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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방송된 KBS 1TV 대하드라마 ‘정도전’(극본 정현민/연출 강병택, 이재훈) 9회에서는 고려 말 민초들의 삶이 생생하게 조명돼 눈길을 끌었다.
부패한 관료들에 조세를 바치느라 곳간이 텅텅 빈 굶주린 백성들. 이들의 생존방식은 최대한 ‘윗분’(권문세가 등)들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고 고분고분 하라는 대로 굽실거리는 것뿐이다.
나투 유배지에서 만난 민초들 앞에서 옳고 그름을 따져 싸울 것을 요구했던 정도전은 ‘고려법’을 읊으며 정의를 외쳤지만 그의 뜻을 따를수록 상황은 도리어 악화됐다.
정도전이 유배구역을 이탈했다는 이유로 극심한 고문을 당할 뻔한 보수주인 황연(이대로 분). 정도전은 자신의 잘못이라며 고문을 자처했고, 이후 황연이 풀려났다.
하지만 황연이 풀려난 건 정도전이 당한 고문과 무관했다. 업둥(강예솔 분)이 낸 속죄금으로 풀려났던 것. 업둥은 박수무당에게 자신을 신딸로 데려가는 조건으로 돈을 빌렸다.
이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정도전은 박수무당에게 차용증을 내밀며 빚을 갚겠다고 선포했지만 박수무당은 도리어 사기죄로 업둥을 발고해 업둥이 결송에 끌려가게 될 위기에 처했다.
이에 그는 법대로 맞설 것을 요구했지만 황연의 생각은 달랐다. 업둥에게 신딸로 갈 것을 부탁하고 나선 것. 황천복(장태성 분)까지 “신딸이 아니라 소실”이라면서 만류했지만 황연은 “신딸 아니라 소실이건 간에 가라잖냐”라며 고집을 꺾지 않았다.
이를 들은 정도전이 황연에 “아비로 부끄럽지도 않느냐”며 재차 설득에 나섰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빚잔치 잘못해서 노비로 팔려가는 것 숱하게 봤습니다”였다.
이어 “개 돼지도 이렇게는 안 사는 구만이고라. 나으리 우리가 사람이기는 한 것입니까”라며 울부짖는 황연은 끝내 “아버지니까 이러는 것”이라며 무릎을 꿇고 눈물로 호소했다.
개, 돼지만도 못한 백성의 삶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왜구침입 소식이 전해지면서 눈에 띈 남자들은 모조리 강제징발 된 상태. 황연과 천복은 가까스로 징발을 피했지만 업둥을 신딸로 보내러 배웅하던 날 왜구가 마을까지 들어와 집단 떼죽음에 처할 위기에 처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박수무당이 왜구가 쏜 활을 맞고 그 자리에서 숨졌지만, 황연까지 등에 활을 맞아 목숨이 위태로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어지는 예고편에서 정도전은 전에 볼 수 없던 모습으로 오열, 각별한 누군가의 죽음을 암시했다.
이날 방송에서 정도전은 유독 눈물을 많이 보였다. 법과 규칙이 통하지 않는 사회, 고려의 실상을 민초들의 삶을 통해 접하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에 울었고, 도리어 그런 자신을 위로하고 다독이는 서민들을 보며 감동의 눈물도 흘렸다.
신진사대부의 처참한 몰락과 박상충(김승욱)의 사망 소식에는 오열하고 또 오열했다.
2일 방송에서는 민초들과 생사의 경각을 함께 오가는 삶의 전쟁터에서 왜구의 침입으로 진짜 전쟁통까지 뛰어 들게 된 정도전의 아슬아슬한 생존기와 이성계(유동근 분)의 활약이 펼쳐진다.
[매일경제 스타투데이 박세연 기자 psyon@mk.co.kr]