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면 속에는 많은 것이 담겨있습니다. 주인공, 그를 받쳐주는 다른 인물, 의미를 담고 있는 물건, 분위기를 설명해주는 빛과 그림자까지 있죠. ‘안윤지의 PICK터뷰’에서 한 씬(scene)을 가장 빛나게 만든 주인공의 모든 걸 들려 드릴게요. <편집자주>
[MBN스타 안윤지 기자] 조금 늦은 시작이었다. 그러나 주우재는 모델에서 방송인 그리고 배우까지,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며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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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우재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 주우재의 앤드류 강
최근 종영한 MBN ‘최고의 치킨’은 치킨집 운영이 꿈인 대기업 사원과 할아버지에게서 이어받은 목욕탕에 은둔하는 웹툰 작가 지망생의 성장 스토리를 그린 드라마다.
주우재는 극 중 앤드류 강으로 분했다. 앤드류 강은 한때 촉망받는 요리계 아이돌이었으나 교통사고로 인해 손을 잃게 된 이후 서울역 노숙자가 됐다가 우연히 방문한 치킨집과 인연을 맺으면서 다시 요리를 시작한다.
“앤드류는 최고의 자리에 있다가 가장 밑바닥까지 떨어졌고, 이런 상황을 극복해 나아간다. 그가 홈리스의 모습으로 있을 땐 초라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당당한 태도를 좋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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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우재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에서 MBN ‘최고의 치킨’과 관련해 말을 이어갔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앤드류는 감정표현을 잘하는 인물이었다. 화가 나면 화를 냈고, 질러야 할 때 참지 않고 마구 소리쳤다. 또한, 사고 후유증으로 손도 끊임없이 떨었다. 이런 모든 면은 주우재와 달랐다. 그는 좀처럼 화를 내는 법이 없었고 무언가 잃었다고 해서 마냥 앉아있는 타입도 아니었다.
“내가 앤드류 강이었다면 손을 다쳤다고 해서 숨지는 않을 것이다. 손이 떨리는 게 큰 장애가 되지 않은 일을 찾아서 했을 것이다. 또, 난 소리를 지르거나 크게 화를 내진 않는다. 이번 작품을 연기하면서 내가 기존에 가지고 있던 무언가를 깬 것 같다.”
그는 캐릭터상 많이 망가져야 했다. 기존 ‘뇌섹남’과 그간 활동했던 모델 이미지로 도도한 이미지를 쌓아와서 ‘망가짐’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하리라 추측했다. 그러나 주우재는 오히려 재미있었다고 답했다.
“망가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었고, 오히려 내 상황이나 캐릭터를 코믹적으로 풀어내는 게 어렵다고 생각했다. 다행히 이름을 잘못 부르거나 무시를 당하는 모습들 등에서 웃을 수 있는 요소가 많이 생긴 것 같아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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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우재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 PICK-SCENE ‘최고의 치킨’
주우재가 ‘최고의 치킨’에서 꼽은 최고의 장면은 다름 아닌 홈리스 시절이었다. 앤드류 강은 드라마 내에서 최고의 자리에서 밑바닥까지 내려갔다가 다시 성공을 이루는, ‘성장’이란 측면에서 굴곡이 많은 인물이다. 그런데 다시 재기한 순간이 아닌 밑바닥의 순간을 꼽았다는 사실에 주목됐다.
“앤드류 강이 공원에서 생활하는데 그 공원에 신입이 들어온다. 그때 충고 아닌 충고를 건네는 장면이 있다. ‘여기 적응하게 되면 여기서 나가기 힘들어진다. 나가지 않으면 나처럼 된다’란 내용이다. 이 말이 정말 그때 모니터링했을 때도 그랬지만, 개인적으로 와닿았다.”
주우재는 30살이 넘어 배우의 길에 들어섰다. 당시 자신조차도 이 길에 대한 확신이 없었고, 수동적으로 움직였다. 그러나 조금씩 연기를 공부하며 진심을 다하기 시작했고, 열심히 도전했다.
“사실 연기라는 건 범접하기 힘든, 선택한 자만이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계속 미팅을 다니는 상태였는데, 어떤 한 시기에 감독님과 얘기하는 자리에서 좋은 에너지를 주고 받았다. 이후 친한 동료들이랑 스터디를 만들어서 연기를 공부했다. 오디션도 준비하고 좋아하는 씬을 가져가서 직접 해보기도 한다.”
그에게 직접적으로 연기에 도움을 줬던 작품은 드라마 ‘네 멋대로 해라’(2002)였다. 극 중 고복수(양동근 분)가 병에 대해 현실적인 이야기를 말하는 장면이다. 이는 ‘최고의 치킨’을 연기하면서도 꽤 많은 영향을 줬다.
“고복수 연기를 할 때 모든 친구가 어려워했다. 오히려 강한 표현보다 일상적이고 미묘한 씬이 어렵다는 걸 많이 느꼈다. 이런 연기를 공부하면서 내 마음의 문을 깨는 게 조금 쉬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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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우재가 최근 MBN스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사진=YG엔터테인먼트 |
◇ 주우재의 인생 PICK
주우재는 타 연예인에 비해 늦은 나이에 데뷔했으며, 지난 2016년 tvN 예능 프로그램 ‘문제적 남자’를 시작으로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해나갔다. 시작이 느렸기 때문에, 앞으로 활동에 대한 조급함은 없었을까.
“처음부터 긍정적으로 생각했다. 조금 더 성숙한 상태로 일을 하는 게 실수하지 않고, 무겁고 신중하게 선택할 수 있는 것 같아서 좋은 것 같다. 또한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건 내 자신에게 좋지 않음을 알고 있다.”
그는 MBN ‘설렘주의보’에 이어 ‘최고의 치킨’을 마쳤고, 영화 ‘걸캅스’에 출연하며 자신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주우재는 끝으로 올
“아직 두 작품만 했기 때문에 혼란스러움이 있다. ‘내 안에 있는 걸 제대로 보여주는 게 이렇게 힘든 일이구나’라고 생각도 했다. 부족한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작품을 끝냈다는 거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올해는 꼭 ‘배우 주우재’라는 말을 각인시키고 싶다.” 안윤지 기자 gnpsk13@mkcultur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