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팽팽한 흐름으로 전개될 것이라던 준플레이오프 1차전. 예상외로 LG의 완승으로 끝났다. 기회를 누가 잘 살렸고, 위기를 누가 잘 막았는지에 따라 희비가 갈렸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 승리팀의 플레이오프 진출 확률은 84%. 더욱이 LG가 1,2차전 중 1경기만 이겨도 승산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승리의 여신은 LG에게 미소 짓고 있는 것일까.
그렇지만 5경기 중 딱 1경기만 치렀다. 넥센이 탈락하려면 2번을 더 져야 한다. 그리고 3번을 이기면 LG가 아니라 넥센이 마산행 버스에 탑승한다. 범위를 좁혀 2009년 이후 7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마지막에 더 웃은 건 1차전 승리팀(3번)이 아니라 패배팀(4번)이었다.
넥센은 2차전에 ‘에이스’ 밴 헤켄을 내세운다. 반격의 실마리를 풀 열쇠다. 밴 헤켄은 지난해 LG전 4승 평균자책점 1.89로 강했다. 1승 1패로 맞춘다면, 누구도 유리하지도 불리하지도 않다. 내리 3경기를 쓸어 담을 수도 있다.
염경엽 감독도 “포스트시즌 첫 경기라 선수들이 긴장을 했다. 오늘 패했으나 경기는 아직 많이 남았다”라며 반격을 예고했다. 어차피 상대보다 1승만 더 하면 된다.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한국시리즈 등 모든 시리즈에서. 먼저 졌다는 게 꼭 치명적인 상처는 아니다.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 패했지만 이후를 기대케 하는 긍정의 요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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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은 13일 LG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안타 11개를 쳤다. 1득점도 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 답답함은 이틀 전의 LG도 겪었다. 예열은 끝났다. 김하성(사진), 윤석민, 김민성, 이택근은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사진(고척)=옥영화 기자 |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1점도 못 냈다. 역대 포스트시즌 최다 안타 무득점 패배 신기록이라는 불명예도 안았다. 넥센은 안타 11개를 쳤다. 볼넷 2개도 얻었다. 2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주자가 나갔으면 7번의 이닝에는 득점권 찬스를 만들었다. 잔루만 무려 13개였다(LG는 5개).
넥센은 지난 9일 사직 롯데전 이후 4일 만의 실전이었다. 짧은 기간이긴 해도 LG보다 감각이 떨어질 수밖에. 엇박자 속 득점에 실패했지만 안타를 꾸준하게 쳤다는 건 긍정의 요소다. 우려보다는 나았다.
LG는 와일드카드 결정전 2경기에서 3득점에 그쳤다. 안타는 14개였다. 2차전에는 9회 1사 만루서 대타 김용의의 끝내기 희생타가 터지기 전까지 5번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잔루 12개). 희생타도 쉽지 않았다. 이틀 후의 넥센처럼. 반대로 이틀 후의 LG처럼 넥센도 바뀔 수 있다. 예열은 끝났다.
염 감독은 “야구는 찬스를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 위기를 막느냐 못 막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타선이 그래도 조금 살아난 것 같아 다음 경기에 대한 기대를 가질 수 있게 됐다. (1회 만루서 병살타를 친)김민성도 다음 타석에 안타(멀티히트)를 쳤다. 타순 변화는 없을 것이다. 터지고 안 터지고의 차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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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의 박주현은 팀 내 LG전에 가장 우수한 기록을 올렸다. 그리고 포스트시즌 첫 경험에서 그 강점을 잘 살렸다. 사진=MK스포츠 DB |
넥센은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목표한 3실점보다 배 이상 많이 기록했다. 선발투수 맥그레거(5이닝 4실점)가 고비를 이겨내지 못했다. 6회부터 가동된 불펜은 3점을 더 허용하면서 반전은 더욱 어려워졌다.
준플레이오프의 또 다른 열쇠인 김상수의 2실점은 넥센에게 고민거리. 오주원도 7회 1점을 허용했다. 매끄럽지 않은 연결이었다. 그래도 마정길은 추가 실점 위기를 넘겼다. 특히, 8회 등판한 박주현은 2이닝 2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했다. 포스트시즌 첫 경기치고 배짱 있는 피칭이었다.
염 감독은 “박주현의 호투로 불펜의 활용 폭이 커졌다”라고 했다. 박주현은 팀 내 LG전 평균자책점이 가장 낮다. 1점대(1.96)다. 박주현의 구단별 성적 중 SK(1.13) 다음으로 우수하다. 박주현은 “LG전이 자신있다”라고 했다. 새 판을 짠 넥센 불펜의 활력 요소가 될 수 있다.
마무리투수 김세현을 아꼈다. 0-7의 스코어에 감을 익히기 위해 김세현을 굳이 쓸 이유는 없었다. LG가 보여줬듯, 포스트시즌에 ‘지키기’는 매우 중요하다. 세이브 1위(36)를 차지한 김세현은 지난 9월 10일 고척 두산전 이후 무실점(7경기 7이닝) 행진.
염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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