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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데뷔 앨범 ‘첫 번째 소풍’을 발표한 유승우는 바쁜 스케줄로 인한 피곤함도 잊은 채 “마냥 좋다” 했다. “몸은 힘들지만 힘들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너무 되고 싶었던 가수가 됐고, 음악 하는 분들도 주위에 많이 생겼으니까요.”
방송국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정준하, 자신에게 트위터 멘션을 보내 온 하하가 ‘무한도전’ 속 연예인들로 보이는, 아직은 스스로가 가수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평범한 고교생이지만 유승우를 향한 대중의 관심은 예사롭지 않다. 벌써부터 세대를 초월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데, 특히 누나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앨범에 대한 반응도 심상치 않다. 선 공개한 ‘너와 나’, 타이틀곡 ‘헬로’는 봄 분위기를 타고 대형 가수들의 컴백 러시에도 불구, 차트 롱런 중이다. ‘한심한 남자가 부르는 노래’, ‘서툰 사랑’ 등 두 곡의 자작곡 역시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가히 ‘슈스케’가 낳은 천재소년이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데, 유승우는 “부담스럽다”며 손을 저었다. “저는 천재소년이 아니에요. 곡 쓰는 면도 그렇고, 여러 면에서 천재가 아니죠. 진짜 천재들도 많은데요. 모두가 인정하는 호칭도 아닐 거란 걸 저 역시 알고 있고요. 설령 모두가 인정한다 해도 저는 인정하지 않으니, 천재소년은 아닌 거죠.”
다만 그는 스스로 “음악이 좋아 가수를 꿈꿨던” 소년이라 했다. “전 ‘슈스케’가 아니었어도 가수가 됐을 거예요.” 왜 가수가 되고 싶었냐는 질문에 대한 답은, 그저 가수만을 꿈꿔왔던 그에게 중요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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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로이킴, 딕펑스, 홍대광 등 나란히 주목을 받다 먼저 데뷔한 ‘슈스케’ 출신들과도 경쟁을 벌여야하는 상황을 만났다. 하지만 유승우는 생각보다 더 담담했다.
“형들이 잘 되는 걸 보면서 이기고 싶다는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봤어요. 제 음악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에 더 관심이 가죠. 우리끼리는 경쟁이라기보다는 가족 같아요. 형들에게 배울 점도 많고, 함께 하는 것 자체가 재미있고요.”
자칭 ‘애늙은이’라는 유승우는 보편적인 열 일곱 살의 그것과 다른 자신의 음악 취향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2년 전, 중3 이맘때 쯤 기타를 잡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문세 선생님, 김광석 선생님의 음악을 접하게 됐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옛날 음악들을 듣게 됐어요. 요즘은 다시 통기타 붐이 일어났기 때문에 (취향의) 격차는 그렇게 크진 않은데, 제가 그 노래들을 들을 땐 친구들이 ‘이렇게 촌스러운 음악이 있느냐’고 했었죠. 그런데 이젠 그 친구들도 ‘먼지가 되어’, ‘잊어야 한다는 마음으로’, ‘그날들’ 같은 노래를 ‘이런 좋은 노래가 있었구나’ 하며 듣고 있죠. 관점이 달랐던 것 같아요. 아무래도 유명 연예인들이 부르면 더 좋다고 느끼는 것도 있는 것 같고요.”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어린 나이에 통기타를 들고 나선 유승우는 자연스럽게 세대간 연결고리가 됐고,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일종의 사명도 갖게 됐다. 하지만 어쿠스틱 장르만을 고집할 생각은 없다. 오히려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여주고 싶다 했다.
“특정 장르만을 고수한다면 더 많은 대중과 교감하기 어렵지 않을까요. 저 스스로 다양한 장르를 좋아하기도 하는 만큼 장르적으로는 넓게 가고 싶어요. 그래서 제일 존경하는 가수는 김건모 선배님이세요. 레게, 발라드, 댄스 등 다양한 음악을 하시잖아요. 선배님처럼 길고 넓게, 다양한 음악을 하는 국민가수가 되는 게 제 최종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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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찬 꿈을 간직했기 때문일까. 유승우는 국내외 내로라하는 뮤지션들이 함께 하는 안산벨리록페스티벌 라인업에까지 이름을 올렸다. 아직은 콘서트도, 록페스티벌도 생경한, ‘슈스케’로 무대에 서기 전까지는 콘서트를 관람한 경험도 없었다는 유승우지만 “환호성이 넘치는 무대를 상상하고 있다”며 빙긋 웃었다.
데뷔 쇼케이스 직후 유승우에게는 ‘남자 아이유’라는 칭호도 붙었다. 마치 아이유의 데뷔 때를 보는 듯 하다는 것인데, ‘국민여동생’으로 큰 사랑을 받던 아이유와의 연관에 대해 “뭔가 있는 것 같고, 친해지고 싶다”고 했다.
아이유처럼 유승우도 ‘국민남동생’이 되는 건 어떻겠느냐 묻자 흔쾌히 “OK”를 외친다. “지금은 제가 어리니까 ‘국민남동생’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면 저에게는 제일 좋은 거잖아요. 국민가수가 꿈인데, 어린 시점에서 국민남동생이 된다는 건 정말 좋은 일이죠 하하.”
그렇다면 유승우에게 유승호란? 어떤 질문에도 거침없이 답변을 이어가던 유승우였으나 0.5초 정도 머뭇거리더니 이내 “부러운 존재”라며 작아진(?) 모습을 보였다.
“유승호씨는 그냥 다 부럽죠. 얼굴도 잘 생기시고 성격도 좋으시고 키도 크시고, 주위에서 다 좋아하시고… 배울 점이 많은 분이죠. 하하.”
그렇지만 이제 유승호도 군필 상남자(!) 대열에 접어들었으니 이제 ‘국민남동생’ 타이틀은 자연스럽게 유승우에게 넘어올 것으로 전망된다. (그리고 좋아하는 메뉴를 묻자 “(조공을) 노리는 건 아니지만 초밥”이라고 능청스럽게 답하는 그의 대기실은 아마도 머지 않아 풍성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사진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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