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 충남 논산 육군훈련소 생활관 내 화장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정모(21)씨가 어머니에게 남긴 편지.
18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충남 논산시 육군훈련소에서 정모(20) 훈련병이 중이염 증세를 호소하다 자살한 사건을 조사한 결과 훈련소 측의 관리 부실과 치료 미흡 등 인권침해가 있었던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에 따르면 강모(50)씨는 지난 3월 "조카(정 훈련병)가 훈련소에서 중이염 증세로 민간병원 진료를 요구했지만, 소대장 등이 꾀병으로 의심하고 폭언하는 등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상실감과 절망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사망 당시 신속한 응급조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진정을 냈다.
인권위는 정 훈련병의 편지와 메모, 참고인 진술, 의무기록지, 처방전, 훈련일지, 당직근무일지, 부검감정서 등을 종합한 결과 "피해자 질병에 대한 군의관들의 의료 조치와 처방에 대해 특별한 문제를 확인할 수는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인권위는 정 훈련병의 지속적인 민간병원 진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는 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판단했다.
인권위는 또 정 훈련병이 국군대전병원 진료 후에도 다시 증상을 호소하며 의무실, 민간병원 진료를 요청하자 소대장이 "왜 자꾸 시키는 대로 안 하고 떼를 쓰냐. 똑바로 서. 이 ××야. 귀 아픈 것으로 외진 갈 생각 하지 마"라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인권위는 "지휘 감독과 신상관리 소홀, 민간진료 요청에 대한 폭언 등 지휘관들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정 훈련병의 사망을 예방하거나 보호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절망감과
이에 따라 인권위는 국방부장관과 해당 훈련소장에게 정 훈련병의 관리책임자 징계, 상급병원 외진 시 관련 의료기록 송부 의무화, 보호관심 사병 지정ㆍ관리 등에 관한 세부계획 수립 등 제도 개선을 권고했다.
이혜리 인턴기자 (hyelis25@mb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