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유지혜 기자] MBC 수목드라마 ‘그녀는 예뻤다’가 기존 로맨스 장르 드라마의 전형을 깨면서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가운데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와 그 맥락을 같이 해 눈길을 끌고 있다.
지난 21일 방송된 ‘그녀는 예뻤다’에서는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지성준(박서준 분)과 그동안 거짓말을 했던 민하리(고준희 분)가 한 일을 모두 알게 된 김혜진(황정음 분), 그리고 김혜진을 곁에서 지켜주는 김신혁(최시원 분)의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지성준은 사고가 난 김혜진을 찾아 빗속을 뚫고 왔고, 김혜진을 보자마자 껴안았다. 김신혁 또한 사고 현장으로 달려왔지만 두 사람이 포옹하고 있는 걸 보며 자신도 오토바이 사고 때문에 다쳤는데도 쓸쓸히 뒤를 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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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그녀는 예뻤다 방송 캡처 |
지성준은 자신이 김혜진을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자꾸만 자신을 불편해하는 김혜진에게 “김혜진 씨를 몹시 신경쓰게 됐다. 처음엔 이럴 줄 몰랐다. 그럴 리 없지만 아는 사람과 겹쳐보였고, 많은 시간을 함께 한 사람 같았다. 나의 솔직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었다”며 자신의 마음을 고백했다.
하지만 김혜진은 혼란스러워했다. 앞서 지성준과 민하리가 만나는 것을 보며 민하리가 아직도 김혜진인 척 하고 그를 만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 또한 김신혁이 자신의 사고 현장에 오다가 다치게 된 것을 알고 그를 다그치자 “짹슨과 친구할 마음 없다”며 사랑을 고백하는 걸 본 후 더욱 마음이 복잡해졌다.
이처럼 네 남녀의 로맨스가 본격적으로 얽히면서 민하리는 “스스로 말하게 해줘서 고맙다”고 말한 김혜진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김혜진을 사이에 두고 신경전을 펼치는 지성준과 김신혁은 어떻게 될지 궁금증을 자극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기존의 로맨스 장르와는 다른 면모를 지닌다. 지난 21일의 방송 중 김신혁의 대사 중에서 이를 극명하게 나타내는 것이 있다. 김신혁은 민하리의 거짓말을 알면서도 그가 말할 때까지 믿고 기다리겠다는 김혜진을 보며 “다른 데에서 보면 ‘네가 어쩌면 그럴 수 있어, 그러고도 친구야?’라며 소리를 지르던데, 정말 멋지다”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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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그녀는 예뻤다 방송 캡처 |
김신혁의 대사처럼 다른 드라마에서는 우정이 사랑 때문에 갈라지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과정을 긴장 요소로 사용한다. ‘여자들의 진정한 우정은 없다’는 편견을 만들어낸 것도 가장 ‘극적인 장치’로 사랑 때문에 배신과 갈등을 빚는 여자 캐릭터들 때문이었다. 속고 속이는 과정에서 이른바 ‘막장’ 사건들이 나오는 건 예사다.
하지만 ‘그녀는 예뻤다’를 뜯어보면 이런 로맨스들의 공식을 깨고 있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여성들의 우정이 사랑만큼 중요하게 나오고, 비록 얄밉게 보일지라도 민하리의 캐릭터 또한 왜 거짓말을 했는지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인물이다. 서로 싸우고 갈등하기보다 개개인의 캐릭터가 생각하고 고민하면서 스스로 깨달아가는 과정들이 주로 등장하는 게 흥미롭다.
‘그녀는 예뻤다’에는 큰 소동이나 엄청난 사건이 등장하지는 않는다. 결국 기본 플롯은 ‘네 남녀의 첫사랑 찾기’와 ‘김혜진의 꿈 찾기’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궁극적인 이야기 자체가 자극적이지 않으니 이야기 진행에도 억지나 자극성이 필요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처럼 ‘모든 게 납득이 가는 착한 드라마’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런 드라마의 특성은 tvN의 흥행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를 연상케 한다. ‘응답하라’ 시리즈 또한 ‘여주인공의 첫사랑 찾기’가 주된 이야기다. 다른 이들에게는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지만 개개인에게는 언제나 ‘특별’한 첫사랑이라는 소재를 과감하게 전면에 세웠다는 점에서 독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응답하라’와 ‘그녀는 예뻤다’는 평범한 소재로 흡인력을 높이기 위해 캐릭터들의 성장담과 코믹 요소를 적절히 배합해 재미를 높여갔다.
이에 대해 ‘그녀는 예뻤다’의 제작사 관계자는 “‘응답하라’ 시리즈를 보며 크게 특별한 이야기도 아닌데 이토록 ‘특별하게’ 그려냈다는 점, 흔한 ‘첫사랑’이라는 소재로 ‘다음 회를 궁금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비전을 느꼈다. 이렇게 잔잔하고 평범한 이야기라도 충분히 시청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고 인기작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고, ‘그녀는 예뻤다’ 또한 억지 설정 같은 것 없이 시청자들과 교감하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른 인물, 다른 시대를 그리고 있지만 ‘그녀는 예뻤다’와 ‘응답하라’는 어찌 보면 ‘평행이론’의 한 직선 위에 올라있는 작품들이다. 이상한 소동이 일어나지 않아도, 특별한 사건이 없어도 평범한 일상 속에서 개개인의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내는 두 드라마의 철학이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낸 것이다.
유지혜 기자 yjh0304@mkculture.com/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