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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유철(41) 감독은 ‘축구 개발’이라고 했다.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이야기를 담은 전편 ‘비상’에 이어 이번에도 축구와 관련한 다큐멘터리를 내놨는데 축구는 젬병이라니…. 임 감독은 유쾌하게 웃었다. “저는 축구 보는 걸 좋아해요. 하지만 모든 사람이 축구를 잘할 필요는 없잖아요.”
6일 개봉한 영화 ‘누구에게나 찬란한’은 국내 최초의 지역아동센터 유소년 축구단 희망FC의 6년간의 여정을 담은 축구 다큐멘터리 영화로 희망FC의 성장과 그들을 이끌어주는 김태근 감독의 가슴 벅찬 성장기를 담은 작품이다.
상당한 시간이 소비됐다. 힘든 일도 많았다. 특히 희망FC팀을 이끈 초대 감독인 박철우 감독이 하차했을 때는 ‘멘붕’이었다. 따지고 보면 전체 영화 촬영 기간 중 4년 5개월을 박 감독, 6개월을 김태근 감독과 함께했다.
“영화를 위해서라면 박철우 감독님이 있어야 했는데 안 됐어요. 나중에 김태근 감독님이 들어오는 과정도 쉽지 않았죠. ‘박철우 감독님 팀인데 내가 와서 뭔가를 했다고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더라고요. 잘 설득해서 같이 가자고 했는데 두 과정이 정말 힘들었어요.”
시련은 또 있었다. 완성된 영화는 모니터링을 했던 투자자나 주위 친한 영화감독, 드라마 작가, 선수들에게 혹평을 들었다. 1년 동안 편집에 매달렸다. 7차 편집본까지 나왔다. 이때 배우 김남길의 내레이션이 삽입됐다.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코리아 시네마스 케이프 관객상을 받고 나서 이후에 김남길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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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에게나 찬란한’은 제작비가 그리 많이 들지 않았다. 그럴 수도 없었다. 중계 카메라를 사용할 자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경기중에 들렸던 현장음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도 김남길은 또렷하게 이야기를 전달, 영화를 즐기게 만드는 역할을 온전히 해냈다. 임 감독이 만족하는 부분이다.
임유철 감독은 이 영화 시작의 목표가 뚜렷했다. “처음 시작이 이 친구들을 선수로 길러내려고 했던 건 아니에요. 세상이 혼자가 아니라는 것, 자기 포지션이 무엇인지 가르치고 싶었죠. 자기가 가난하다는 것을 알고 있는 아이들이 많았는데, 포기하려는 아이들에게 뭔가를 할 수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어요.”
어떤 주문도 일절 하지 않았다. 그는 “방송 다큐멘터리를 제작할 때 주문을 하기도 했는데 그 장면은 못 쓰겠더라”며 “주문을 하면 사람이 기다리더라. ‘다음 주문이 뭐가 오겠지’라는 생각을 해 어색했다”고 짚었다.
시사 문제를 다루는 TV 다큐, 월간 스크린 기자, 오마이뉴스 기자 등 다양한 이력을 가진 임 감독. 이미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다음에도 축구 이야기를 할까. 다른 운동들도 많은데 시선을 돌려도 될 것 같다고 하자 고개를 저었다. “단순히 스포츠의 매력만을 소개하는 건 관심 없어요. 삶에 대한 메시지가 맞닿아 있을 때 촬영을 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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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욕심이 있다. “영화가 극장에서 내린 뒤 고맙다는 말을 듣고 싶어요. 그게 유일한 욕망이에요. ‘내가 키워줬잖아. 고마워해’의 의미가 아니라 내가 취재한 사람들이나, 억울해했던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고마워하면 그걸로 보람을 느끼는 것 같아요. ‘비상’ 때 장외룡 감독은 지금도 고맙다고 하죠.(웃음)”
jeigun@mk.co.kr/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