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마을은 지리산의 산군(山君)으로 두려움과 존경의 대상이자,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인 대호를 찾아 몰려든 일본군 때문에 술렁이고, 도포수 구경(정만식 분)은 대호 사냥에 열을 올린다.
조선 최고의 전리품인 호랑이 가죽에 매혹된 일본 고관 마에조노(오스기 렌 분)는 귀국 전에 대호를 손에 넣기 위해 일본군과 조선 포수대를 다그치고 구경과 일본군 장교 류(정석원 분)는 자취조차 쉽게 드러내지 않는 ‘대호’를 잡기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명포수 만덕을 영입하고자 한다. / ‘대호’
[MBN스타 손진아 기자] “체력보다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관록의 배우 최민식도 영화 ‘대호’는 쉽지 않은 도전이었다. 호랑이 김대호 씨가 100%로 CG를 통해 완성된 터라, 오로지 머릿속에 그린 대호와 교감하며 연기해야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최민식은 김대호 씨와의 완벽한 호흡으로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냈고, 촬영 내내 단 한 번도 마주하지 못했던 대호와 완벽한 그림을 완성했다.
‘대호’는 일제강점기, 더 이상 총을 들지 않으려는 조선 최고의 명포수 천만덕(최민식 분)과 조선의 마지막 호랑이를 둘러싼 이야기를 다룬 작품으로, 호랑이와 호랑이 사냥꾼의 이야기이자 자연과 사람에 대한 이야기를 그려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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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천만덕으로 분한 최민식은 몇 달 간 산 속에 갇혀 ‘대호’에 집중했다. 그의 노고는 영화만 봐도 알 수 있다. 무거운 총을 맨 채 설원을 뛰고 구르는 것은 물론, 눈보라 치는 산 속을 가로지르며 절벽을 맨손으로 오르내린다. 스크린 밖으로까지 느껴지는 그의 고생에 대해 언급하니 최민식은 “운동도 되고 좋다”라며 껄껄 웃었다.
“고생이야 어쩔 수 없다. 다 예상했던 것이기 때문에.(웃음) 산에서 촬영하면서 정말 좋았던 게 폐가 깨끗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등산을 따로 안 해도 된다. 산을 타고 나면 밥도 맛있고, 술도 달아진다. 한바탕 땀 흘리고 나면 그런데서 오는 위안이 있다.”
‘대호’는 천만덕과 김대호 씨를 중심으로 지리산에 깃들어 살아간 당시 사람들의 삶을 풀어낸다. 무엇보다 ‘대호’의 가장 큰 관심사는 CG의 퀄리티였다. 모 아니면 도가 되는 상황에서 100% CG로 구현된 호랑이 김대호 씨는 인간과 교감하며 섬세하고 이질감 없이 그려졌고, 호랑이의 감정이 관객에게까지 그대로 스며들게 만들었다.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 CG는 자연스럽게 최민식과 김대호 씨의 케미도 더했다. 극 중 대립 관계로 등장하는 듯 하지만 이야기가 흘러갈수록 운명공동체임을 알 수 있게 만드는 천만덕과 김대호 씨는 자연의 법칙을 따라가며 헛된 욕망에 지배된 적 없는 모습부터 제 몸보다 가족을 더 귀하게 여기는 모습까지 두 캐릭터의 운명이 강렬한 드라마를 완성했다.
“앞에 아무것도 없으니 순전히 촬영팀의 계산, 연기의 계산이 필요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대호를 상상해가면서 연기해야 하는 게 힘들었다. 매 장면마다 이때쯤 호랑이가 포효하는지, 어떻게 움직이는지 등을 하나하나 챙겨서 가야만 했다. (상대가) 어떤 식으로 리액션을 할 것이냐 그걸 계산해야 하는데, 물리적인 교감부터 감정선까지 참 막막했다. 대호가 말을 하는 게 아니었기 때문에 100% 상상력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정확하게 찍어서 CG팀에 넘겨줘야만 했다. 체력보다도 정신적으로 더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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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상상과 계산된 연기에만 의존해 김대호 씨와 호흡을 마무리한 최민식은 CG팀에게 고마운 마음을 덧붙였다. 그는 ‘대호’ 전면에 나서는 건 김대호 씨라 생각했고, CG로 만들어진 호랑이가 얼마나 완벽하게 구현되느냐에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던 상황에서 스크린을 통해 모습을 드러낸 호랑이가 자신의 상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호가 고양이처럼 나오면 그건 망하는 것이지 않나. 영화를 처음 봤는데 상상 속의 이미지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총에 맞아 숨을 몰아쉬는 느낌들이나 피 흘리며 컥컥 거리는 모습 등을 상상하면서 연기했는데 그 느낌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영화를 보고 (CG팀에) 더 고마웠다. 완성된 김대호 씨를 보니 로또 맞았을 때의 느낌이랄까. 껄껄. 정말 좋았다.”
연기 27년차 베테랑인 최민식은 현장에서 존재 자체만으로도 든든한 대선배다. ‘대호’의 현장 분위기는 먹먹함을 끌고 가는 영화 분위기와는 정반대였다. 여러 선배 배우가 함께하는 현장에 다소 무거운 기운이 감돌수도 있었지만 항상 웃음이 가득했다. 최민식의 수년간 경험을 통해 얻은 노하우와 후배들에 대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순간이기도 했다.
“어느덧 고참이 되지 않았나. 내가 무게를 잡고 있으면 분위기가 썰렁해진다. 눈치보고 그런 분위기를 못 견딘다. 그래서 괜히 더 장난치고 시비 걸고.(웃음) 책임감이랄 것까지 없지만 어차피 현장에선 모두가 힘들다. 표출한들 해소도 안 된다. 그래서 오히려 내가 웃자고 생각했다. 힘들더라도 웃으면서 하자! 그런 생각 말이다. 껄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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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옥영화 기자 |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