 정쟁의 소용돌이에 빠지면서 대선 정국이 조기에 가열되고 있다. 야권은 물론 여권의 대선주자들마저 청와대를 겨냥하며 우 수석의 사퇴와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을 요구하고 나섰지만 여야와 대선주자별로도 그 셈법이 복잡한 상황이다.
21일 청와대를 대상으로 한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최순실·우병우 국감으로 전락한 가운데 여야의 유력 대권주자들도 외곽에서 연일 목소리를 드높이며 정쟁의 한복판으로 뛰어들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름값을 높이겠다는 점에서는 여야 대선주자 모두 유사하지만 야권에서는 현 정권에 대한 공세수위를 최대한 끌어올려 내년 대선까지 기세를 몰고가 ‘정권 교체’를 이루겠다는 입장인 반면 여권은 청와대와 거리두기를 통해 차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야권 대선주자들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10년간의 국정운영 실패는 물론 권력형 비리를 문제삼으며 총공세 모드를 풀지 않고 있다.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는 최순실·우병우 사태 관련 “전모를 밝히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칼 끝을 집권여당과 청와대로 겨눴다. 최근 송 전 장관의 회고록으로 불거진 대북관 논란을 여당이 물고 늘어지자 새누리당을 ‘찌질이 정당’에 비유하며 이전과는 다른 거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문 전 대표의 대세론에 맞서 ‘구원투수론’을 제기한 안희정 충남도지사도 “대통령도 헌법과 법률, 민심 앞에 서야 한다. 너무 일방적인 고집을 가지면 안된다”며 청와대의 아집을 꼬집었다.
특히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대한민국이 누가 만든 나라인데 저렇게 개인 재산처럼 하고 있나”라며 원색적인 비난도 쏟아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우 수석 관련해 “고위공직자 비리수사처 같은 독립 수사기구서 수사해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야권의 군소주자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김부겸 민주당 의원은 청와대를 향해 연일 공세를 늦추지 않으면서 인지도를 높이는 데 톡톡히 효과를 보고 있다.
여권의 대선주자들도 청와대를 정조준하는 한편 차별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들이 대부분 비박계인데가 임기 1년여 남은 박근혜 정부의 지지율이 역대 최저치를 연일 갱신하는 등 민심 이반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면서 청와대와 대립각을 세우는게 불가피한 상황이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는 우 수석의 거취에 대해 “국감에 안 나온다면 직을 그만둬야 한다”고 했고 유승민 의원도 “어떻게 현직 민정수석이 검찰 수사를 받으러 나가나. 빨리 정리되어야…”라며 사퇴에 무게를 뒀다. 김 전 대표와 유 의원 모두 한때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의 일등 공신들이었지만 지금은 대표적인 비박계로 분류되면서 청와대를 밟고 올라서지 않으면 대권 도전 자체가 힘든 상황이다.
당내 소장파 출신인 남경필 경기도지사와 원희룡 제주도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일찌감치 우 수석의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점을 수차례 강조했다.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되는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서도 여권 대선주자들은 청와대의 의혹 규명을 강하게 요구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내년 대선에서 후보들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향후 비전을 제시하기는 커녕 역대 최고의 네거티브 전쟁을 벌일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권의 유력한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에
[안병준 기자 / 김효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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