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학생을 뽑아 도쿄로 보내는 것이 삶의 유일한 목표이자 즐거움인 교장(엄지원 분). 그는 오늘도 우수 학생을 양성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학생들을 돌본다. 여학생들이 동경하는 기품과 지성을 모두 갖춘 그녀지만, 자상한 눈빛과 미소 뒤에 감춰진 속내는 알 길이 없다. /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
[MBN스타 여수정 기자] 배우 엄지원이 가장 ‘엄지원다운’ 배역으로 스크린에 복귀했다. 영화 ‘소원’ 후 ‘경성학교-사라진 소녀들’(이하 ‘경성학교’)로 진정한 색을 찾은 듯한 그의 모습이 관객들을 사로잡고 있다.
‘경성학교’는 1938년 경성의 기숙학교에서 사라지는 소녀들을 한 소녀가 목격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을 그린 미스터리이며, 극에서 엄지원은 교장 역을 맡아 엄청난 비밀을 간직한 경성학교의 총 책임자로서 모든 사건의 중심에 서있다. 걸을 때 마다 또각또각 소리를 내는 하이힐과 교편, 강렬한 입술 색, 물결무늬 헤어스타일 등 연기 외적인 부분에도 신경을 써 악인인 듯 애매모호한 경계에 있는 교장 역을 관객에게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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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교장 역은 배우가 만들어갈 수 있는 여지가 열린 인물이었다. 그래서 이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는 인물이자 작품이었다. 특히 베일에 쌓여있기에 더욱 재미있었다. 모든 연기가 언제나 힘들지만 교장 역은 해보지 않았던 캐릭터라 좋았고, 작업의 과정 역시 즐기면서 했던 것 같다. 우선 캐릭터를 만들어 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친절한 구조는 아니지만 새로운 모습을 교장 역에 담아내고자 노력했다. 사실 한번 엄마 역을 맡으면 계속 엄마 역만 들어온다. (웃음) 내가 스스로 이미지를 만들지 않으면 그 아무도 이미지를 만들어주지 않는다. 그러나 이해영 감독은 내가 교장 역같은 색을 드러내지 않았기에 이를 드러내려고 시도한 것이다. 그래서 ‘경성학교’는 내게 칼라를 주는 작품이고 나 역시 화려한 색을 보여주고 싶었다.”
화려한 색을 보여주고 싶다던 엄지원은 비밀 투성이 교장 역을 위해 말투와 표정을 강조했고, 살랑살랑 그러나 어딘지 모르게 음산한 분위기를 풍기는 걸음걸이까지 더해 관객들의 이해도를 높였다. 특히 한국어 대사보다 일본어 대사를 많이 내뱉는데 앙칼진 목소리 톤으로 연기하며 교장의 매력지수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악역인 것 같으면서도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감을 과시 중이다.
“‘소원’ 후 엄마 역을 많이 제안 받았다. 때문에 ‘경성학교’를 통해 엄지원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내가 악역을 하면 재미있을 것 같은데 라고 생각하며 인물을 풀어갔다. 악역인 것 같지만 사실 잘 모르겠다. (웃음) 난 작품을 고를 때 이야기가 재미있는가가 우선 순위이다. 그 후 캐릭터의 매력이고 그 다음이 내가 잘 소화할 수 있는가이다. 이를 전제하에 두고 최대한 내가 안 해본 역할을 위주로 선택하려 한다. 새로운 것을 선택할 때의 재미가 가장 크다. 그래서 교장 역이 재미있었다. 이해영 감독님이 교장의 뒷모습이 살랑 살랑거리면서도 섬뜩했다면 좋겠다고 해서 하이힐과 뒷모습 등을 연구했다. 분노하는 방법과 목소리 톤, 걸음걸이 등 모든 걸 다 계산하고 연기했다. 많은 걸 생각하면서 연기할 수 있었던 캐릭터라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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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조선과 일본인 중간에 있는 교장 역을 연기한다면 캐릭터가 풍성해질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서 감독님에게 더 많은 일본어 대사를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많아질 줄은 몰랐다. (웃음) 일본어 연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기도 했는데 재미있었다. 가는 길을 정말 힘들었지만 가다보니 재미있더라. 일본어를 알려준 선생님한테 ‘일본어 단기 어학연수를 갈까’라고 물어보기도 했다. (웃음) 여전히 일본에 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우선 일본어의 감정적인 연기를 캐치하고 싶어 일본드라마에 집중했다. 한 배우를 깊이 있게 봤는데 기무라 타쿠야가 나오는 일본드라마를 다 봤다. 연기를 정말 잘하는 좋은 배우라서 덕분에 많이 배웠다.”
엄지원은 ‘페스티발’ 후 또 다시 이해영 감독과 호흡을 맞추게 됐다. 이미 찰떡궁합임을 드러낸 바 있기에 이번 촬영은 말하지 않아도 눈빛만으로 통했을 터.
“이해영 감독님으로부터 세 번째 프러포즈가 와도 난 바로 출연을 확정할 것이다. 난 나와 함께 작업한 사람들이 다시 불러줄 때 가장 기쁘다. (웃음) 나와의 작업이 좋았다는 것일 테니까. 이해영 감독님은 충무로에 손꼽히는 뛰어난 이야기꾼이다. 새로운 이야기를 만드는 것을 가장 잘하는데 이 점을 높게 평가한다. 영화는 다양한 측면에서 나와야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지지하고 응원하고 싶다. ‘경성학교’도 흥행 면에서 좋은 스코어가 나와서 감독님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싶다. 새로운 이야기를 창작하는 데 힘을 받을 수 있게 흥행이라는 선물이 감독님에게 갔으면 하는 간절함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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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이현지 기자 |
“이해영 감독님을 좋아하고 존중하기에 ‘경성학교’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감독님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여자 중심 이야기에는 호러 말고는 없었다. 그래서 여기에 대한 목마름이 여배우라면 있을 것이다. ‘경성학교’가 여성 중심의 미스터리라 선택한 것 보다는 새로움에 반해 선택하게 됐다. 물론 여배우들만이 나오기에 여기에 대한 책임감을 가지고 영화가 더 잘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관객들이 새로운 시도를 즐겁게 받아들였으면 좋겠고 ‘퓨전밥상’을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 (웃음) 분명 영화 속에서 비주얼적으로 훌륭하고 인상적인 몇 개의 장면이 있다. 처절하면서도 미장센이 참 아름답다.”
여수정 기자 luxurysj@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