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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푼돈 장난치는 놈들을 사람들은 사기꾼이라고 부르지. 10억, 100억이 됐을 때는 경제사범이라고 높여 불러줘.'
정관계를 넘나드는 인맥, 화려한 언변으로 수만 명에게 사기를 친 다단계 사기꾼을 다룬 이야깁니다. 그런데 이런 영화 같은 장면이 우리 사회에 재현됐습니다. 100억 원대 사기 혐의로 구속된 '가짜 수산업자' 김 씨가 주인공입니다. 등장인물도 화려하죠. 정치인, 부장검사, 경찰 간부, 언론인 등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왜 이들은 파렴치한 사기꾼에게 농락을 당했을까요?
과거 푼돈이나 가로채는 '잡범'이었던 그는 교도소에 들어갔다 2017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한 뒤 '거물급 사기꾼'으로 변신합니다. 그의 문어발식 인맥은 교도소에서 만난 언론인 출신 송 모 씨로부터 시작되죠.
이 과정에서 고가 외제차를 타고 다니며, 배를 스무 척 이상 가진 천억 원대 포항의 재력가로 위장합니다. 그에게 걸려든 인사들의 공통점은 '금품'과 '사진'입니다. 그는 명품시계와 골프채, 고급 수산물 등을 선물하고 증거확보 차원에서 사진을 찍어 옴짝달싹 못 하게 만들었거든요. 이런 수법으로 인맥을 구축한 김 씨는 김무성 전 대표 친형에게 '오징어 사업으로 원금을 4배 이상 불려주겠다.'고 속여 돈을 뜯어내는 등 올 1월까지 7명으로부터 116억 원을 가로챘습니다.
김 씨 사건은 청와대까지 불똥이 튀었습니다.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어제 '김 씨의 특사 과정이 석연치 않은 정도가 아니고 말이 안 된다. 청와대, 특히 민정수석실 책임이 크다.'며 청와대를 향해 칼날을 곧추세웠죠.
이번 사건을 보면서 많은 국민들이 적잖이 놀랬습니다. 금품이나 향응을 받으면 처벌하는 일명 김영란법이 2016년 시행됐음에도, 학교 선생님들은 학생에게 음료 하나 받지 못하고 있음에도, 그들은 바뀐 게 없었거든요. 과연 경찰이 김 씨와 관련해 시중에 떠도는 얘기들을 어디까지 확인할지 지켜봐야겠습니다.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사기꾼에 농락 당한 그들'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