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엽기가수’라는 별명과 함께 ‘새’라는 노래로 데뷔, 같은 해 대마초 흡연으로 구속, 2002년 한일 월드컵 열풍과 함께 국민응원송이 된 ‘챔피언’으로 화려한 재기, 2003년 군입대, 2006년 첼리스트와 결혼, 부실복무 판정으로 2007년 재입대, 2009년 만기병장 제대. 2010년 YG엔터테인먼트와 계약, 2012년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인 신드롬과 빌보드 점령까지. 싸이(35. 본명 박재상)가 데뷔 한 후 현재까지 12년 간 싸이 곁을 지켜온 단 한 사람이 있다. 싸이 매니저 황규완 실장(3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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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런 가수가 되겠어?
“제가 매니저 2년차 막내로 운전을 하던 시절에 처음 만났죠. 처음 만났을 때요? ‘어휴, 저런 사람이 되겠어?’ 였어요. 하하. 당시에는 엽기가수라는 콘셉트 자체가 사람들 뿐 아니라 저에게도 무척 생소했거든요.”
데뷔 첫 해 대마초 흡연, 가까스로 재기 하자마자 군 입대, 이제 다 털어냈다고 생각했더니 부실복무 판정으로 재입대 등 싸이는 신문 연예면보다 사회면에 예능국보다 보도국과 더 가까운 가수가 돼 버렸다. 이를 뒷수습 하는 매니저로서는 여간 고역이 아닌 상대다.
“보통 매니저들 전화기에는 연예부 기자들 방송국 PD들이 많이 저장돼 있는데 제 전화기에는 경찰, 검찰 관계자 전화번호가 잔뜩 들어있어요. 저 역시 매니저로 아직 초보 딱지를 떼기 전이라서 보도자료를 어떻게 써야 하는 지 제대로 모를 때였거든요. 지금 생각해보면 그런 사건 사고로 저 역시 매니저로서 많이 성장한 것 같아요.”
매니저로서의 본업인 아티스트 관리나 앨범 제작도 마찬가지다.
“방송, 홍보, 광고, 녹음, 앨범 디자인, 사진, 영상 등에 모두 제가 뛰어야 할 때도 있었어요. 또 행사 쪽에서 수요가 많다보니 하루 동안 1,500km를 달리며 매일 무대를 최소 여섯 개씩 소화하기도 했거든요. 밤에 들어가서 아침에 출발해야 하니 그냥 차에서 쪽잠을 자는 일도 다반사였고요. 지금은 현장 매니저 두 명이 돌아가면서 하고 있어요. 혼자 절대 소화할 수 없는 스케줄이거든요.”
여기에 뮤지션으로 완벽주의자 성향은 매니저 일을 더 고되게 만든다.
“보통 가수들이 신곡 나오면 음악방송에 출연을 하잖아요. 싸이씨는 그 음악방송을 자신의 공연 수준으로 만들고 싶어 해요. 조명 각도 하나 틀어지는 것도 꼭 짚고 넘어가요. 사실 매니저 입장에선 방송사 PD나 영상, 조명, 음향 스태프 분들 눈치를 보지 않을 수가 없는 입장인데 사전에 충분히 말씀드린다고 다 완벽하게 맞을 수는 없잖아요. 방송사에서는 ‘그런건 네 공연에서 하라’는 말을 듣고, 싸이씨 한테서는 ‘그거 하나 제대로 전달 못하냐는 말을 듣고‥. 난감하죠.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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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분만 내주세요”라는 전화가 하루에 100통
시간이 지나며 황규완 실장 역시 후배 매니저가 생기고 특히 싸이가 YG 엔터테인먼트에 둥지를 튼 후에는 육체적으로 힘든 일은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매니저로서는 이제 정신적인 부침이 시작되는 시점이다. 특히 ‘강남스타일’의 전 세계적인 신드롬은 그에게 새로운 고통(?)의 국면을 펼쳐 보여줬다.
“진심으로 데뷔 하고 제일 힘든 시기에요. 요즘이.(웃음) 스물네시간 수 백통의 전화가 오는데 다 대부분 섭외 요청 전화들이거든요. 크고작은 기업부터, 각종 협회들, 정부기관 등에서 단순 섭외, 행사, 수상… 뭐 내용들을 다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에요. 매니저 입장에서는 그렇게 찾아주시니 감사할 따름이지만 솔직히 시간이 정말 안되거든요. 대부분 10분만 내달라는 말씀인데, 하루에 10분씩 100여 곳에서 부탁을 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부탁하는 입장에서는 10분이지만 싸이씨 입장에서는 그게 아니거든요.”
일을 잘 따오는 것이 매니저의 시작이라면 일을 잘 거절하는 것은 매니저의 마지막이다. 황규완 실장은 인터뷰 도중에도 끊임없이 걸려오는 전화를 받으며 최대한 예의를 갖춰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해야 했다.
기실 육체적, 또는 정신적으로 힘든 것도 사실 매니저에게는 큰 고민은 아니다. 무엇보다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싸이를 지켜봐 온 사람으로 그의 인간적인 모습들도 많이 봤을 터다.
