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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노래가 좋으냐 연기가 좋으냐'는 짖궂은 질문에 최민수는 답했다. "나는 내가 좋다." 그렇다. 최민수는 최민수다.
최민수는 8일 오후 서울 합정동에 있는 한 뮤직 바에서 신곡 '말하는 개'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열고 취재진과 만났다. 그가 몸담고 있는 밴드 36.5℃와 가수 김장훈이 함께 했다.
배우로서 좋은 성량과 발성, 묵직한 저음이 매력적인 최민수지만 그의 가창력이 대단히 뛰어난 것은 아니다. 거장의 음악도 아니다. 최민수의 음악은 그처럼 거칠다. '아주 잘' 정돈되진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트린 그는, 다소 기괴한 '앓는 소리'를 내뱉기도 한다.
어찌 보면 로커라기 보다 히피(hippie·1960년대 미국을 중심으로 일어난 반체제 자연찬미파의 사람들) 냄새가 난다. 기성의 사회통념·제도를 부정하고 인간성·자연의 회복을 강조하는 측면도 비슷하다.
최민수는 밴드 36.5℃에 대해 "(여느 가수들은) 보통 사랑을 노래한다. 우리는 세상에 벌어지는 현상을 음악으로 보여주고 싶었다"고 주장했다. "주변에 보여주는 음악인은 굉장히 많지만 매 순간 느끼고 내가 살아가는 과정을 운율과 선율로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 좋다. 내가 살아가는 보람 중 하나다"는 게 그의 말이다.
곱씹어 들으면 어려운 말이다. 김장훈 역시 “최민수라는 뮤지션이 좋은 건 1차적으로 느껴지는 모든 것들을 노래로 표현한다.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을 할 수 있는 최민수가 부럽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노래하는 최민수는 연기가 아니다. 그는 "노래할 때만큼은 물아지경(물아일체와 무아지경을 혼동해서 쓴 말)에 빠진다"고 했다. 바깥 사물과 나, 객관과 주관, 물질계와 정신계가 어울려 한 몸으로 이루어진 경지다.
최민수는 "연기는 (극중 배역에 따라) 거짓을 표현해야 하지만 음악은 솔직하다. 내가 즐길 수 있는 질감이 다르다. 음악을 할 때는 나를 내려놓게 된다. 나에게 있어서 음악은 합법적 마약"이라고 말했다.
최민수에게 음악은 '진짜'다. 김장훈은 "최민수(형)는 매우 독창적이고 뛰어난 뮤지션이다. 하지만 음악인으로서 약점이 있다. 너무 뛰어난 연기자라는 것"이라며 "이 때문에 그의 음악이 세상으로 좀 더 나오지 못하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이 있다"고 말했다.
최민수는 "진짜가 이기기 힘든 세상 아니냐"며 씨익 웃었다. 그는 "연기와 음악, 둘 다 나에게는 인생이고, 생활이다. 나를 찾아가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민수의 '말하는 개'는 요즘 세태를 풍자한 가사가 인상적인 곡이다. 공교롭게도 세월호 참사 1주기 시기인 최근 발표됐다.
최민수는 지난 연말 진행됐던 2014 MBC ‘연기대상’에서 황금 연기상을 받았지만 이 자리에 불참하고 수상도 정중히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당시 이와 관련해 그는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고나 할까요? 법과 상식이 무너지고 진실과 양심이 박제된 이 시대에 말입니다"라고 했다.
그리고 이번에 최민수는 '말하는 개'에서 '진심이 박제되어 비틀거리네 / 욕심이 복제되어 비만해졌네/ 자유가 편집되어 너덜거리네'라고 했다.
김장훈은 "한 번이라도 최민수의 앨범을 듣거나 공연을 보면 그가 얼마나 수 많은 노력과 자아성찰을 통해 자기소리·자기철학을 발산하는지 알 수 있다"고 존경심을 표했다.
최민수가 최민수인 이유다. 어차피 음악에 대한 평가와 해석은 듣는 이의 몫이다. 그가 음악에 담고 싶어한 깊이와 울림은 함부로 가늠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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