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3자 회동이 내일 열립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점점 현실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 지도자들의 만남은 국민이 바라는 바입니다.
그러나 과거 사례에서 보듯, 여야 대표와 대통령의 만남이 좋은 성과만을 내놓지는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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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것이 참여정부 시절 있었던 여야 영수회담입니다.
▶ 노무현 / 전 대통령(2005년 9월7일 청와대 회동)
- "대연정은 지역구도를 극복하자는 취지이다. 초당적 거국 내각 구성에 동의해 달라"
▶ 인터뷰 : 박근혜 / 당시 한나라당 대표
- "노 대통령의 연정 제안을 단호히 거부한다. 민생경제를 살리는 일에나 전념하라. 노선이 달라 함께할 수 없다"
공교롭게도 이때는 노무현 대통령 집권 3년차였습니다.
이번 영수회담도 박근혜 대통령 집권 3년차에 열립니다.
당시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에서 민정수석 자격으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를 영접했습니다.
주인이 손님을 맞듯 말입니다.
이번에는 두 사람의 입장이 바뀌었습니다.
문재인 대표는 청와대 비서실장으로 2008년 2월 청와대를 나온 뒤 다시 7년 만에 다시 청와대를 찾습니다.
손님 자격으로 말입니다.
당시 손님이었던 박근혜 대통령은 주인으로 문재인 대표를 맞습니다.
찾는 손님이나 맞이하는 주인이나 만감이 교차할 것 같습니다.
박근혜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 문재인 대표는 같은 연배지만 살아온 인생역정이 참으로 다릅니다.
나이는 김무성 대표가 가장 많지만, 대학 학번은 박 대통령이 서강대 70학번으로 가장 빠릅니다.
박 대통령이 당대 권력자의 딸로서 대학을 보냈다면, 김무성 대표는 부잣집 아들로서 자전거 여행을 다니며 낭만을 즐겼습니다.
반면, 가난한 집 아들로 태어난 문재인 대표는 유신 반대 시위를 하며 학생운동을 했습니다.
70년대를 살았던 대학생의 극명한 세 모습을 세 사람이 대표하고 있는 셈입니다.
묘한 인연입니다.
이 인연은 3년 뒤에도 아마 어떤 형식으로든 이어질 겁니다.
3자회동을 하루 앞둔 청와대와 여냐는 내일 테이블에 올릴 의제와 입장을 정리하느라 분주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3자회동이긴 하지만, 아무래도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주연'이고, 김 대표는 조율하는 중간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지난 대선에서 격돌했던 박 대통령과 문 대표가 선거 후 27개월 만에 처음 공식적으로 마주하는 만큼 더욱 주목받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내일 회동 성격은 박 대통령의 중동 순방 성과와 경제 살리기에 초점이 맞쳐져 있습니다.
박 대통령이 5부 요인에게 했듯이 말입니다.
▶ SYNC : 박근혜 / 대통령(3월13일)
- "국민의 힘과 마음을 하나로 모아서 경제 재도약을 이루도록 하는 데 큰 역할을 해주기를 부탁드리고자 합니다."
박 대통령은 '제2의 중동붐'을 '제2의 한강기적'으로 이어이지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며 자연스럽게 경제 재도약을 위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당부할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경제 관련 법안을 여야가 신속히 처리해 줄 것을 요구할 게 확실합니다.
하지만, 문재인 대표로서는 순순히 들어줄 수 없는 부분이 있습니다.
문 대표는 '포용적 성장'과 '소득주도성장론'을 제시하며 현재 청와대와 정부의 경제살리기 방법론이 잘못됐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 인터뷰 : 문재인 / 새정치연합 대표(오늘)
- "내일 청와대에서 박통과 회동, 문제는 경제. 우리 경제가 더 깊이 병들기 전에 경제정책 기조의 대전환 잇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강조하겠다."
정부여당에 압박을 가해 경제정책의 변화를 끌어내거나 적어도 차별화라는 선명성을 대중에게 각인시켜야 합니다.
안보 분야와 관련해서는 대북 포용정책을 놓고 이견 차가 드러날 수 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북한이 먼저 신의 있는 행동을 보여야 한다는 원칙론적 얘기를 할 것이고, 문재인 대표는 보다 과감한 포용정책으로 전환을 촉구할 것으로 보입니다.
리퍼트 미 대사 사건이 언급된다면, 묘하게도 이 부분에 대해서는 '테러는 안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종북세력이 배후냐 아니냐는 논쟁이 붙을 수도 있지만, 그 정도까지 대화가 깊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입니다.
문재인 대표로서는 고심이 큽니다.
과거 야당 대표들처럼 무조건 싸우다가 나왔다는 인상을 줘서도 안되고, 또 무조건 대통령 말만 듣고 웃으며 나왔다는 인상을 줘서도 안됩니다.
대통령과 협조할 것은 협조하고, 선을 그을 것은 그어야 하는데 그게 말처럼
40%대 지지를 회복한 박근혜 대통령과 차기 대선 주자 1위를 오랫동안 지키고 있는 문재인 대표, 그리고 차기 여권 대선주자인 김무성 대표의 만남은 묘한 긴장감과 흥미를 주고 있습니다.
내일이 기다려집니다.
김형오의 시사 엿보기였습니다.
[김형오 기자 / hokim@mbn.co.kr]
영상편집 : 신민희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