“가장 힘들어 하던 시절은 역시 재 입대 결정이 난 후였던 것 같아요. 결혼한지도 얼마 안됐고 아이도 생겨 한참 행복할 때 였으니 정말 사람 미칠 노릇이었겠죠. 근데 이 사람 마인드가 참 특별하다고 생각했던 게 들어가기 전에는 그렇게 힘들어 하더니 훈련소를 딱 마친 후 봤더니 그렇게 힘들어 하던 사람이 확 달라져 있는 거예요. 뭔가 정신적으로 힘든 일이 생겼을 때 이를 긍정적으로 극복하는 능력 하나는 분명 탁월해요. 지금 생각하면 그런 시기가 있었기에 싸이라는 가수가 발라드를 불러도 어색하지 않고 더 애절하게 들릴 수 있는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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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상 또는 싸이, 경우 있는 이 남자
데뷔 당시 싸이의 모습은 지금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아무리 관대하게 말해도 ‘잘생겼다’고 보기는 어려운 얼굴에 땀을 뻘뻘 흘리며 ‘멋있다’고 보기는 어려운 춤을 추고. ‘세련됐다’고 보기는 어려운 무대의상을 입은 싸이의 모습은 12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옆에서 본 사람으로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건 아무리 굴곡이 있어도 참 한결같은 사람이에요. 소위 날라리 같다고 말하는 B급 정서도 데뷔 하고 지금까지 그대로고, 무엇보다도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변함없는 사람이이에요. 싸이씨가 굉장히 예의바른 사람이라고 하면 잘 안 믿으시더라고요.”
유복한 환경과 엄한 가정환경에서 자란 탓에 싸이에게는 언행에는 기본적인 매너가 잘 배어있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현대카드 정태영 사장, 현대자동차 정의선 부회장, CJ E&M 이미경 부회장 등은 싸이와 친분이 두터운 재계 인사들이다. 이들과 한 번 인연을 만들어 꾸준히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도 단순히 ‘재미있고 성격좋은 사람’이어서는 아니라는 것이 황규완 실장의 설명이다.
“박재상과 싸이는 분명히 다른 사람이에요. 박재상은 다정한 아빠고 좋은 남편이고 사람을 좋아하는 사람이죠. 싸이는… 음 통제불능이죠. 하하. 어쨌든 무엇보다도 박재상이던 싸이던 인간관계에 있어 계산기를 두드리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그냥 사람 자체를 좋아하는 거죠.그래서 술자리도 유난히 좋아하는 것 같고요. 이 분 술과 사람 때문에 운전면허도 안 땄어요.”
◯ 김장훈과 불화‥ 그의 말 못할 속내
이토록 사람 좋아하는 싸이가 최근 자신의 인간관계에 작은 균열이 생겼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절친이었던 가수 김장훈과 불화가 세상에 공개된 것. 사실 황규완 실장은 싸이가 두 번째 군대에 갔었던 2007년부터 김장훈을 매니지먼트 했고 현재까지도 그의 일을 도와주고 있다. 황 실장에게 김장훈은 싸이 못지않은 애정을 쏟아왔던, 지금도 쏟고 있는 가수다. 그런 두 사람에게 불화가 생겼으니 입장이 가장 난처했던 것도 그 일 수 밖에. 실제로 속사정을 잘 아는 연예부 기자들은 김장훈-싸이 사태에 황규완 실장을 위로하고 격려하는 전화 통화를 자주했다. 그에게 두 사람의 갈등에 대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매번 공연할 때 마다 티격태격 했어요. 그리고 곧잘 풀리곤 했고요. 제 입장에서는 두 사람 모두를 잘 알고 있고 그 둘을 모두 지키는 최선의 방법은 세상에 두 사람의 문제가 알려지지 않는 것이었어요. 그런데 결국 세상에 이 일이 알려지고 두 사람 모두 상처를 받게 됐네요. 어쩌면 두 사람 모두 피해자가 된 셈이죠. 결과적으로는 잘 해결됐지만 그렇게 논란이 커진건 제가 지키지 못한 책임이죠.”
싸이와 김장훈은 극적으로 화해를 했다. 두 사람 사이에 어떤 앙금이 남아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분명 이는 황규완 실장의 말대로 시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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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년 싸이 매니저로 산다는 건
끝으로 그의 개인적인 고충을 물었다. 대부분 톱스타들의 매니저가 그렇듯 그에게도 사생활은 거의 없다는 것이 최대 고충일 터.
“싸이씨가 잠이 없어요. 하루 3~4시간 정도 밖에 안자는 것 같아요. 어디 지방 행사를 가면 보통 잠을 자기 마련인데 도통 잠을 잘 안자요. 잠이 없다 보니 뭐 새로운 아이디어가 생기면 아침에도 전화하고 새벽에도 전화하고‥ 앨범 활동안할 때는 그나마 여유가 있는데 요즘 같은 때 사생활은 꿈도 못꾸죠.”
황규완 실장은 11월 결혼을 앞두고 있다. 다행히도(?) 싸이가 해외 활동으로 국내에서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결혼식 날짜가 잡혔다. 싸이가 12년간 자신의 곁을 지켜준 그를 위해 결혼식 비용 일체를 지원해준다는 훈훈한 소식과 함께 그의 결혼소식도 세상에 알려졌다. 싸이는 특별히 그의 결혼식 축가를 불러주기 위해서 일시 귀국하기도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다.“사실 제가 한국에 오지 말라고 했어요. 싸이씨에게는 충분히 축하를 받았어요. 사실 잠깐이라도 한국에 들어오면 이때다 싶어 또 싸이씨에게 일이 몰리는 게 눈에 보이거든요. 그리고 미국 활동도 더 잘됐으면 좋겠고요.”
싸이와 황규완 실장, 12년 지기 매니저랑 스타의 관계는 이런 관계다. 매일 얼굴을 맞대고 살을 부비며, 매니저는 스타 때문에, 스타는 매니저 때문에 못살겠다고 투덜거리기 일쑤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서는 이런 식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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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이현우 기자 nobodyin@mk.co.kr/사진 강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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