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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재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NEW |
‘비스트’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잡아온 강력반 에이스 한수(이성민 분)가 대한민국을 뒤흔든 여고생 살인사건 용의자를 잡기 위해 돌진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그동안 ‘베스트셀러’(2010), ‘방황하는 칼날’(2013) 등을 통해 스릴러 장르에 두각을 나타낸 이정호 감독의 신작이다.
유재명은 극 중 한수의 라이벌 형사 민태 역을 맡았다. 민태는 한수가 마약 브로커 겸 정보원 춘배(전혜진 분)의 살인을 은폐해주는 대가로 용의자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받았다는 사실을 눈치 채고, 이때부터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 끝내 처참한 지옥도를 그려낸다.
“‘비스트’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좀체 감을 잡을 수 없었다. 표피는 범죄물이지만 그 흔한 형사들의 회식 장면 하나 없고 그들의 애환, 유머를 철저히 배제했다. 어떠한 조미료도 없이 인간의 본성을 파고드는 현실적인 영화다. 누구나 마음에 짐승을 품고 있으면서도 ‘나는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것 아닌가. ‘비스트’는 결국 인간 본성을 건드리며 정면승부를 한다. 관객들도 ‘비스트’를 보면서 스스로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사회성이라는 믿음으로 본성을 숨기고, 가면을 쓰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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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재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NEW |
유재명이 연기한 민태는 여간해서는 의중을 알기 어려운 인물이다. 극 초반에는 가장 현실적이고 냉철한 형사인 듯 보이지만 중반부를 넘어서면 그 누구보다도 욕망으로 점철된 삶을 산다. 그의 비뚤어진 욕망은 어떻게든 살인마를 잡아보겠다고 발버둥치는 한수를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자신 또한 나락으로 떨어진다. 다만 한수와 민태 사이 갈등의 개연성이 다소 휘발된 탓에 이들의 감정선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다. 그건 민태의 얼굴을 한 유재명도 마찬가지였다.
“민태에 대해서 감독님과 이야기를 나누면 더 헷갈렸다. 서로 헷갈리더라.(웃음) 민태는 그냥 태생적으로 그런 사람이다. 민태는 한수를 미워하는 게 아니라 그냥 싫어하는 거다. ‘이유 없음’ 그 자체다. 우리도 일상에서 그렇지 않나.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설득 가능한 개연성보다 민태의 성격적 결함에 집착했다. 불친절한 전사 때문에 영화를 보기 힘드실 수도 있지만 바로 그 지점 때문에 ‘비스트’만의 차별성이 생긴다.”
본인들의 영역에서 절대적 신뢰를 쌓은 유재명과 이성민의 만남도 ‘비스트’의 강점이다. 두 사람은 서로 다른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각 인물의 대립을 스릴 넘치게 구현해내며 장르적 쾌감을 안긴다. 이들이 마주치는 것만으로도 서늘한 기운을 자아내는 ‘비스트’. 유재명은 모든 공을 고스란히 이성민에게 돌렸다.
“(이성민은) 팬이자 존경하는 선배님이다. 동료로 만났을 땐 영광이었다. 이번 영화에서도 눈높이를 다 맞춰주신 덕분에 저 역시 거리낌 없이 마음껏 전부 드러내고 안도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다. 사실 연기라는 게 배우들끼리 합을 맞추는 작업인데 그 호흡이 맞지 않으면 생각보다 많이 힘들다. 그런데 이성민 선배님이 먼저 열어주고 내보내주셔서 우리의 균형이 잘 맞았다. ‘비스트’라는 결과물은 까끌까끌하게 나왔지만 현장만큼은 화기애애했다. 그 중심에 이성민 선배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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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유재명이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NEW |
끈끈한 팀워크와 별개로 유재명은 촬영장에서 고민을 이어가는 스타일이란다. 연기자라는 이름으로 살아온 지 수십 년,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신의 연기를 향한 의심의 끈을 놓지 못한다.
“사실 저는 현장에서 말없이 가만히 있는 편이다. ‘내가 해낼 수 있을까, 내 선택이 맞는 걸까’라는 생각이 들어 떨린다. 마음껏 수다를 못 떨겠더라. ‘비스트’에서는 극단의 디테일을 표현해야 하기 때문에 마음 놓고 있던 적이 없다. 배우들은 맡은 역할로 한 계절을 살다가 작품을 마무리한다. 저 역시 민태라는 한 사람으로 살아냈다.
유재명에게 끊임없는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 ‘비스트’. 작품으로 나이 들어간다는 그는 이 영화로 무엇을 남길까.
“내게 ‘비스트’는 한 살 더 나이 들게 해준 작품이다. 12월 31일처럼 말이다. 무엇보다도 많은 분들이 봐주시기를 바라는 기대와 희망이 생긴다.”
MBN스타 대중문화부 김노을 기자 sunset@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