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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한은 드라마 `봄밤`을 떠나보내며 "헛헛하다"고 아쉬워했다. 제공| 씨엘엔컴퍼니 |
"'봄밤'은 배우로서 떠나보내기 아쉬운 작품이에요. 헛헛한 마음이 듭니다."
배우 김준한(36)은 최근 종영한 MBC 드라마 '봄밤'과의 작별을 이렇게 표현했다. 안판석 감독의 12년 만의 MBC 복귀작으로 기대를 모은 '봄밤'은 수목극 1위로 무난하게 종영했다.
김준한은 '봄밤'에서 이정인(한지민 분)의 연인이었으나 유지호(정해인 분)에게 연인을 빼앗기는 권기석 역을 맡았다. 김준한은 은행 심사과 과장이라는 위치, 부유한 집안 배경으로 자존심 강한, 마지막까지 사랑보다 자존심이 앞서는 기석을 설득력 있게 연기했다.
종영 인터뷰로 만난 김준한은 '봄밤'에 대해 "떠나보내는 게 아쉽다,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하게된 것에 감사하고 언젠가 감독님과 또 같이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헛헛한 마음"이라고 말했다.
'봄밤'은 어느 봄날, 두 남녀가 오롯이 사랑을 찾아가는 로맨스 드라마였다. 자신이 원하는 삶에 가치를 둔 도서관 사서 이정인과 다정 다감하지만 때로는 강렬한 승부욕을 드러내는 약사 유지호가 불현듯 찾아온 감정의 파동을 겪는 현실적인 멜로를 그렸다.
김준한이 열연한 권기석은 이정인과 결혼하려 하나 이정인의 앞에 갑자기 나타난 유지호로 인해 연인을 잃는 인물이다. 권기석은 마지막회까지 이정인의 마음을 돌리려 애쓰며 이정인과 유지호 사이를 방해했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빠지면 서운한, 미운 캐릭터 였지만 김준한은 그런 권기석을 이해할 수 있는 인물로 표현해냈다.
김준한은 "대본을 읽었을 때 되게 해석의 여지가 많은 글이었다"면서 "흔히 이야기하는 선악의 프레임도 없었고 시청자들이 생각할 여유를 주는 글이었다. 글이 가진 매력이 컸고 해석의 여지가 있어서 배우로서 해볼 수 있는 것들이 많지 않을까 생각해 흥미가 있었다"고 '봄밤'을 선택한 계기를 설명했다. "또 안판석 감독님과 작품을 함께 해보고 싶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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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한은 `봄밤` 결말에 대해 만족한다고 말했다. 제공| 씨엘엔컴퍼니 |
극중 권기석은 이정인이 이별을 고한 뒤 변하기 시작한다. 아버지의 지위와 권력으로 이정인의 아버지를 흔들고 유지호를 압박하는 등 집착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준다. 이 모습은 이정인에 대한 사랑일까. 혹은 다른 남자에게 빠져 자신을 떠난 이정인에 대한 분노일까. 김준한은 "드라마를 본 분들이 느끼는 모든 감정이 맞다"고 말했다.
"감정이라는 것은 언어로 담아내는 순간 협소해지고 편협해질 수 있어요.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모를 복잡미묘한 것들이 있는데 보는 분들이 느끼는 것이 정답일 거에요. 저는 일관되게 주장했는데,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방법적으로 서툴고 상대방에게 폭력이 될 수도 있고 아픔이 될 수도 있는, 자기 중심적인 '사랑'이에요. 기석이는 억울한 부분이 있어요. 하지만 정인이의 마음을 조금만 들여다 봤으면 비극적으로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그게 기석이의 비극이에요. 기석이도 누군가에게 공감 받지 못한 삶을 살아서, 진심어린 공감이 부재된 상태에서 방치돼 그렇게 된 것 아닐까요?"
김준한은 만약 본인이 권기석과 같은 입장이라며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존심 때문에 집착하지 않을 것 같다. '자존심 부린다'는 말이 있기도 하지만 집착하는 것이 오히려 자존심이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 빨리 털어버리는 게 제 정신적으로도 더 건강해지는 길이다. 연기하면서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처음 사랑을 했을때 집착하고 아파했다. 몇번 겪고나서 더이상 아프고 싶지 않더라. 고통스럽게 사랑하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준한은 또 "이정인이 한 행동은 용기있는 행동"이라며 "이 드라마가 던지는 질문이라고 생각한다. 쉽지 않은 선택을 한 두 사람이다. 도덕적 판단 등은 답이 없는 것이고. 그런 이야기 자체가 이 사회에 던지는 질문 아닐까. 생각보다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는데 그 뒤에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한 생각은 안하지 않나"라고 반문했다.
'봄밤'은 결국 권기석이 이정인을 포기하고 이정인과 유지호가 결혼을 약속하는 엔딩을 맞았다. 권기석으로서는 아쉬울 수 있는 엔딩이지만 김준한은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저는 기석이의 엔딩이 재미있었어요. 몇개 신으로 정리가 잘됐다고 생각합니다. 이쯤 되면 그만 해야하는데 마지막까지 계속 집착하다가 갑자기 브레이크가 걸리고 바로 정리하는게 납득이 되더라고요. 기석인 자기가 브레이크 고장을 모른 상태로 그냥 달리고 있었어요. 그걸 남시훈(이무생 분)과의 술자리에서 궤변을 들으면서 '진짜 쓰레기네 이거'라고 느끼고 그걸 보면서 '나도?'라며 자각하게 된 것은 아닐까 생각해요.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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