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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Stranger!(안녕, 낯선 사람!)”
누구나 낯선 사람에게 끌리는 경향이 있다. 단순한 호기심일수도 있고 불꽃 같은 강렬함, 혹은 표현이 불가능한 어떤 감정으로 인하여, 어쨌든 우리는 ‘낯선’ 무언가에 끌린다.
영화 ‘클로저’는 ‘낯선 사람’과 사랑에 빠지고 점차 가까워져 친숙한 존재가 되었을 때, 다시금 또 다른 ‘낯선 사람’에게 빠지며 벌어지는 네 남녀의 적나라한 내면세계를 담았다. 사랑의 정의를, 우리가 보편적으로 사랑이라고 말하는, 사랑을 형상화할 수 있는 모든 것에 대해 새삼 되짚게 하는, 로맨스 영화의 신세계를 열어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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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보면 그야말로 막장이다. 부고 기사를 쓰지만 소설가가 꿈인 ‘댄’(주드 로)은 출근길에 눈이 마주친 뉴욕 출신 스트립 댄서 ‘앨리스’에게 첫눈에 반한다. 그녀의 삶을 소재로 소설가의 꿈을 이룬 그는 책 표지 사진을 찍기 위해 만난 사진작가 ‘안나’(줄리아 로버츠)에게 또 다른 강렬한 감정을 느끼며 사랑에 빠진다. ‘댄’에게 역시너 강렬한 끌림을 느끼는 ‘안나’는 ‘앨리스’의 존재를 알고 감정을 억누른 채 또 다른 인연과 결혼까지하지만 여전히 ‘댄’을 밀어내진 못한다. 네 남녀의 얽히고 설킨 관계, 감정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은 어느새 '사랑'이란 것에 대한 깊은 사색에 빠지게 된다.
이들이 ‘사랑’이라고 말하는 그 감정들은 순식간에 불타오르고 또 식는다. 호기심도 소중함도 욕정도 집착도 소유욕도 그리움도 모두 ‘사랑’의 한 모습들이다. 아름답기도 추잡하기도 순수하기도 복잡하기도 하다. 인생을 걸어서라도 포기할 수 없는 듯하지만 쉽게 놓아 버린다. 금새 잊은 듯 하지만 결코 사라지지 않는, 도무지 쉽게 정의내릴 수 없고 알 수 없는 ‘사랑’이란 그것.
영화를 장악하는 두 가지 축은 ‘낯선 사람’ 그리고 ‘진실’이다. 낯선 누군가가 친숙한 누군가가 돼간다는 과정은 상대방에 대해 내가 얼마나 많은 것을 아느냐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얼마나 진실하냐는 것이다. 우리는 서로가 숨기는 것 없이 모든 진실을 공유한다면 그 사랑이 더 견고하고 깊어질 것이라고 여기지만 영화 속 네 남녀를 보고 있으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그 진실이 늘 참은 아니기에, 진실 자체가 늘 참이 아니기에 그 진실에 목을 베다 보면 오히려 사랑에 대한 믿음과 신뢰는 흔들리고 깨져버린다.
영화는 사랑에 대한 우리의 환상을, 어떤 바람과 순수한 믿음을 가감 없이 깨버린다. 사랑의 불편한 이면, 그 아름다움이 변모해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알 수 없는 찜찜함과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
‘앨리스’는 ‘안나’의 개인 전시회에서 사람들로부터 가장 많은 찬사를 받은 작품 앞에 선다. 바로 자신의 모습이 담긴 사진이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사진을 보며 아름답고 경이롭다고 감탄했지만, 그녀는 자조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다 거짓이야.”
우리가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랑’은, 사랑에 우리가 부여한 그 무조건적인 영롱함과 찬란함은 진정 사랑의 모습이 아닌지도 모른다. 결말로 향할수록 한없이 무섭고 잔인한 빛으로 변해가는 ‘사랑’의 무기력함을 보면서, 사랑에 대한 고정된 정의는 흔들리기 시작한다. 사랑은 결코 아름답지도 순수하지도 위대하지도 않다. 사랑은 그저 사랑일 뿐, 그 자체가 어떤 명확한 모습을 지닌 건 아님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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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진실로,
오는 20일 메가박스에서 단독 재개봉한다.
kiki2022@m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