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첫 테이프를 끊을 때만 해도 힘들 줄 알았다. 하지만 어떻게든 버텼다. 1663일 만에 선발 등판한 한기주(KIA), 1668일 만에 선발승이 가까워졌다.
당초 이날 예정된 선발투수는 윤석민. 그러나 컨디션 조절 차원에서 조정했다. 윤석민은 지난 17일 광주 넥센전에서 9이닝 완투패를 했다. 윤석민은 지난해 어깨 통증을 참고 시즌을 완주했다. 올해 마무리에서 선발로 보직을 바꿔 이닝 부담도 커진 터라 관리가 필요하다.
결국 선발카드를 교체했다. 아주 깜짝 카드는 아니다. 한기주는 불펜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지만, 선발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다. 휴식일도 충분했다. 지난 15일 광주 넥센전(2이닝 세이브) 이후 마운드에 오르지 않았다.
한기주가 선발 등판한 건 지난 2011년 10월 4일 광주 SK전 이후 1663일 만이다. 또 한 편의 드라마를 기대했을 터. 그러나 지난 21일 1717일 만에 선발승을 거둔 김건한(삼성)과는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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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IA의 한기주는 23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1663일 만이다. 사진=MK스포츠 DB |
그 시작은 좀처럼 끝날 줄 몰랐다. 안타(아두치)-볼넷(최준석)-안타(황재균)-안타(박종윤). 첫 아웃카운트도 아두치의 도루 실패로 힘겹게 잡았다. 합의 판정까지 가는 끝에. 그나마 안타 3개 및 볼넷 3개를 주고도 2실점으로 막았다. 33개의 공을 던지고서야 1회를 마쳤다.
흔들리는 한기주를 뒤에서 잡아준 건 동료들이었다. 2회 4안타 및 서동욱의 3점 홈런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노수광까지 3회 홈런을 쳤다.
한기주가 3회 최준석에 2점 홈런을 허용했으나 KIA는 5-4, 1점 차까지 몰린 리드를 지켜줬다. 포수 이성우가 황재균의 파울 타구를 아슬아슬하게 잡더니 브렛 필을 대신해 1루수로 나선 김주형은 박종윤의 직선타를 처리해 한기주의 부담을 덜어줬다. 이어 4회 및 5회 대거 7점을 올리며 점수 차를 벌렸다.
12-4로 앞선 5회, 한 이닝만 막으면 승리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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