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황석조 기자] 지난달 12일이었다. 한창 KBO리그 준플레이오프가 펼쳐지던 때. KBO관계자는 돌연 긴급하게 무엇인가를 발표했다. 내용은 일본과 대만이 예상을 깨고 24세 이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회 때 와일드카드 3장을 사용했다는 소식. KBO는 뒤이어 그럼에도 선동열(54) 대표팀 감독은 대회 취지를 고려해 와일드카드 미사용 의지를 내비쳤다고 덧붙이며 우리 대표팀은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당시 한국은 최종엔트리를 발표한지 이틀이 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굉장히 커다란 이슈였지만 한창 달아오른 준플레이오프로 인해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사건 중의 사건이었다.
이처럼 오는 16일부터 일본 도쿄에서 열리는 24세 이하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대회를 맞이하는 한국, 구체적으로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은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다. 특히 와일드카드 기용 문제가 그렇다. 코칭스태프 구성 초기 만해도 포수 등 경험이 많은 선수가 부족한 포지션에 베테랑 선수를 기용하는 방안이 적극 고려됐지만 점점 기조가 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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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사진) 대표팀 감독이 일본 변수 팀 내 변수에도 불구하고 이번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 엔트리에 와일드카드를 기용하지 않기로 정했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그런 와중 일본과 대만이 돌연 와일드카드를 포함시켰다. 대만이야 예상된 행보지만 일본은 반전이라 부르기 충분했던 놀라웠던 일. 일본에 네트워크가 많은 선 감독이었음에도 쉽게 예상하기 힘든 반전이었다. 소위 빅네임이라 부를만한 거물이 합류한 것은 아니지만 자국 대표팀의 경험부족을 상쇄할만한 행보였다.
우리 대표팀 입장에서 다급하고 곤란해질 순간. 엔트리 조정은 가능했지만 불과 이틀 전 최종엔트리를 발표한데다가 와일드카드에 대한 부정적 입장까지 전했다. 그렇다고 무시하고 가기에는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고민됐다. 아무리 친선대회라지만 대만전, 더 나아가 일본전에 대한 팬들의 인식은 막상 대회가 진행되면 달라지는 부분이 많았다. 대표팀 입장에서 포수 등 몇몇 포지션은 정말 경험 적은 선수만이 포함되기도 했다. 고민이 적지 않았을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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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 감독이 이끄는 이번 대표팀은 젊은 선수들로 대다수 꾸려져 현재보다 미래를 보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사진(잠실)=옥영화 기자 |
대회가 임박해 지난 4일부터 본격 소집 및 훈련에 돌입한 대표팀. 선 감독은 이번에도 “25명 엔트리 중에 도쿄돔 경험한 선수가 한 명도 없다. 길게 생각하면 도쿄 올림픽을 봐야 한다”며 “와일드카드를 쓰지 않은 이유 중 한 가지는 여기 있는 선수들이 우리 야구의 미래기 때문. 이 미래들을 한 사람이라도 도쿄돔에서 더 경험 쌓게 하는 게 내 꿈이다. 앞으로 욕심 같아서는 25명 모두와 (올림픽을) 함께 하고 싶다. 대회 시점에 가서 최고의 멤버를 뽑는 게 당연하지만 그 때까지 잘해준다면 25명 계속 갈 수도 있다”고 더 강한 어조로 밝혔다. 선 감독의 신념이자 주장은 변함없이 “미래, 도쿄올림픽”에 맞춰져 있던 것이다.
선 감독의 소신이 허투루 들리지 않은 데에는 각종 변수에도 입장을 변화하지 않았기 때문. 훈련 첫 날 내야수 하주석이 발목 쪽 부상을 당해 자칫 엔트리교체여부까지 고려될 변수가 생겼음에도 “상황을 봐야겠지만 (상태가) 괜찮고 본인 의지가 있다면 (하)주석이와도 끝까지 대회를 함께하고 싶다. 3루수 기용도 고려했지만 수비가 어렵다면 지명타자나 대타 기용도 가능하다”고 말했을 정도. 결과적으로 하주석은 MRI 진단 결과 이상무 판정을 받고 10일부터 훈련에 다시 합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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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동열(왼쪽) 감독은 여러 변수에도 불구하고 거듭 와일드카드 사용에 대해 필요하지 않다고 역설했다. 사진(고척)=김재현 기자 |
그러나 대표팀은 변화 없이 처음 그 입장으로 대회를 치르겠다는 각오를 거듭 밝히는 중이다. 일본의 반전에도, 대표팀 내 변수에도 불구하고 대회 의미를 잊지 않았다. 야구계 전반에서는 선 감독의 소신과 안목에 대해 의미 있는 행동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여론 또한 이와 같은 대표팀 행보를 지지하는 뜻이 많다. 그러나 매번 국제대회가 그렇듯 결과가 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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