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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9년 아시아나 단편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서울을 찾은 적이 있지만 부산은 처음이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초청작 ‘아비가일’의 주인공 자격으로 온 그는 처음 마주하는 부산이 낯설 수도 있지만 “너무 편안하고, 떠다니는 느낌으로 사는 게 좋을 것 같은 도시”라고 만족해했다. “너무나 오고 싶었던 부산영화제였기 때문에 축제 기간이 끝까지 머물고 싶지만 8일 한국을 떠나야 한다”고 아쉬워했다.
‘아비가일’은 시각장애인과 노인들에게 책을 읽어주며 살아가는 중년 여인의 이야기다. 외롭고 지루한 삶을 살던 어느 날, 우연히 만난 낯선 남자에게 자신의 소원을 말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34) 감독이 한국 전래동화 ‘선녀와 나무꾼’ 이야기를 토대로 만든 작품이다.
아만다 플러머는 2007년 종족 간의 끔찍한 대학살로 고통 받는 르완다를 배경으로 펼치는 두 친구의 이야기인 ‘무뉴랑가보’를 보고 정이삭 감독에게 매료됐고, 결국 정 감독의 작품에 직접 출연하게 됐다. 이창동, 박찬욱, 홍상수, 봉준호 감독 등 한국 감독들에게 관심이 많은 그는 정이삭 감독 역시 주목할 만하다고 추어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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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국가들의 영화들을 최대한 많이 보려 한다는 그는 쉬는 날이면 2~3편을 내리 본다고 했다. 한국은 물론 일본과 대만 등 각국의 영화들을 섭렵한단다. 친한 감독들을 꼽아달라고 하니 박찬욱, 이창동, 김지운 감독 등을 언급한다. 그러다가 대만의 허우 샤오시엔 감독과 일본의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등도 말하며 “너무 많은 감독들이 마음속에 있어서 몇 명만 말하고 다른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말 안하게 될까봐 조심스럽다”고 했다.
에미상의 드라마시리즈 부문 여자 게스트상과 미니시리즈 부문 여우조연상 등 30여 년의 연기 인생에서 다수의 상을 수상한 플러머. 그의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피셔 킹’(1991)과 ‘펄프픽션’(1994)이 있다.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작품들이다. 베테랑 배우가 보는 한국영화는 어떨까.
“한국영화가 지금 많이 조명 받는 것 같다고 하는데 사실 영화계에서 굉장히 오랜 시간 동안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어요. 뉴욕에서도 12년전 쯤부터 한국영화 DVD를 판매하는 곳이 있었는데 항상 팬이 있었던 것이죠. 어렸을 때 학교 끝나고 극장에서 영화를 봤을 때도 아시아 영화와 유럽 영화가 많았는데 한국영화도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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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어린 시기를 보낸 것 같다고 하니 “아버지의 도움이 없었을 뿐이지 전혀 힘든 건 아니었다”며 “아름다운 유년기를 보냈다”고 자부했다. “아버지를 사랑하지만, 언론이나 공식석상에서는 서로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고 더 이상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이어 “모든 젊은이들에게 하고픈 말이 있는데 꿈을 좇을 생각만 하지 말고 행동에 옮기는 게 필요하다”며 “간절히 원하면 어느 순간 그 일을 하고 있더라. 17살 때 배우가 됐는데 어떻게 했는지는 생각이 나지 않는다. 원하는 일을 하고자 했고 행동에 옮겼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해운대(부산)=진현철 기자 jeigun@mk.co.kr/사진 팽현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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