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잠실) 임성일 기자] 역시 한일전은 달랐다. 역시 에이스는 달랐다. 역시 지소연은 달랐다.
대한민국 여자 축구대표팀이 2골을 터뜨린 에이스 지소연의 맹활약을 앞세워 2-1로 여자 한일전에서 승전보를 울렸다. 그림 같은 프리킥으로 한 골, 뛰어난 집중력으로 두 번째 골을 터뜨린 지소연이 가장 중요한 순간 이름값을 톡톡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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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여자대표팀의 에이스 지소연이 가장 중요한 순간에 폭발했다. 2골을 홀로 터뜨리면서 여자 한일전의 영웅이 됐다. 사진(잠실)= 김영구 기자 |
일본도 놓칠 수 없었다. 2차전에서 북한과 0-0 무승부에 그쳤던 일본으로서는 반드시 이겨야 우승을 노릴 수 있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북한이 중국에게 1-0으로 승리하면서 승점 7점(2승1무)을 획득, 일본은 무조건 이겨야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실상 부담은 한국이 더 컸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일본은 분명 한국보다 한 수 위다. 2011년 FIFA 여자월드컵 우승이라는 믿기지 않는 성과를 올린 일본은 확실히 강했다. FIFA 랭킹 3위는 쉽게 오를 수 있는 고지가 아니다. 북한과 중국에게 모두 무릎을 꿇은 뒤 이번 대회 참가국 중 가장 강하다는 일본을 만나는 배경이었으니 한숨이 나올 상황이었다. 하지만, 과연 한일전은 한일전이었다.
선제골이 컸다. 에이스 지소연이 가장 중요할 때 한방을 터뜨려줬다. 전반 13분, 본인이 얻어낸 프리킥 찬스에서 지소연은 오른발 인사이드로 정확하게 공을 맞춰 골문 오른쪽 상단을 관통 시켰다. 지소연의 고베 아이낙 동료인 아유미 골키퍼가 손을 뻗었으나 닿을 수가 없었던 절묘한 곳으로의 슈팅이었다.
선제골과 함께 자칫 발이 굳을 수 있었던 한국 여자대표팀은 대등하게 경기를 풀어갈 수 있었다. 대등했고 또 당당했다.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우리의 플레이를 펼쳤다. 앞선 2경기보다 몸놀림에 더 여유가 있었다. 놀라운 것은, 체력이었다.
실상 중국과의 2차전에서 한국 선수들은 체력에 큰 문제를 보였다. 북한과의 1차전에서 혼신의 힘을 다한 탓인지 확연히 무거웠다. 때문에 일본과의 3차전은 더 우려가 됐다. 잠실벌에는 빗줄기도 쏟아졌다. 지칠 수 있는 조건들이 많았다. 하지만 벼랑 끝에서 일본을 만나는 한국 선수들의 정신력은 대단했다. 일본 선수들보다 한 발 더 뛰면서도 지친 기색이 없었다.
이런 투지 속에서 당황한 쪽은 일본이었고 지소연의 두 번째 골은 그들을 더 당황케 했다. 후반 21분 권하늘이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반대편에서 지소연이 집중력을 가지고 슈팅으로 연결해 두 번째 득점을 성공시켰다. 트래핑도 좋았고, 골키퍼의 방향을 읽은 시선도 좋았으며, 높은 위치에서의 침착한 슈팅도 좋았다.
확실히 승기를 잡는 분위기였으나 역시 일본은 만만치 않았다. 후반 27분, 오기미 유키가 만회골을 터뜨렸다. 한국 문전에서 3번의 슈팅을 수비수들이 몸을 던져 막아냈으나 마지막 유키의 슈팅까지 막지는 못했다.
추가골과 함께 일본의 압박이 거셌다. 일방적으로 한국을 몰아붙였다. 결정적인
결국 2-1로 승리를 거두고 유종의 미를 거둔 태극낭자들이었다. 이 승리 덕분에 북한은 대회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다. 가장 아름다운 마무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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