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N스타 남우정 기자] 편안한 멜로디와 감성 가득한 여성 보컬들의 보이스가 어우러진 노래. 노르웨이숲이라는 이름이 주는 느낌마저도 감성적이다.
하지만 이런 감성적인 노래를 만든 노르웨이숲은 건장한 남자다. 예상됐듯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상실의 시대’의 원제목인 ‘노르웨이의 숲’에서 따 온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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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쇼파르뮤직 제공 |
“학창시절에 ‘상실의 시대’를 처음 접했을 때 남녀 간의 사랑, 청춘의 모든 감정이 표현된 책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부분을 전 노래로 표현하고 싶었다. 이젠 노르웨이숲이라고 검색을 하면 고양이가 먼저 나오지만 그 당시엔 다행히 누가 쓰고 있지 않아서 사용하게 됐다.”
노르웨이숲은 2014년 ‘취한 밤에’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첫 앨범을 발표했다. 프로듀서형 뮤지션인 노르웨이숲은 ‘취한 밤에’에서 효빈부터 가장 최근에 발표한 앨범인 ‘서로의 이별’의 한올까지 여성 보컬로만 자신의 노래를 표현했다.
“곡이 워낙 여성적인 느낌이 강하다. 남자곡도 가끔 만들긴 하지만 남성 보컬일 경우라도 미성인 분과 잘 맞는다. 여성분들이 불러야 자연스럽게 곡이 나오는 것 같다. 지금까지 부른 분들의 보컬색이 다 다르다. 공통적인 것은 덤덤하게 툭툭 내뱉는 느낌이다. 글을 읽는 듯, 말하는 톤과 노래하는 톤이 같은 보컬을 좋아한다. 제 취향이기도 하지만 그걸 지켜나가려고 한다.”
포스와는 달리 노르웨이숲이 음악을 시작한 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9년간 직장생활을 하다가 갑자기 일을 그만두고 음악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학원을 다닌 것도 아니고 혼자서 독학으로 곡을 쓰기 시작해 지금의 단계까지 오게 됐다.
“EBS ‘스페이스 공감’ 방청을 한 적이 있는데 무대에 있는 사람들의 얼굴이 행복해 보이더라. 그 때 저도 그렇게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직장을 그만두고 시작했다. 다른 인생을 살아보고 싶었다. 취미로만 하기엔 그 마음이 컸다. 다행히 아직까지 음악을 하고 후회한 적은 없다. 음악하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재미있고 서로 위로를 해준다.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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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노르웨이숲은 작곡가로도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다. 이츠라는 가수는 아예 직접 프로듀싱 했고 달콤으로 팀을 이루어서 노래를 발표하기도 했다. 외부 작곡하는 곡들도 엄청나다. 그럼에도 본인의 이름으로 앨범을 내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다고 전했다.
“다른 사람한테 곡을 주면 그 곡은 그 사람의 것이 된다. 물론 지금도 곡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주긴 하지만 내 노래라는 것을 지켜가면서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노르웨이숲이라는 이름으로 앨범을 낸 것.”
작년에 작업만 곡만 무려 70곡 정도다. 노르웨이숲 앨범 외에도 MBC ‘우리 결혼했어요4’ OST나 예능 BGM 등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많은 곡을 만들 수 있던 다작의 비결은 나름의 목표가 있기 때문이다.
“저와 함께 하는 패밀리가 있는데 저희끼리 하루에 1곡 쓰기라는 목표를 정했다. 완성된 1곡이 아니라 후렴구라도, 단 한 마디라도 곡을 쓰자고 했다. 매일 출근하는 직장인하고는 다르기 때문에 그 시간만이라도 지켜서 작업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곡이 많이 나오지 않았나 싶다.”
그런 노르웨이숲이 곡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테마다. 그리고 그런 테마는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채워졌다. 최근 발매한 ‘서로의 이별’은 드라마 ‘킬미힐미’를 보고 떠올린 그림이었다.
“드라마를 엄청 좋아한다. 무조건 드라마를 보고 잔다. 영화를 볼 때도 심야영화를 혼자 보다 보니 감성 자체가 여성적인 곡이 많이 나오는 것 같다. 드라마 전체 줄거리가 아니라 중요한 한 장면을 보고 곡을 쓴다. 남자, 여자의 입장으로 생각을 해서 가사를 풀어나가고 들으면서 그림이 그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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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안을 받고 다른 사람의 곡을 많이 쓰다 보니 노르웨이숲이라는 이름의 앨범이 더욱 소중하다. 자신의 색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 바로 노르웨이숲 음반이라는 것.
“노르웨이숲은 제작자들이 요구하는 것이 아닌 제 색이 필요한 앨범이다. 일상과 비슷한 감성의 곡들이기 때문에 친숙한 색인 것 같다. 언제 찾아들어도 질리지 않는 곡이 있다면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절 잘 알지 못하더라도 한 번 들으면 잊혀 지지 않는 곡을 만들고 싶다.”
한편 노르웨이숲은 보컬로 주인이 참여한 새 싱글 ‘거짓말’ 발매를 앞두고 있다.
남우정 기자 ujungnam@mkculture.com /페이스북 https://www.facebook.com/mbnstar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