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색 봉투에 담긴 소포에는 어른 주먹 크기 만한 백색 가루가 담긴 비닐봉지가 들어 있었습니다.
유인물도 있었습니다.
'김관진은 더러운 주둥이를 함부로 놀리지 말라, 북의 최고존엄을 함부로 건드리며 전쟁 광기를 부리다가는 민족의 이름으로 처단된다'는 문구가 쓰여 있었습니다.
누가 보냈는지 발신인 이름은 없었습니다.
지난 19일 국방부 인근 식당에서도 이런 내용의 유인물이 뿌려진 바 있습니다.
누가 보냈을까요?
북한 간첩이나 그 추종세력의 소행일까요?
아니면 누군가의 장난일까요?
섣불리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유인물 내용만 놓고 보면 최근 북한의 주장과 많이 비슷합니다.
▶ 인터뷰 : 국방위원회 정책국 성명(18일)
- "원래 남조선당국이 진정으로 대화 의지를 가지고 있었다면 우리가 충고한 대로 뒤늦게라도 우리의 존엄을 모독하는 행위를 일체 중지하고 북침 전쟁연습과 반공화국 소동을 걷어치우며 앞으로도 그러한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온 민족 앞에 확약해야할 것이었다."
▶ 인터뷰 : 김관진 / 국방부장관(2013년 3월 25일)
- "즉시에 '선 조치 후 보고'하라 몇 번 이야기했기 때문에 곧바로 원점 응징, 지원 세력 타격, 지휘 세력까지 타격이 가능하도록 …."
▶ 인터뷰 : 조선중앙TV / (2013년 4월 7일)
- "한시바삐 때려잡아야 할 우리 벌초대상입니다."
▶ 인터뷰 : 조선중앙TV / (2013년 4월 4일)
- "사실 김관진과 같은 괴뢰 군부 깡패들은 우리 혁명무력의 과녁으로 세울 일고의 가치도 없는…."
북한 조선중앙TV에서나 볼 수 있는 험한 말이 실제로 우리 땅에서 누군가에 의해 국방장관 앞으로 배달됐다는 것은 섬뜩한 일이기도 합니다.
김관진 국방 장관 테러설은 예전부터 나돌았습니다.
김 장관은 이명박 정부때부터 국방장관을 맡아왔던터라 북한의 주요 테러 대상이라는 말이 돌았습니다.
그래도 설마 일국의 국방장관에게 테러를 가해겠다는 의구심이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국방 장관 테러는 전쟁을 하겠다는 것과 다름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국방장관 앞으로 유인물과 괴소포가 배달된 것을 보면, 우리 측 주요 인사에 대한 테러는 현실이 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북한의 공격 방식이 바뀐 걸까요?
사실 북한으로서는 미사일 발사나 추가 핵실험을 할 경우 국제 사회의 더 강한 제재를 피할 수 없게 됩니다.
특히 큰형뻘인 중국이 거듭 강한 경고를 한 터라 이런 도발 행위를 할 경우 북중 관계가 크게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북한으로서는 자신들이 한 짓이라는게 잘 드러나지 않는 새로운 방식의 공격을 선택하지 않을까요?
그게 테러가 됐든, 아니면 무엇이 됐든 말입니다.
최근 북한의 협박은 잠잠합니다.
지난 한 두달 동안 북한은 정전협정 백지화 선언부터 핵 선제타격협박, 개성공단 가동 중단조치 등 하루에만 2~3건의 협박 발언을 쏟아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하루 이틀에 한번 꼴로 줄었습니다.
갖은 협박으로 미국과 우리, 그리고 중국의 대화 제의를 얻어낸 북한으로서는 더 몸값을 높이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협박 발언이 뚝 줄었을까요?
미국에서는 보스턴 테러가 발생하고, 중국에서는 쓰촨성 지진이 발생해 미국과 중국이 북한에 관심을 둘 여유가 없어졌다는 걸 알았을까요?
테러와 지진뉴스에 북한 뉴스가 묻혔으니 어떤 식으로든 관심을 끌고 싶었던 북한으로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를 만난 셈일까요?
실제로 전쟁 개시자로 불렸던 미 NBC의 리처드 앵겔 기자도 지난 18일 한국을 떠났습니다.
한반도 이슈가 더 이상 미국 방송에서 주요 뉴스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렇다고 방심할 일은 아닙니다.
태풍이 오기 전에는 바람 한 점 없듯이, 북한이 잠잠할 때가 더 위험하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전통적으로 북한은 잠잠할 때 도발을 준비했다는 겁니다.
북한이 도발에 나설 경우 인민군 창건일인 25일, 한미 연합독수리훈련이 끝나는 30일,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다음달 7일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많습니다.
앞으로 2주 정도가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김관진 국방장관에 대한 소포 배달도 그런 맥락일까요?
어제 시사 마이크에 출연했던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의 말입니다.
▶ 인터뷰 : 이호령 /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 "이 전 정부(이명박 정부) 사람, 김관진 장관은 이전 정부부터 쭉 연장돼 오지 않았습니까? 거기에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 대해서 대응을 하고 있는 사람에 대해서만 초점을 맞춰서 비난을 하는 거죠."
아직 북한의 소행이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현재로서는 한국의 국방장관에 대해 테러를 가할 상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잠잠한 가운데 드러나지 않는 북한의 공격이 있을 수도 있지만, 대담하게 무수단 미사일과 스커드 미사일을 동시에 시험 발사할 수도 있습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4차 핵실험도 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보이든, 보이지 않든 북한의 모든 위협과 공격에 대비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
한반도의 평화는 언제쯤 올까요?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