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닷컴 MK스포츠 이상철 기자] 주변에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나 듣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고, 또 직접 하는 것도 다르다. 국내 최초의 돔구장인 고척 스카이돔을 새 집으로 쓰는 넥센 히어로즈는 지난 6일 첫 발을 내딛었다.
공식 첫 훈련, 하지만 타이트하지 않다. 스프링캠프를 마치고 귀국한 지 이틀 밖에 지나지 않았으며, 이틀 후에는 시범경기가 시작된다. 강도는 ‘가볍게’. 시간도 짧았다. 훈련은 3시간을 조금 넘었을 뿐이다.
넥센은 7일에도 고척돔을 방문한다. 오는 15일 고척돔 첫 시범경기 이전까지, 고척돔에서 ‘할 수 있는’ 마지막 훈련이다. 적응할 기회는 많지 않다. 그리고 훈련과 실전은 다르다. 고척돔에서 직접 배트를 휘두르고, 타구를 잡아 본 선수들은 “현재로선 괜찮다. 우려했던 것보다 크게 다르지 않다”라면서 “한 번만 가지고 뭐라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경기를 해봐야 알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래도 딱 감이 온다. 어떤지, 그리고 어떻게 해야 할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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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은 고척돔의 넓은 외야를 체크했다. 특히, 우중간과 좌중간 타구에 대해 조심해야 한다고 했다. 사진(서울 고척동)=이현지 기자 |
고척돔의 규모는 좌우 99m, 중견 122m다. 좌우 98m-중견 118m의 목동구장보다 크다. 수치상으로는 크게 차이가 안 나는데, 단순 거리에 따른 면적 때문이 아니다. 펜스가 큰 원형을 그려 좌중간 및 우중간이 움푹 들어가 있다. 외야 수비 범위가 굉장히 넓어졌다. 염경엽 감독은 “잠실구장보다 더 넓은 것 같다”라고 했다.
또 눈에 띄는 건 펜스 높이. 3.8m로 목동구장(2.28m)보다 높다. 지난해 기준 사직구장(4.85m), 수원구장(4m), 청주구장(3.95m) 다음이다. 좌우-중견 거리까지 고려하면, 고척돔의 홈런쇼는 자주 연출되기 어렵다.
첫 배팅 훈련에서 몇몇 선수들이 100% 힘을 쏟지 않은 가운데 타구를 외야 관중석으로 날렸지만, 홈런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 지난해 팀 홈런 1위였던 넥센은 대폭 감소까지 예상하고 있다. 박병호(미네소타 트윈스), 유한준(kt 위즈)의 이탈은 둘째치더라도.
생각대로 홈런을 펑펑 터뜨리긴 어렵다. 하지만 넓은 외야를 활용한다면, 새로운 길을 개척해 갈 수 있다. 그 구상(원 히트 투 런)대로 새 시즌을 준비했던 넥센인데, 고척돔에 직접 훈련하니 더욱 확신이 섰다.
심재학 코치는 “(오늘 와서 보니)야구장이 변수다. 스피드 야구를 해야 만하는 환경이다”라고 밝혔다. 직접 뛴 선수들의 생각도 비슷하다. 이택근은 “팀 내 발이 빠른 야수들이 많다. 우리 색깔과 잘 맞는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미국과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 첫 훈련한 대니 돈도 이택근의 의견에 동의했다. 서건창 또한 “외야가 넓은데 그 이점을 잘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의 공격야구는 유효하다. 홈런이 아닌 다른 무기로 계속 한다”라고 전했다.
타구가 우중간 혹은 좌중간으로 날아갈 경우, 깊다. 2루타는 물론 3루타까지 가능할 정도. 우스갯소리로 개개인이 2루타 및 3루타 시즌 최다 기록을 갈아치울 지도 모른다. 그만큼 그 방향으로 타구를 날린다면, 득점 확률은 높아지는 셈이다. 스피드까지 장착될 경우, 더욱 위협적인 공격이 될 터.
하지만 이 환경이 넥센에게만 유리한 건 아니다. 모두에게 동등한 조건이다(넥센이 홈팀으로 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다는 건 둘째 치고). 누가 더 환경적 특징을 잘 활용하느냐가 포인트다. 즉, 이는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도 적용된다. 넥센이 이택근을 좌익수로 돌리고 임병욱을 중견수로 기용하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넥센은 이날 훈련서 뜬공 수비 외에도 외야 펜스 플레이 수비에 시간을 할애했다. 빠르고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상대의 장타 줄이기다. 공격에서 단타를 2루타로, 2루타를 3루타로 만들어야 한다면 거꾸로 수비에서 2루타를 단타로, 3루타를 2루타로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올해 넥센의 목표인 100실점 줄이기와도 연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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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넥센 히어로즈는 6일 오후 고척 스카이돔에서 첫 공식 훈련을 가졌다. 사진(서울 고척동)=이현지 기자 |
계산대로 된 염 감독은 만족스러워했다. 고척돔은 색깔을 바꾼 넥센에 딱 맞는 집이라고. 염 감독은 “외야 깊숙한 타구를 조심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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