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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표를 찍으러 왔다. 거리 3부작일 수도, 강남 3부작일 수도 있다. 혹은 폭력 3부작이라고 해도 좋다. 강남의 시원을 말하는 영화로 권력이 폭력을 어떻게 휘두르는지 보여주겠다.”
유하 감독은 12일 서울 압구정CGV에서 열린 영화 ‘강남1970’ 제작보고회에서 이처럼 말했다.
내년 1월 21일 개봉하는 ‘강남1970’은 유하 감독의 10년에 걸친,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에 이은 거리 3부작 완결편이다. 강남 땅 개발이 시작되는 1970년대를 조명한다.
유 감독은 “1974년 강남에 처음 이사를 갔다. 문화적 충격이 컸다. 아무것도 없는 벌판에 도시와 농촌이 공존하며 도시가 움트고 있었다”며 “그 영향이 시에서나 영화에서 표현된 것 같다. 누구나 유년기의 추억이 있듯 나는 강남의 추억을 갖고 있다”고 연출 계기를 설명했다.
이어 “지금 현실은 열심히 해도 땅을 가꾸지 못하고, 올바르게 살면 손해를 보는 세상이다. 이번 영화는 70년대의 땅 투기 광풍과 정치권의 결탁을 통해서 천민자본주의 단면을 반추해보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유 감독은 ‘말죽거리 잔혹사’를 통해 제도 교육이 어떻게 폭력성을 키워내는지를, ‘비열한 거리’에서는 돈이 폭력성을 어떻게 소비하는지를 다뤘다. 모두 강남이 배경이었다.
이번 영화에는 권력이 폭력을 소비하는 메시지를 담았다. 온갖 음모와 술수가 판치는 세상을 표현하기 위해 두 주연배우의 어깨가 무거웠다.
이민호는 극 중 김종대 역을 연기했다. 가진 것은 싸움 실력뿐인 고아 출신으로 강남 개발 이권다툼에 맨몸으로 뛰어든다. 87년생인 그가 70년대를 연기하는 것은 어려웠다. 게다가 2008년 ‘울 학교 이티’ 이후 6년 만의 스크린 복귀다.
이민호는 “70년대가 내겐 사극이다. 내가 태어날 때 강남은 이미 부자동네였다. 갈 때 차려입고 가야할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라며 “70년대 강남은 아무것도 없는 황무지였다. 그 자체가 충격이어서 적응하기 어려웠다. 강남이 어떻게 만들어지게 됐는지 공부하는 마음으로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6년 만의 영화 출연에 대해 “내가 무언가를 책임질 수 있는 나이가 되면 영화를 다시 하고 싶었다. 이제 20대 후반이다. 책임감이 생기니 작품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면서도 “감독님 몰래 해외스케줄을 다녀온 건 죄송하다. 그게 아니었다면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아쉽다”고 고백하며 반성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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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오태식은 난폭함을 깊이 숨겨둔 순수하고 착한 청년이다. 백용기는 태생부터 생활 자체가 난폭하고 비열한 인물이다. 영화를 보면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고아 출신의 두 젊은이는 이권다툼의 최전선에서 정치권력의 행동대원이 돼 목숨을 걸고 싸운다. 청춘이 폭력과 만나는 드라마를 그린다. 돈과 땅이 얽힌 조직원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액션신이 빠지지 않는다. 잔인한 장면도 많다. 그래서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이런 의도가 담긴 장면이 ‘진흙탕 싸움’이다. 전작 ‘비열한 거리’ 중 굴다리 밑 격투 장면과 비슷하다. 다만 스케일이 커졌다. 촬영기간 7일, 물 800톤, 엑스트라 150명을 동원했다.
유하 감독은 “땅이 투기의 대상이 된다는 것 자체가 짙은 그림자였던 시절이 70년대다. 황토빛 땅과 그 속의 인간의 욕망을 담고 싶었다”
“중심에 편입되지 못하고 배회하는 청춘의 초상”을 그렸다는 유하 감독. 폭력성과 야수성에 싸인 이민호와 김래원. 강남을 중심으로 권력과 폭력이 뒤엉킨 세상을 세 사람이 어떻게 보여줄지 ‘강남1970’에 대한 영화 팬들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사진 유용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