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 제작에만 120억 원 들었다고 하니까 링링이 출연료가 120억이라는 말이죠. 전 100분의 1이나 될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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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링링이는 소문만 듣고 한 번도 만나지 못했다”고 웃어넘긴 그는 특유의 넉살로 영화 ‘히트’(1996)에서 알 파치노와 로버트 드 니로가 실제 촬영에서는 만난 적이 없다는 소문까지 예로 들며 자신과 링링을 두 베테랑 배우와 비교했다.
“링링이가 타석을 바꾸는 신 있잖아요? 거기서 링링이가 시선을 한 번 주는데 그게 명품 연기더라고요. ‘링링이 연기 잘하는구나’ 했죠.”(웃음)
성동일은 김용화 감독을 향한 믿음 하나로 열정을 쏟아부었다. 이미 ‘미녀는 괴로워’(2006), ‘국가대표’(2009) 등 두 흥행영화를 통해 연을 맺었던 사이니 호흡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야구하는 고릴라 링링이 15세 매니저 소녀 웨이웨이(서교)와 한국 프로야구단에 입단해 슈퍼스타가 되어가는 과정을 그린 ‘미스터 고’는 김 감독이 사재를 털어 세운 덱스터스튜디오가 약 4년을 투자한 작품. 400여 명의 스태프가 땀을 흘려 만든 순수 우리나라의 풀3D영화다. 총 제작비가 225억 원이 들었다. 혹자는 무모한 도전이라고 할 작품이었는데 장시간 끝에 완성됐다. 성동일도 처음엔 미심쩍어했다. 하지만 김 감독을 믿었다.
“김용화 감독이 하면 전 해요. 영화나 연기에 대해 저보다 더 많이 알거든요. 제가 생활형 배우라고 많이 말하고 다니는데요. 김 감독이 한 번은 ‘형, 생활형 배우 못하게 해서 미안해’라고 하더라고요. ‘하지만 이 작품 끝나면 더 많이 들어올 거야’라고 해서 함께 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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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관객은 성동일이 나오면 으레 웃기겠거니 생각한다. ‘미스터 고’에서도 웃음을 주는 장면이 있긴 하지만 전작들과는 조금 다른 분위기다.
그는 “내 캐릭터가 ‘국가대표’와 비교해 재밌지 않다고도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링링이라는 훌륭한 캐릭터가 있으니 적당한 선을 맞췄다”고 했다. “제가 놀아야 할 자리는 알아요. 놀 때 놀아야지 극의 흐름을 깨면 안 되죠.” ‘미스터 고’ 뿐만 아니라 최근 끝난 드라마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서도 기존과는 다름 모습을 보인 이유이기도 하다.
국내 영화팬들에 처음 인사하는 서교와의 교감도 중요했을 텐데 어땠을까? ‘주당’ 성동일은 어린 서교와 술잔을 기울이지 못해서인지 아쉬운 듯한 눈치다.
“나이 차도 있고, 술을 못하니 거리감이 있긴 했어요. 하지만 서교가 진짜 착해요. 반찬 투정도 않고요. 내가 서교양 나이에 중국에서 찍었으면 미쳐버릴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대단한 거죠. 김 감독도 서교에게 연기 선생님이라는 별명을 붙여줬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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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애들이 식당에서 뛰면 큰일 나죠. ‘다른 손님들이 시간 내서 비싼 돈 내고 밥 먹으러 왔는데 너희가 뛰면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니?’라고 하죠. 준이가 이불을 안 밟는 것도 교육을 했기 때문이에요. ‘엄마, 아빠, 동생들도 자는 이불인데 더러운 것들이 묻어 있는 발로 밟으면 안 된다’고 얘기를 해주죠. 전 잘못한 것도 없는데 때리지 않아요. 술 먹고 때리지도 않죠. 엄하긴 하지만 공포감을 주는 아빠는 아니에요. 내가 그렇게 하는 건 아이를 잘못 키우면 나이 먹어서 내 아내가 힘들어요. 나나 집사람이 절제하는 걸 못 가르쳐서 나중에 아이들이 잘못된 뒤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요.”
최근 화제가 된 ‘아빠! 어디가?’ 하차 발언도 절제의 연장 선상이다. “준이에게 ‘아빠! 어디가?’도 언젠가는 그만둬야 한다고 미리 말을 하는데요, 촬영을 갈 때마다 준이가 아쉬운 듯 ‘아빠 몇 번 남았어?’라고 물어요. 그러면 ‘좋은 경험하지 않았니, 이제 다른 친구들에게 주자. 여행하는 법을 배웠으니 나중에 가족끼리 편하게 여행을 가자’고 답하죠.”
성동일은 20년이 넘는 세월동안 열심히 연기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을 첫째가 아내, 둘째가 자식들, 셋째가 친형제ㆍ부모라고 꼽았다. 형제들이나 부모님은 나쁘다고 볼 수 있지만 어쩔 수 없다며 “아내나 자식들에게 해주고 싶은 게 많으니 열심히 일을 한다”고 웃었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진현철 기자 jeigun@mk.co.kr/ 사진 강영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