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江澤民) 전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한 중국의 제3세대 지도부가 2000년 5월 29∼31일 중국을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게 개성공단 설립을 권고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통일부 장관을 지낸 김하중 전 주중대사는 최근 펴낸 저서 '김하중의 중국이야기' 제2편에서 이 같은 에피소드를 전했습니다.
김 전 대사는 "김 위원장이 방중 당시 장쩌민 주석과 주룽지(朱鎔基) 총리 등 중국 지도자 7명을 모두 만났다"면서 "김 위원장은 중국의 경제특구에 관심을 보이면서 신의주를 경제특구로 지정하는 데 대한 의견을 문의했다"고 썼습니다.
김 전 대사는 "중국 측은 외국 자본 특히 한국 기업들의 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그들이 돈을 벌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하며, 그렇게 하려면 38선 부근 지역을 선정하라고 (김 위원장에게) 권고했다"고 전했습니다.
구체적으로 "김 위원장이 중국 측에 신의주 개발을 설명한 바 있으나 중국 측은 신의주보다는 개성을 특구로 지정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소개했습니다.
중국 측의 조언을 들은 김 위원장도 "매우 일리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김 전 대사는 전했습니다.
실제로 개성공단은 김 위원장이 2000년 8월 정몽헌 현대 회장 측에 공단 부지로 개성을 전격적으로 먼저 제안하면서 성사될 수 있었다는 후문입니다.
이와 관련, 김 전 대사는 "후에 개성공단이 설립된 다음 중국 측이 비공식적이기는 하지만 김 위원장에 대한 중국 측의 조언의 결과로 생각한다고 한국 측에 설명했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당국자는 23일 "개성공단 조성에 중국 측의 의지가 많이 반영된 것은 사실"이라면서 "중국은 한국 사람들이 투자해야 특구가 제대로 운영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