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 원룸 100억 전세보증금 들고 잠적…조선 근로자들 '날벼락'
↑ 거제 원룸 100억/사진=연합뉴스 |
경남 거제에서 원룸 건물을 16채나 소유한 부부가 전세금 반환 요구를 외면하고 잠적, 전세입자 160명이 100억원대의 전세보증금을 떼일 위기를 맞았습니다.
15일 거제경찰서와 거제시에 따르면 옥포동과 능포동, 장평동 일대 원룸 16개 동 세입자들은 소유자인 김모 씨 부부가 지난달 연락을 끊고 잠적함에 따라 경찰에 고소장을 냈습니다.
경찰에 따르면 세입자들은 김 씨 부부에게 원룸 1가구 당 5천만원에서 최고 1억원(투룸)까지 전세보증금을 맡겼습니다.
이들이 김 씨 부부에게 맡긴 전세보증금은 모두 100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 전세입자 가운데 2년전 입주한 일부 세입자가 전세기한 만료가 돼 전세보증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지만 김 씨 부부는 연락을 끊었습니다.
김 씨 부부는 3~4년전부터 전세보증금을 모아 원룸을 구입하고 은행 대출을 받아 원룸을 신축하는 등의 방법으로 거제시내에 모두 16채의 원룸 건물을 소유하게 된 것으로 경찰 조사결과 나타났습니다.
김 씨 부부는 원룸을 구하러온 세입자들을 대상으로 "월세 대신 전세로 방을 놓겠다"고 유도했고 세입자들은 매달 40~50만원씩 나가는 월세 대신 전세를 선택했습니다.
일부는 은행에서 전세대출을 받아 전세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경찰 조사결과 김 씨 부부 소유의 원룸들은 대부분 근저당 설정이 돼 있습니다.
이에 따라 전세입자들은 이사를 가고 싶어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고 있어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또 김 씨 부부가 대출금 이자를 제때 갚지 못해 원룸이 통째로 경매에 넘어갈 경우 전세금을 떼일 가능성이 크다며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김 씨 부부는 전세입자들이 매달 관리비를 꼬박꼬박 납부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엔 전기료 및 수도사용료를 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전세입자들은 최근 '옥포원룸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해 피해 상황을 파악하고 법적인 대응 등에 나섰습니다.
한 전세입자는 "월세 부담을 덜기 위해 은행에서 3천만원의 전세대출을 받아 모두 5천만원을 내고 전세를 구한 것"이라며 "경매에 넘어간다면 전세금을 떼일 것"이라고 울먹였습니다.
세입자는 대부분 혼자 지내는 대우조선 협력업체 근로자나 젊은 부부들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경찰은 잠적한 김 씨 부부에 대한 검거에 나섰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형편이 어려운 전세입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김 씨 부부를 검거하는대로 정확한 경위 파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거제시는 소유주가 잠적해 현재로서는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후순위 전세입자의 경우 경매가 진행되면 전세보증금을 다 받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시는 중개대상물에 대해 정확한 확인을 하지 않고 설명을 제대로 하지 않은 공인중개사에 대해 과태로 400만원의 행정처분을 내렸습니다.
시는 "조선업 불황에 따른 지역경제 침체로 부동산이 경매로 넘어가 보증금을 떼이는 세입자가 늘어날 수 있다"며 "특히 원룸(다가구주택)처럼 세입자가 다수인 경우 집값이 떨어지거나 추후 집주인의 경제 여건이 나빠져 경매로 넘어가면 자칫 보증금 일부나 전부를 떼일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
시는 임대차계약 전에 반드시 소유권·저당권·전세권·지상권·임차권 등 부동산등기부등본상 권리관계뿐만 아니라 임대인(소유자)의 미납국세, 다른 세입자의 확정일자 및 보증금현황 등을 반드시 확인해 선순위 담보권자가 있는지, 있다면 금액이 얼마인지를 확인한 후 계약을 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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