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동그란 눈망울에, 아기 같이 귀여운 입매, 넘치는 애교. 배우 송하윤을 떠올리면 자연스럽게 그려지던 얼굴이었다. 그랬던 그가 ‘독하게’ 변했다. 누구보다 억척스럽고, 때로는 냉정하게, 때로는 절절하게 말이다. 새로운 송하윤을 드디어 ‘발견’하게 된 거다.
송하윤은 MBC 주말드라마 ‘내 딸 금사월’에서 주오월(이홍도) 역을 맡아 시청자들에 제대로 눈도장을 찍었다. ‘악의 축’ 오혜상(박세영 분)에 의해 모든 걸 잃고 복수를 감행하는 주오월 덕분에 시청자들의 응원을 한 몸에 받았다. 그는 “그렇게 될지 전혀 몰랐다”고 웃음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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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일주일 중 6일은 촬영, 나머지 하루는 대본 보는 날이라 촬영하는 8개월 내내 아무 것도 못했다. ‘내 딸 금사월’이 엄청 회자가 되고 주오월이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하는데, 이를 실감할 기회를 못 만났다. 촬영지도 대부분 공사장, 고물상, 골목 이런 곳이라 사람도 없었고.(웃음)”
그는 “‘내 딸 금사월’을 통해 이름을 얻었다”고 말했다. 전엔 자신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많이들 자신의 이름도 알고, 극중 이름인 주오월로 많이들 불러준다고 감사함을 전했다. 누구보다 부모님께서 무척이나 좋아하셔서 어머니와 마트를 얼른 가보고 싶다며 송하윤은 수줍게 웃는다. 하지만 그는 “전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고 하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직전에 ‘그래도 푸르른 날에’라는 작품으로 120부작 아침드라마를 했다. 워낙 감정도 쏟아내야 했던 역할인데 일일극이 많이 달라서 사고도 많이 치고, 적응하기도 어려웠다. 그 때 감독님과 스태프들이 한 번도 화를 낸 적이 없이 저를 기다려줬는데, ‘내 딸 금사월’을 하면서 비로소 ‘아, 그 때 내가 그렇게 했으면 안 됐는데’ 이런 부분들을 많이 깨닫는다. 그 드라마가 없었으면 ‘내 딸 금사월’은 전혀 못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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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내딸금사월 방송 캡처 |
한 차례 자신의 부족함을 여실히 깨달았기 때문에 송하윤은 자신의 분량에 대해 연하지 않았다. 초반에는 3분 나온 게 전부였을 정도로 비중이 적었지만 마음을 비우고 그저 촬영장에서 ‘신나게 놀자’란 생각만 했단다. 스스로를 향해 연기도, 리더십도 많이 부족하기 때문에 큰 역할은 아직 안 된다고 여겼다고.
“‘내 딸 금사월’을 시작하면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겠단 각오로 했기 때문에 분량에 대해선 별로 신경을 안 썼다. 애초에 20~30회 정도에 죽는 역할이었기 때문에 하차를 각오하고 있었고, 애 엄마고, 사투리 쓰고, 뽀글머리를 하고, 지능이 떨어지는 등 드라마적인 요소가 많은 캐릭터여서 다 내려놓고 해야겠다는 마음뿐이었다.”
그렇게 해서 억척스럽게 탄생한 주오월은 생각보다 더 오래 등장했고, ‘해결사’가 됐다. 죽는 설정도 바뀌어서 결국엔 해피엔딩의 주인공이 됐다. 여러모로 송하윤에겐 많은 경험을 하게 해준 고마운 캐릭터다. 회사에서도 조심스럽게 송하윤에 의견을 물어볼 정도로 그동안 했던 연기와 결이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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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했던 캐릭터와 완전히 다른, 어떻게 보면 ‘무서운’ 캐릭터였다.(웃음) 체구가 작고 어려보이는 이미지인데 아이 엄마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주변에서 걱정을 하셨다. 저도 ‘더 배우자’란 생각으로 주오월을 만났다. 감독님, 작가님이 정말 좋은 분들이었다. 저에 대해 미리 물어보시고는 제게 맞는 주오월을 만들어주셨다. 정말 감사했다.”
그는 ‘엄마’로 변신한 소감으로 “엄마는 위대하다”라는 말을 했다. 드라마에서도 머리채를 잡히고, 따귀도 맞는 ‘강한’ 장면들이 많지만, 송하윤은 오히려 자신이 더 적극적으로 아이디어를 내면서 연기에 임했다. 그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임시로(최대철 분)가 주오월을 질질 끌면서 차를 태워 가는 장면을 꼽았다.
“원래는 감정이 잘 안 잡혔는데 최대철 오빠가 애드리브로 ‘홍도야 울지 마라’를 하더라. 그 때 감정이 확 잡혔다. 엄청 울었다. ‘오빠 나빠요’라고 울면서 말했다.(웃음) 하지만 오빠가 제 머리채를 진짜로 잡고, 뺨도 진짜 때려주길 제가 원했다. 그래야 서러운 감정이 더 살고, 멍들고 해야 더 잘 표현이 된다. 아직 경험이 많지 않아 어설프게 표현하는 것보다 그냥 ‘맞는 게’ 낫겠더라.(웃음) 그래서 이왕 한 번에 세게 때려달라고 부탁했는데 신이 잘 나와서 다행이다.”
그렇게 고생해서 찍은 ‘내 딸 금사월’. 송하윤은 작품을 쉬지 않고 달려왔고, 120부작 드라마를 끝내자마자 50부작 드라마에 바로 투입된 이번에 ‘절정’이었다. 숨 찰 법도 하건만 송하윤은 “정말 쉬고 싶은데 감독님의 ‘액션’ 소리가 정말 좋아서 또 금세 나가고 싶다”고 웃음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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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것에 신경 안 쓰고 연기만 하면 되니까 차라리 현장에 있는 게 더 좋다. 오월이 캐릭터도 이해가 안 갔던 부분들도 간혹 있었지만 전 그냥 주오월로만 살면 됐기 때문에 힘들지 않았다. 주변에서 오히려 남편과의 관계, 사연 많은 가족사 같은 것 때문에 ‘괜찮냐’고 걱정해주시더라.(웃음) 사람들도 다 착하고 좋아서 행복한 7개월을 보냈다.”
송하윤은 “7개월 지내면 사람의 ‘본성’이 나오는데 어쩌면 그 현장에 있던 모든 분들은 끝까지 다 착했다. ‘본성’이 다들 그랬다”고 말하며 “이상해, 다들 어쩜 그렇게 착해?”라고 혼자 감탄을 했다. 현장 분위기가 어지간히 좋았던 모양인지 송하윤은 ‘내 딸 금사월’의 사람들을 한 명 한 명 꼽으며 칭찬을 했다. 그에게 이름도, 인기도 줬던 ‘내 딸 금사월’은 ‘사람’까지 주면서 송하윤에겐 ‘선물’ 같은 작품이 됐다.
“선배님들부터 동료들, 후배들까지 다들 최고였다. 선배님들은 함께 밤을 새줬고, 한 마디 말보다 행동으로 직접 보여주셨다. 또 배우들이 전혀 자기 욕심 부리지 않고 서로를 더 빛나보이게 하려고 노력하고, 뒤로 갈수록 바쁘고 힘든데도 변하지 않는 모습, 늘 웃는 모습으로 함께 하니 저 또한 겸손해지고 반성하게 됐다. 그런 모습들을 닮아 언젠가 저도 좋은 배우, 좋은 선배가 되고 싶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