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박주연·유지혜 기자] 국내 드라마 중 불륜을 소재로 삼는 드라마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소재의 자극성 때문에 1차적으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확보하기 쉽지만 그렇다고 무분별하게 등장하는 불륜 소재가 결코 달갑지만은 않다.
드라마의 전체 주제를 아우르거나, 양념처럼 등장하는 불륜 소재. 시청자들은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불륜드라마도 창작자가 만들어낸 하나의 작품으로 봐야할까, 드라마 속에서 미화되는 불륜 에 대해 적극적으로 반기를 들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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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 오해하지 말자
불륜이 소재로 등장하는 드라마, 참 ‘전통적으로’ 많았습니다. 최근에 간통죄가 폐지되면서 많은 시청자들이 드라마에서 불륜을 퇴출하자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죠. 하지만 ‘드라마’ 속의 불륜에 도덕적 잣대를 기울이는 행위는 적합하지 않습니다.
불륜이 악영향을 끼친다? 그런 논리라면 장르드라마에 등장하는 살인, 폭행이나 ‘미신’으로 볼 수 있는 귀신 퇴치 등도 나오지 말아야죠. 그런 식이라면 드라마에 등장할 수 있는 소재가 얼마나 될까요. 이는 드라마의 자유로움을 극한으로 축소시키는 ‘불필요한 도덕적 잣대’인 거죠.
이에 대해 드라마 평론가인 윤석진 충남대 교수는 “소재가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합니다. 윤 교수는 “만약 드라마 속 불륜이 대중들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위험하다고 한다면, 어떤 소재가 드라마에 쓰일 수 있겠냐”고 반문하며 “단순한 ‘불륜 드라마’라고 규정짓는 것은 상당히 표면적인 행동”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정덕현 대중문화 평론가 또한 비슷한 견해를 보였는데요, 그는 “불륜이라는 자체에 도덕적인 판단은 당연한 것이지만, 불륜이라는 소재를 들어간 콘텐츠를 도덕적인 잣대로 판단한다면 콘텐츠에 사용할 만한 소재는 아마 없을 것”이라며 “불륜이 콘텐츠로 녹아났을 때 어떻게 그려졌는지가 더욱 중요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전문가들은 불륜을 새로운 접근 방식, 해석 등이 등장한다면 충분히 소재로 허용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좋은 예로 ‘밀회’나 ‘일리있는 사랑’이 있죠. 문제가 되는 건 ‘불륜’이라는 것이 아니라 ‘불륜’을 단순히 자극과 파격을 위해서 별다른 해석 없이 사용한 경우입니다. 이제는 당당하게 외쳐볼까요? ‘불륜이다!’가 아니라 ‘막장을 위해 불륜을 너무나 뻔하게 써버렸다!’고 말입니다.
◇ 불륜 주제에 뭐 이리 당당해?
최근 SBS 주말드라마 ‘애인있어요’를 보면서 뒷목 잡는 시청자들 많을 겁니다. 유부남 최진언(지진희 분)에게 노골적으로 애정을 표하는 강설리(박한별 분)나, 아내와 강설리를 저울질하는 최진언의 모습이 불쾌하기 그지없습니다. 불륜을 소재로 한 수많은 드라마의 공식을 그대로 답습하는 탓에 시청률 성적도 굴욕적입니다. 아름답게 포장하려고 해도 결국 불륜은 불륜일 뿐입니다.
물론 드라마 ‘밀회’처럼 불륜을 미화하고도 아름다운 연출력으로 호평을 받은 작품도 있습니다. 미학적인 측면에서 인정받은 불륜드라마도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했을 때 과연 도덕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TV 드라마는 다릅니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쉽게 노출되는 특성이 있지요. 특히 ‘애인 있어요’의 경우처럼, 가족들이 함께 보는 주말드라마에서 불륜이라는 소재를 전면에 내세운 것이 썩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꼭 선정적인 장면이 나와야 19세 이상 드라마냐며, 해당 드라마가 가진 소재의 과감함과 자극성에 대해 불쾌함과 우려를 표하기도 했습니다.
더욱이 올해 2월, 간통죄가 폐지된 뒤 법적인 제재가 모호해지는 등 개정 이후 과도기를 겪고 있는 상태에서 단지 흥미 유발을 위해 속속 나타나는 불륜드라마는 시청자들의 분노를 야기하기 충분합니다. 그렇다고 불륜드라마들이 예전처럼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키는 것도 아니죠. 이미 식상하고 진부한 소재로 전락한지 오래입니다. 고리타분한 불륜 소재를 잡고 늘어지는 대신, 새롭고 참신한 드라마를 만드는 것은 어떨까요?
박주연 기자 blindzone@mkculture.com@mkculture.com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 /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
디자인=이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