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손진아 기자] 영화 ‘귀향’은 우리의 아픈 역사를 다루고 있는 영화다. 관람 후에는 분명 역사를 되새김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지만, 한편으론 다소 불편하지 않을까, 너무 아프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극장으로 발길 옮기기를 머뭇거리는 관객도 있다.
‘귀향’을 연출한 조정래 감독은 할머니들의 넋을 기리고 비록 영으로나마 고향에서 함께 살았으면 좋겠다는 의미를 전달하는데 중점을 두었고, 수위 조절에도 집중했다. 증언집 내용을 그대로 영화화하면 볼 수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을 거라고 밝힌 그는 “사실 영화에 그려지는 이야기는 위안부 증언집에 비하면 강도가 1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실제로 증언집을 보면 몇 페이지 넘기지 못한다. 너무너무 끔찍한 기록이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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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혈안 돼있던 일본군의 잔인함을 여지없이 증언하며 소녀들의 참혹한 삶을 다룬 ‘귀향’은 아픈 우리의 역사를 새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영화 보기에 앞서 찾아오는 불편함을 딛고 나면 분명한 얻음이 찾아온다. 조 감독은 아직 용기를 내지 못한 예비 관객들에게 말한다.
“관객들의 몫이지만 이 영화를 보신 관객들에게 그간 고통 속에서 돌아가신 할머니들에 대해 기리고 그 아픔들을 공감하는 마음을 나눠주셨으면 더 바랄 것 없다. 어떻게 보면 모든 분들이라고 표현하면 모든 분들이겠지만 영화를 만들 때 어떤 타깃을 정하진 않았다. 다만 꼭 봐주셨으면 하는 바람에 의해 노력한 것은 있다. 평범한 일본 시민들이 봤을 때 이 영화를 동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목표였다. 왜냐하면 그래서 나온 장치가 일본어에 대한 집착, 리얼리티에 대한 추구였다. 한국어를 아무리 잘하는 외국인도 들어보면 어색하지 않나. 그런 것들이 영화의 완성도를 깨게 만드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일본인들이 이 영화를 봤을 때 너무너무 화가 나고 동의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일본어가 완벽한 걸 보면서 일본인들에 대해 무시하지 않는다는 그런 생각이 들게끔 하고 싶었다. 그 사람들이 변해서 일본정부의 잘못된 방향을 돌릴 수만 있게 된다면 그것은 또 하나의 큰 계기가 되지 않을까 했다.”
이준익 감독은 “부끄러운 역사를 들추기 싫어하는 회피심 때문이다. 또 부끄러운 역사를 가리고 싶은 비겁함 때문이다. 그러면 또 다시 반복된다. 부끄러운 역사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피하면 안 되는데, 우리는 자꾸 피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광고 최태성 교사 역시 아직 ‘귀향’을 보지 못한 예비 관객들에게 “사실 ‘귀향’은 실화를 바탕으로 한 것이지만 실제는 더 힘들지 않았을까 싶다. 영화라는 한 장면을 통해서 그 시대를 기억하는 작은 몸짓이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겪었던 그 시대의 아픔을 함께 기억하는 작은 몸짓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힘들겠지만 한 번쯤 보고 ‘역사에서 이런 일들이 있었고 다시는 이런 일들이 반복돼서는 안되겠구나’라는 생각을 가져주셨으면 한다”고 전했다.
손진아 기자 jinaaa@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